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6,Tuesday

Speak lovely words

speak Lovely Words.

한 베트남 친구로부터 이 영어 문장 하나를 받았다.

Speak Lovely Words: 한글로 구태여 번역을 안해도 영어 자체가 전해주는 뜻이 번역한 한글 보다 더욱 명확하게 들어온다.

한마디로, 말을 예쁘게 하라는 얘기다.

즉, 흉한 단어들을 쓰지 말고 가능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단어를 사용하여 말을 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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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말이란 마음을 쓰는 것이다. 말을 곱게 쓰는 사람은 마음을 곱게 쓰는 사람이고 반대로 말을 험하게 쓰는 사람은 마음을 험하게 굴리는 사람이다. 말에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들어 있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지 않는가?”

 

살아오면서 심심찮게 보고 듣던 말이지만 이상하게 이 말을 새삼스레 영어로, Speak Lovely Words 라고 듣는 순간, 가슴에 싸한 충격이 쿵! 하고 들어선다.

 

아, 이럴 수가 있구나 하며 이런 저런 생각에 나도 모르게 오랜 시간을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본다. 지금까지 살아 온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행동이 거친 것은 아닌데 항상 말을 함부로 내뱉으며 살았다.

어떤 보상심리가 있었던가? 뭔가 모자람을 채우듯이 행동과 언어가 다르게 살아오던 내 삶의 흔적을 바라다 보자니 나도 모르게 두 볼을 따라 눈물이 흐른다. 이건 무엇인가?

 

눈물 역시 충격이었다.

이런 문장에 눈물을 흘리다니, 한 낮의 뜨겁던 태양이 도시 밖으로 사라지며 자신의 흔적처럼 남겨둔 저 붉은 저녁 노을이 너무 고와서인가? 왜 이것을 몰랐을까? 사람의 인생은 말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왜 이 우둔한 인간은 마구 거친 말을 쏟아내며 그런 거친 말이 자신을 보호라도 하는 양 으스대며 살아왔으니, 참 어처구니 없는 삶을 살았다는 후회가 밀려오면서 우러나는 회한의 눈물이다.

 

돌연 궁금해진다. 이제부터라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단어를 골라서 말을 하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이봐요, 이제 엄친아가 되기에는 너무 늙지 않았소?

그런데 이상하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모든 것이 정겨워 보인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이것을 그저 한 순간의 경험으로 넘기고 싶지 않았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Speak Lovely Words 라는 문장을 백지에 프린트하여 사무실과 집안 온 사방에 다 붙여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첫눈에 들어오는 그 문장을 되뇌며 머리와 가슴에 아름다운 단어를 채워 놓는다.

진짜 이상한 경험은 그때 일어난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세상이 밝아 보이니 참 기이한 노릇이다. 이런 경험을 며칠 하고 나니 이제 남들이 듣기 싫고, 또 입에 올리는 것도 왜곡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거친 단어들은 서서히 지워져 가는 듯하다.

그래도 이게 얼마나 가벼운 마음인지 본인이 너무나 잘 안다.

아마 무슨 분란이 일어나면 또 금방 몸서리치게 차가운 단어를 침을 튀기면서 뱉어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들 때도 Speak Lovely Words를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되뇌고 보면 걱정은 사라지고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난다.

 

구현하고 싶은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평화다. 항상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루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만족스런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항상 평온한 상황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정작 입으로는 거친 말과 부정적인 단어를 뱉어내며 스스로 평화를 깨어 버리는 자학 행위를 하며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정말 그동안 헛되게 살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밀려든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는 소리가 진짜 절실하게 가슴을 울린다. 바보 멍청이 어쩜 그렇게 생각없이 살아 왔는지…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생이 남아있는 동안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어떻게 이런 간단하고 당연한 처세를 이제서야 깨닫게 되다니, 참 우둔하고 답답한 삶을 살아온 셈이다.

 

비록 이렇게 우둔한 삶을 살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이런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새로운 해가 들어서면 뭔가 목표를 세우고, 올해는 이것만은 꼭 실천해보자 하며 다짐을 하지만 정작 제대로 실천한 적이 있었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

 

Speak Lovely Words,

이것은 한 해의 목표가 아니라 평생 남은 인생 동안 지켜나가야 할 다짐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그동안 우리 친구들에게 지겹게 들어오던 말  “너는 입으로 다 까먹어, 실컷 잘해주고, 줄 것 다 주고, 나중에 한 마디 쓸데 없는 소리로 그 좋은 행동을 다 까먹는 바보”

언젠가는 아들 애가 베트남에 들려서 직원들과 대화하는 말을 전해 들었다. 우리 아빠가 남에게 상처를 줄 말을 별 생각없이 가끔 하지만 속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라며 지 아빠를 두둔해주었다는 얘기가 이렇게 부끄러운 것인 줄 몰랐다.

 

흘러가는 사고를 따라 이런 글을 쓰다 보니, 정말 이렇게 산다면 앞으로의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가 고개를 든다.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바꾼다면, 험한 말을 버리고 아름다운 말을 사용한다면, 그렇게 소망하던 평화로운 삶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제라도 한 번 해보자. 평생 점잖다는 소리를 스스로 사양해 온, 터부룩한 머리에 검은 염색을 한 미군 잠바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패션으로 동경하던 아웃사이더가 인생의 황혼에서 비록 늦기는 했지만 이제 자신을 바꿔보려 한다.

 

왜?

밤새 허공을 때리며 너울지던 붉은 모닥불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그 뜨거운 열기 아래 담겨 있는, 깊고 은은한 온기를 한 번은 맛보고 싶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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