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December 3,Thursday

호찌민의 이방인

은 떠지지 않았고 침대는 그를 놓아 주지 않았다.
몸은 어제의 피곤함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어제의 어둠은 오늘의 새벽에 밀려가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를 그의 귀가 들었다. 매일 보는 정 여사가 어제처럼 그의 옆에 누워 있었지만 그녀는 어제처럼 그의 미동을 아는 체 하지 않는다. 김부장의 몸이 습관적이면서도 음밀하게 큰방을 빠져 나와 욕실로 향한다.

물기를 두 번이나 먹은 나선 얼굴이 세면대위의 거울속에 들어 있었지만 항상 다 떠지지 않는 눈 때문에 그를 확인한지가 너무나 오래된 듯 하다.

또다시 왼쪽 뒷머리가 쥐가 나듯이 당겨 오는 것을 느낀다.

6개월 전부터 가끔씩 밀려오는 뒷머리의 통증이 최근에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었지만 통증은 짧았고 병원은 멀리 있었기에 통증 때 마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통증이 없을 때 마다 기억하지 않았기에 한번도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어제 퇴근하면서 벗어놓은 가방을 손이 들었고 발은 어둠속에서도 익숙하게 신발을 찾아 신었다.

김부장이 현관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정여사의 방문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아들의 방문 또한 한번도 열리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렸고 1층에서 실려온 “바오베”의 역겨운 담배연기를 김부장은 느꼈다. 김부장이 아파트 입구를 지나 세상 속으로 나올 때까지도 어둠은 다 가지 않았다. 어둠이 가지 못했기에 해는 아직 뜨지 않았으며 뜨지 않은 해 사이로 달은 없었지만 김부장은 없는 달을 찾아 보지 않았다. 아파트 입구에 줄 세워진 2727택시 기사들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고있는 담배 불들은 빨리지않고 그냥 타고 있었고 타고있는 담뱃불 무리의 그 반대편에 통근차를 기다리는 최과장의 형체가 어렴풋하게 들어 왔다. 또다시 뒷머리의 통증을 느낀다.

이번 통증의 강도는 깊고 예리했기에 그도 모르게 한쪽 눈이 찡그러 짐을 느낀다. 통근차는 정확히 5시에 어제처럼 나타날 것이고 그는 정확하게 어제처럼 5시 몇 초쯤에 통근차에 오를 것이다.

그는 이렇게 일주일에 여섯 번을 항상 어제와 같이 출근하며 이렇게 한 시간 반이나 차에 실려 가야 회사에 도착한다. 그의 통근차 “이노바”에는 최과장과 김대리가 이미 습관적으로 정해진 지정석에 앉을것이고 한 시간 반동안 생산부의 늙은 최과장은 잠을 잘 것이고 전산실의 젊은 김대리는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는 게임기에 들어가 있을 것이기에 차 안에서 말들은 돌아 다니지 않을 것이다. 김부장이 입으로 만든 말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통근차를 타고 출근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그가 외국생활을 시작한지는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정여사는 그의 부인이되었으며 올해 특례입학을 신청한 “정애’는 그의 딸이되었고 외국인 학교 8학년인 3대독자 “정태”는 그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정애”는 그의 엄마가 출산기때 한국에 들어가 낳았기에 한국에서 태어났고 중학교까지 그의 할머니 손에서 자라다가 3년 특례에 맞추어 베트남에 들어왔기에 베트남을 잘 알지 못했지만 3대독자”정태”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방학때만 잠깐 한국에 있었기에 한국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김부장은 매일 5시 몇 초쯤에 통근차에 올라 8시가 넘어 통근차에서 내렸기에 아들과 딸을 잘 몰랐지만 아들과 딸만 처다 보고사는 정여사는 남편은 잘 몰랐지만 아들과 딸은 잘 알고 있었다. 부인 정여사가 안정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포기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정애”가 특례1지망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것에 대하여 격분하여 한국행 비행기표를 몇 번이나 예약하고 취소하는 동안에도 김부장은 5시 몇 초에 ‘이노바”에 올랐으며 8시가 넘어 “이노바”에서 내렸다.

