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November 30,Monday

거짓말

애리얼리라는 경제학자는 자신의 저서 [거짓말을 하는착한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자물쇠는 정직한 사람을정직한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지 남의 것을탐내는 사람을 막는 장치는 아니다” 라고 깨우쳐준다.
자신이 열쇠를 두고 나와 문을 못 열게 되어 열쇠 수리공을 불렀더니 단 몇 초 만에 잠긴 자물쇠를 열면서 한 소리란다.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정직한 것이 아니라 거짓된 행위를할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직한 상태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잠긴 자물쇠를 일부로 열고 들어갈 용기는 없지만 만약 열려있다면 언제든지 들어가서 남의 것을 들고 나올 여지가충분히 있다는 것이다.이런 범죄심리와 거짓말을 같은 심리선상에서 본다면 거짓말을하고 안하고는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할 입장에빠진 터라 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즉 환경의 문제라는 것이다.

거짓된 행위가 통용되지 않는 엄격한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거짓말이 줄고, 거짓말에 대한 검증 기능이 없는 사회에서는 거짓말이 만연하게 된다는 얘기다.이런 사회가 어디인가 한번 둘러보시라.과거의 행적커녕 이름이나 나이의 진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개인정보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교민사회는 거짓말이 난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된 곳이다. 아무도 자신의 과장된 포장에 대하여 진위를 요구하지 않는거짓말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적 환경이다. 마치 자물쇠가 열린채 방치된 집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거짓으로 위장된 신분을 만들어내도 발각될 우려가 크지 않다.실제로 대부분의 교민들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짓으로 일류 대학 학력을 조작하여 행세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교민사회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에게 진위를 요구할 공적인 시스템이 없는 탓에 그냥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열린 자물쇠와 같은 교민사회의 불편한 현실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거짓말을 직관적으로 감지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마치 바람 속에 묻어나는 습도를 감지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거짓말도 화려한 학력이나 경력으로 포장되어 있다면 그 감지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대중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스팩을 갖춘 인물을 이런 곳에서 만나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간다는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거짓말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상대의 의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기초부터 거짓으로 다지고 접근한다.

어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자신을 일류 대학을 졸업한 최고의 엘리트로 포장하는 등, 신분에 대한 거짓말을 늘어 놓는 사람과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 전자의 경우는 단지 하나의 거짓말 사건에 국한된, 인성과 별도로 일어난 하나의 해프닝으로 그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거짓말로 기초작업을 먼저 한 후 향후 진짜 거짓 행위를 계획하고 있는 인성적 거짓말쟁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런 인성의 소유자는 단순히 과시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할 위험 인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상대해야 한다.

이렇게 남에게 해를 끼치는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 남에게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용기를 주는 거짓말도 존재한다.

현란한 복장으로 나온 여직원이 자랑스럽게 얼굴을 치켜들고 바라본다면 뇌에서는 “뭐야 어디 집시 복장이냐? 이상한 옷을입고 나왔네” 하고 생각하지만 입으로는 “웅 미스 킴 개성을 제대로 살리는 패션이네 역시 감각이 좋아” 하며 넘긴다던가,아래 부하가 “ 부장님 이 일은 정말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는데 부장님께서 좀 돌봐 주십시오” 라고 부탁을 하면 뇌에서는“넌 대학도 나보다 좋은 대학 나오고 나이도 젊은 녀석이 왜 그런 간단한 일도 못하고 남의 손을 빌리냐” 하고 생각하지만 입으로는 “그려 알았어 내가 그런 일은 경험이 좀 있지” 하며 상급자의 아량을 보인 다든지 말이다.

소개팅에서 만난 건장한 여자가 “제가 좀 뚱뚱하죠?”하고 물어오면 “요즘 너무 마른 체형들을 지향하는 세태가 잘못된 것이죠, 제가 보기에는 아주 적당히 글래머스한 몸매를 지니고 있습니다” 라고 입에 침도 안 바른 거짓말을 한다.정작 뇌에서는 “어쭈, 자기가 뚱뚱한 건 알긴 아는구먼 그래도살을 안 빼는 이유는 뭐야? 게으른 습성이 다 보인다. 게다가 키마저 난쟁이를 조금 면했잖아 어휴” 하고 한탄을 하지만 말이다.

이런 거짓말은 사실 거짓말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은 뇌와 언어 사이에 사회적 필터링이 작용된 것이다. 이런 필터링은 가능한 수시로 많이 작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정화되고 서로 다툼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뇌에서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하다가는 하루도 뺨이 성할 날이 없을 게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의 경우 일종의 동질적 운명의 틀안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한국인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흔치 않은동질의 운명체이다.

비록 어떤 인간들은 그런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울거짓말을 늘어 놓지만 우리는 그래도 자물쇠가 잠겨있거나 말거나 남의 물건을 들고나올 용기가 없는 보통사람 아니던가?그럼 이대로 살자.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거짓말에 대한욕구는 이렇게 필터링을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공동의 운명을 지닌 사람들에게 솔직하답시고 아픈 상처를 주지는 말자.단지 그가 인성적인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면 말이다.가능한 이런 사회적 거짓말 즉, 다양한 필터링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인기도 많고 사교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젠장, 내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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