2024,April 26,Friday

고정관념 깨기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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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 드 라 갈레트 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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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놀이에서의 점심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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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고양이 1868

처 음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길거리에 있는 수 많은 오토바이 떼도 아닌, 시커멓게 자리잡고 있던 전깃줄도 아닌, 좁은 골목마다 틈틈이 빼곡히 세로로 높게 뾰족하게 지어진 집들도 아닌 바로 베트남의 햇빛이었습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하면서도 노란 햇빛. 한국의 부드러운 햇빛과는 비교가 안 되는 피부를 파고들 것처럼 강렬하면서도 노~오란 햇빛이었습니다.

 

이 번 칼럼 주인공의 작품을 보면 이 곳처럼 강렬한 햇빛은 아니지만 레몬 빛의 따스한 햇살을 그림 전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분을 빼놓고는 ‘인상주의’를 얘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많은 한국사람들에게는 이 작가의 이름보다 그의 그림들이 ‘고흐’ 작품만큼 유명하다고 합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오귀스트 르누아르’ 입니다.

 

그럼 이제 르누아르의 작품을 볼까요?

첫 번째 작품은 그의 대표작 ‘물랭 드 라 갈레트‘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야외 무도회장의 흥겨운 음악 소리, 떠들썩한 사람들 소리가 모두 들려오는 것 같아 마치 제가 이 장소 한복판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사진기의 초점이 나간 것처럼 또렷하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생생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시끌벅적하고 혼잡할 것 분위기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우아함과 여유로움에 놀라면서 점점 이 그림 속으로 빠져듭니다.

두 번째로 소개시켜드릴 작품은 ‘뱃놀이에서의 점심’ 이라는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인상주의 회화라고 불리는 이 작품을 보면 보기만해도 그림 속에서 흘러나오는 햇빛 덕분에 그림 속의 사람들, 동물, 사물들 모두 빛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강아지와 놀고 있는 여인은 훗날 르누아르의 부인이 되는 ‘알린 샤리고’ 라고 합니다. 그녀와 결혼 후 르누아르 그림 속에는 평생 행복한 여성들과 기쁜 일상들이 주제로 등장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 소개시켜 드릴 작품은 르누아르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소년과 고양이’ 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868년경 르누아르의 초기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보 통 르누아르 작품 하면 아름다운 ‘여인들’ 혹은 ‘소녀들’이 햇빛 아래에 있는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이 작품은 그의 작품들 중 드물게 소년이 모델로 등장하며 작품의 쓰여진 색도 전체적으로 검고 차갑습니다. 자칫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색이지만 그의 그림 속 모델은 시원하면서도 매력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모델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전통적인 아카데미적 법칙에서 벗어난 몇 가지 시도(소년의 건장해 보이지 않는 몸, 있는 그대로의 짧은 다리 등의 표현)가 보인다고도 하지만 일부러 억지로 아름답게 그리고자 한 그림보다 더욱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현대적이면서도 고전미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몇 년 전에 실제로 한국에서 이 세 번째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전시된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도 유독 제 눈을 사로잡은 이 작품을 먼저 보고 정말 마음에 들어 작가 이름을 확인했더니 ‘오귀스트 르누아르’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머리 속에 우선 든 생각은 ‘아, 르누아르라는 유명한 작가와 동명이인이구나. 이 르누아르는 좀 덜 유명한 것 같은데, 그림은 좋네.’ 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만큼 이 그림은 전형적인 르누와르 그림의 특징들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르누와르 화가의 단독 전시였다면 이런 생각이 안 들었겠지만 여러 화가의 작품을 모아 전시한 전시회라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한 사람일 줄이야 … 글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이번만큼 놀랐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으면 그릴 이유가 없다.” ­ 르누아르

솔 직히 고백하자면 전 르누아르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그림이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것 같아 개인적인 제 취향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도 아름다운 소녀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끌리는 그림이 없어서 그의 화집을 볼 때면 페이지를 휙휙 넘겨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와 그의 작품으로 이렇게 칼럼을 쓸 줄은 정말 예상을 못한 일이었답니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 ­ 르누아르

저처럼 ‘르누아르’ 그림에 편견이 있어 별로라고 느꼈던 분들에게는 신선함이, 원래 ‘르누아르’ 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즐거움이 가득한 한 주가 되길 바라면서 이번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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