“정애”는 ‘정태”보다 유달리 명석했고 외국인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주목받는 학생 중에 한 명 이었다. 정여사는 5시에 몇 초에 “이노바”나 타고 다니는 김부장이나 태권도에 푹 빠져버린 “정태” 보다는 “정애”에게 그녀의 삶의 희망을 걸고 있었기에 그녀의 분노와 학교에 대한 원망은 더욱 큰 것 같았다. 정여사가 몇 번이나 누구를 통하더라도 부당한 불합격에 대하여 알아 보라고 독촉 했지만 15년 동안이나 베트남의 어느 공장에서만 5시 몇 초부터 8시가 넘어까지 하루 온 종일을 보내버린 그는 호찌민도 몰랐지만 한국도 몰랐기에 그의 한국인맥은 좁고도 짧았다.

김부장이 전화기를 통해 정여사의 분노를 전달 한곳이라고는 아직도 살아계시는 그의 어머니밖에 없었고 80이 넘은 그의 어머니는 그와 같이 특례입학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기에 3대 독자의 건강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그는 길게 통화하지 않았다. 통근차가 정확하게 6시 50분에 김부장을 매일 내려 놓는 공장은 미국 브랜드를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 납품 했다. 김부장이 처음 베트남에 진출하는 이 공장으로 옮긴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1년 만에 2천명이된 베트남근로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2천명이었고 그 2천명은 수시로 바뀌었기에 1년전에 입사한 2천명이 지금의 2천명은 아니었다. 숙련공들은 더 많은 보수를 향해 공단 내 다른 고장으로 떠나갔고 다른 공장의 숙련공들은 더 많은 보수를 향해 김부장의 공장으로 들어왔기에 공단내 근로자 모두는 김부장 공장의 근로자이기도 했으며 아무도 김부장 공장의 근로자가 아니기도 했다. 7시 20분에 시작되는 최근의 간부회는 무겁고 비장하다. 최근 몇 달동안 줄어드는 오더로 인하여 월급받는 사장은 월급의 가치를 다하기 위하여 영업과 품질을 총괄하는 김부장에게 월급 값 이상의 질책과 추궁을 오늘도 쏟아부었고 월급 값 때문에 김부장은 뒷머리의 핏줄이 송곳으로 찔린 듯 아려옴을 느꼈기에 이번 주말에는 꼭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생각은 지난주에도 했기에 이번 주말에도 병원에 가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김부장의 부서에는 1명의 통역원과 영업과 품질을 관리하는 2명의 매니저를 포함하여 8명의 베트남인 실무자가 근무하고있다. 지시사항은 한국어와 영어로 전달하지만 한국어를 잘 한다고 채용한 통역원은 한국어로 된 말들을 베트남어로 전달했지만 근로자들의 작업은 그가 전달 한 것과 같지않았고 영어로 전해들은 매니저와 실무자들은 분명히 “yes”를 반복했지만 그들의 작업 또한 그가 전달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기에 그의 뒷머리 통증주기는 빨라지고 있었다. 회의와 질책 그리고 전달, 확인과 점검 그리고 또 미팅 같은 것들만 반복하여 돌아다니는 오전의 공장일은 통근차에서 내리면서부터 가고싶은 화장실을 점심 시간이 되도록 가지못하도록 만들었고 그의 뒷머리는 회의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편하지않았다. 오후에는 컨테이너 선적 물량을 점검해야 했기에 점심을 입에 붓듯이 마시고 생산공장에 있는 QC사무실로 향했다. 그의 책상에 있는 전화벨은 점심 시간과 상관없이 심없이 울리고 있었고 그는 전화를 받는 것 보다 컨테이너 선적이 더욱 급했지만 계속 울어대는 전화기를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전화기에서는 오더회사의 바이어의 영어가 흘러나왔고 그 영어가 “오늘 선적해야 하는 30만장의 스커트 상표가 잘못 부착 되었다”는 것으로 그의 머리가 한국어로 번역하는 순간 그의 뒷머리를 누군가가 찔렀고 그는 전화기를 든 채 잠이 들었다.

사람들의 웅성이는 환청이 그의 귀에 들렸고 엠블런스의 위급한 소리도 멀리서 들렸다. 그는 월급 받는 사장의 멱살을 잡고있었고 “정애”를 떨어뜨린 학교의 총장에게 소리를 지르고있었고 태권도에 빠져버린 “정태”에게 공부에 대해 말하고 있었고 그는 정여사의 무릎에 머리를 두고 누워있었고 정여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1대 독자인 돌아가신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이 보였고 그의 뒷머리는 영원히 아프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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