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6,Tuesday

고정관념 깨기 로이 리히텐슈타인

“웹툰 작가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 하고 한 학생이 말합니다. 가로로 넘겨서 보는 만화책의 시대를 지나서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손가락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보는 웹툰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TV를 틀면 연예인 못지않게 유명한 웹툰 작가들이 방송에 나오고,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곳곳에서 웹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그려진 웹툰도 물론 있지만, 웹툰 속 그림이 조금 어설퍼 보여도, 내용이 터무니없고 황당하더라도 독특한 재미를 가진 웹툰들이 오히려 인기를 끌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잘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 만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걸 보니 오늘의 주인공은 이 화가겠군.’ 하고 벌써 예상하신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그 당시 저급 문화였던 만화를 고급 문화들만 허락되던 갤러리에 작품으로 전시한 화가. 이름보다는 작품이 더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입니다.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의 대표적인 양대산맥 화가죠? 그래서인지 종종 리히텐슈타인의 작품과 워홀의 작품을 헷갈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리히텐슈타인의 화풍을 따라서 간단한 색과 선을 사용하여 직접 그린 선물용 ‘팝아트 초상화’가 유행하기도 했고, 한 뷰티 유투버는 얼굴에 직접 팝아트 메이크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볼까요? 마치 방금 만화책에서 오려낸 것처럼 한 캔버스에 한 컷을 담아놓았습니다. 작품 속 이미지만 만화를 닮은 줄 알았더니 ‘음 어쩌면’, ’꽝!’ 등의 제목들도 만화 속 말풍선 속 글씨를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앤디 워홀도 캠벨 수프 캔을 그리기 전에 만화 이미지를 그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워홀이 리히텐슈타인보다 조금 더 먼저 만화 이미지를 빌려서 작업을 했지만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본 후로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리히텐슈타인만의 만화 회화를 더욱 더 빛내주는 ‘망점’ 때문이었는데요. 마치 기계로 인쇄한 것처럼 혹은 인쇄한 인쇄물을 확대시킨 것처럼 캔버스에 점을 찍어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교한 인쇄물처럼 깔끔하면서도 기계적으로 보이는 그의 캔버스는 유화로 그려진 것이라는 것도 재밌습니다.
만화 속 이미지들을 그리던 화풍을 이어서 그린 붓 자국 시리즈 작품들을 볼까요? 엄청난 큰 붓으로 한 번에 그린 것 같으면서도 컴퓨터로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인쇄물처럼 보이는 이 붓자국 시리즈들은 또 저의 상상력을 깨어나게 합니다. 방금 붓질을 한 것만 같은데 실제로는 저런 붓자국을 낼 수 있는 붓과 물감과 캔버스가 없겠죠? 포토샵의 브러쉬틀에서 ‘팝아트 브러쉬’를 만들어서 그으면 저렇게 시원시원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붓자국을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컴퓨터로 작업하면 대량 인쇄가 가능하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작업한 세상에 하나 뿐인 작품이랍니다. 대량 생산을 염두해 인쇄 비용에 맞춰서 최소한의 색만 사용한 상업적인 만화를 큰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옮겨서 유일한 가치의 작품으로 만들어 경계와 경계에서 줄을 태우는 그는 참 대단합니다. 그리고 평면 작업에만 그치지 않고 조각 작업도 했습니다. 2차원의 평면이었던 작품을 3차원 공간 속에 마치 2차원의 평면으로 작업했네요. 저 작품들과 마주한다면 그의 그림 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작품처럼 내가 평면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지금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팝아트의 대표 화가로 이렇게 인정받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처음 만화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겼을 당시에 그에게 쏟아진 비난은 ‘미국 최악의 미술가’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만화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습니다. “만화책 좀 그만 보고, 책 좀 읽어” “디자인 전공이라면 허락하겠지만 만화 전공은 절대 안 돼!” “우리 아이가 만화처럼 그림을 그리네요. 어떡하죠” 만화책 보는 것을,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눈치 보거나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여기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의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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