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April 21,Wednesday

나의 화가 VII 박수근

2016년 새해가 벌써 왔습니다. 작년 한 해, 바쁘고 바쁘고 바빴던 탓인지 덕분인지 더욱 더 빨리 지나가버렸네요.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뚜렷한 계절 차이가 나는 한국에 있는 것처럼 온 몸으로 새해를 느끼고 싶지만 역시나 올해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달력을 봐야, 핸드폰 시계를 봐야 그제서야 ‘아, 2016년이 왔구나.’ 하고 겨우 뜨뜨미지근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베트남에 머물다보니, 자꾸 날씨가 비슷할 때인 여름에만 한국을 가게 됩니다. 오랫동안 입지 않아 방치되어 있던 겨울옷들을 거의 다 정리해버렸거든요. 그러다보니 자꾸 한국 거리의 앙상한 겨울 나무도 그립고, 길거리에서 사먹는 호떡도 그립고, 붕어빵도 자꾸 생각이 납니다. 어릴 적처럼 눈오는 날, 친구들과 눈싸움도 해보고 싶고, 방 안에 콕 틀어박혀서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그 안으로 쏙 들어가서 책도 읽고 싶습니다. 어릴 적 명절이 되면 친척집에 모여 새해 아침에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던 기억도 나네요. 아, 더이상 못참겠습니다. 자꾸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못참겠네요.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늘은 그림 속에 한국이 듬뿍 담겨 있는 화가의 그림을 봐야겠습니다.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화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한국의 대표 화가. ‘가장 한국적인 화가’ 이자 우리나라의 ‘국민 화가’ 박수근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박수근’ 화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한국 화가 중에 그림값이 가장 비싼 화가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삶은 쉽고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는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적이 없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보통학교 졸업 후 미술 학교 진학은 커녕 중학교 입학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붓을 놓지 않고 산과 들로 스케치 연습을 하며 열심히 독학에 매진합니다. 마침내 그는 18세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수채화 <봄이 오다>로 입선하며 처음 화가로 인정받습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

그림을 볼 때, 그 그림만으로도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짐작할 수가 있다고, 지난 칼럼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간혹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 또는 성격이 일치하지 않기도 하지만 박수근 화가의 그림에서는 그의 선하고 착한 성품이 물씬 느껴집니다. 그림마다 그림 속 모델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그 시대의 살고 있는 평범한 이웃 사람들을 직접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전쟁 후 궁핍했던 시절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불쌍하거나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고, 극심한 가난에도 꿋꿋하고 당차게 생활하는 모습이 느껴져 보는 사람마저 힘을 내게 합니다. 마치 삶이 고단할 때,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시장에 가면 삶의 활력을 느끼는 것처럼요.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그리고 그의 그림 속에는 그가 사랑하는 그의 가족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내 김복순을 모델로 한 <맷돌질하는 여인>과 딸과 아들을 모델로 삼은 <애기 업은 소녀> 입니다. 한국 전쟁의 혼란과 힘든 그의 삶 속에서도 가정적이고 소박했던 그 답게 그에게 행복을 준 가족의 모습을 많은 그림 속에 남겨놓았습니다.

“나의 그림은 유화이긴 하지만 동양화다”

그 시대 다른 화가들처럼 일본이나 유럽에서 정규 공부 과정을 밟지 않은 것이 박수근 화가만의 독창성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았기에 고독하고 외로웠다고도 합니다. 생계를 위해 쌀 한 되값에 겨우 작품을 팔기도 하고, 화가들의 꿈인 개인전도 생전에 갖지 못했습니다.

박수근 화가가 12살 되던 해에 밀레의 <만종>을 본 후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밀레와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마흔아홉이 되던 해에 한쪽 눈을 잃고도 51세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정말로 ‘한국의 밀레’가 되었습니다. 올해에도 여전히 기쁜 일도 생기고 힘든 일에 지치기도 하겠죠. 박수근 화가의 그림을 보며 한 해를 시작한 만큼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보기도 하고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도 자신만 생각하기 보단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며 행복하게 한 해를 보내길 바라며 새해의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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