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September 18,Saturday

에두아르 뷔야르

제가 좋아하는 작품 또는 그 작품을 그린 작가들을 소개해드리는 ‘나의 화가’ 칼럼이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여덟 번 째 나의 화가, 오늘의 주인공 ‘에두아르 뷔야르’입니다. 대학 시절, 이 화가의 작품에 빠져서 며칠 밤을 새우면서 보고 또 보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칼럼을 꾸준히 읽으신 독자라면 ‘엇? 이거 저번에 읽었던 칼럼 아닌가?’ 하고 다시 읽는 것 같은 데자뷔를 느끼며 갸우뚱하실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나의 화가의 세 번째 주인공이었던 ‘메리 카세트’ 역시 대학 시절 절 밤새우게 하던 화가였기에 비슷한 대목이 등장했었습니다.
오늘 이 칼럼을 쓰기 전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의 취향이 대부분 제 마음에 쏙 드는 ‘소녀’ 들이 등장하는 그림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소녀들이 주제나 소재로 등장하는 그림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르누아르에겐 미안하지만 그가 주인공이었던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그의 그림 속 소녀들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벨라스케스, 메리 카사트와 이인성의 그림 속의 소녀들 혹은 한 소녀에게만 제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소녀’ 이외의 제 취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는 깨달았습니다. 그건 바로 메리 카사트의 그림과 에두아르 뷔야르의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상(日常)’입니다. 미술적인 용어로는 ‘앵티미슴[Intimiseme]’이라고도 합니다.
그럼 이제 에두아르 뷔야르의 그림을 볼까요? 그의 작품들 거의 대부분 모두 마음에 들어서 어떤 작품을 대표로 소개해드려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화집을 보고 또 보고 고민을 하던 중에 제 눈에 딱 들어온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 ‘침대’입니다. 보통 밤을 새우거나 늦게 자곤 해서 누군가 ‘쉬는 날 뭐 하세요?’ 하고 물으면 고상한 대답 대신에 항상 제 대답은 ‘잠, 잡니다, 자요’입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아, 나도 이렇게 자고 싶다.’ 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림 속으로 쏙 들어가고 싶어졌습니다. 많은 묘사를 하지 않고, 많은 색을 쓰지 않고 심플하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그렇게 표현했기에, 이 그림이 너무도 편안하고 포근해 보여 얼굴만 빼꼼 내놓고 자고 있는 그림 속의 소녀가 마냥 부럽게 느껴집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에두아르 뷔야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에두아르 뷔야르만의 감각적이고 장식적인 패션적이면서도 인테리어적인 그림입니다. 그는 실내 정경과 무늬가 있는 천과 의상을 즐겨 그리곤 했는데, 그림에서 장식적인 패션과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입니다. 드레스를 만드는 재봉사였던 어머니와 직물 디자이너였던 삼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와 50대 중반까지 함께 살았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생활의 한 부분이었던 천들이 녹아들었겠죠?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그림에 쓰인 물감과 색들이, 붓 터치들이, 그리고 그림 속의 옷의 패턴과 벽의 무늬들이 한꺼번에 별처럼 쏟아질 것 같아 반짝반짝 아름답게 느껴져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그의 화집을 꺼내서 보고 또 보고 또 봤더니,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서 조금 지쳐있었던 마음속에 제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훅 하고 올라옵니다. 이번 칼럼을 다 썼으니 그의 그림 ‘침대’처럼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작업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일상’을 그린 작품들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제 취향을 새롭게 깨달았으니 자연스럽게 항상 즐겨 그리던 ‘일상’을 소재로 또다시 작업을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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