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August 5,Thursday

수동태도 쓰지 말고 부정문도 쓰지 마라?

한국인이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데 소위 “콩글리시”라고 부르는 “한국식 영어”를 극복하고 영어를 영어답게 배우고 사용하는 원칙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공부하면서 국제회의통역사(동시통역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과 수 년간의 강의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한국인이 영어를 마스터하는데 효과적인 원칙과 영어 사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20여 년 전에 클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던 미국인 친구는 영어 공부를 워낙 열심히 했던 저를 좋게 보아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영어 초보였지만 청취 공부를 하느라 영어 뉴스 받아쓰기를 열심히 하였는데 그런 필자를 보고 그 친구는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저의 불굴의 투지에 대해 존경심까지 가졌었죠. 한번은 이 친구가 한 가지 좋은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제게 역시 원어민 강사였던 자기 친구가 옆 학원에서 영어 뉴스 청취 강의를 해서 매일 뉴스 대본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귀찮아 하더라는 말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미 영어 공부를 위해서 뉴스 대본을 만들고 있으니 뉴스 청취 강의를 하는 자기 친구를 소개해 줄 테니 약간의 비용을 받고 뉴스 대본을 만들어 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느라 어차피 뉴스 받아쓰기를 하고 있고 용돈까지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저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해주는 원어민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흔쾌히 수락하고 그 친구의 소개로 뉴스 청취 강의를 하는 원어민 강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영어 초보인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니 많이 긴장이 되더군요.

사실 그 제안을 받기 직전에 뉴스 받아쓰기는 그만하고 다른 공부를 하려 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고 대본 만들기를 재개하겠다고 설명하리라 마음을 먹고 뉴스 청취 강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청취 연습이야 열심히 했고 졸업하기가 그리 어렵다는 S모 회화 학원도 1년 만에 졸업했던 터라 간단한 생활 영어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어찌나 떨리던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뉴스 청취 강사를 만났습니다. 질문을 하더군요.

“네가 영어 뉴스 대본을 만든다던데 사실이냐? 일주일에 어느 정도 분량을 만들고 있느냐?”

“지금 현재는 대본 만드는 공부를 그만 두었지만 원하는 만큼의 분량은 만들 수 있다”는 대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첫 문장부터 버벅대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대본 만드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하려면 “no longer…” 혹은 “not ~ any more” 등 교과서에서 배웠던 구문을 써야 할 것 같았는데 얼마나 머리 속이 복잡했는지 모릅니다.

“I don’t do it any more.” 또는 “I no longer do it.” 이런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애를 썼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제로 입밖에 나온 문장은 이랬습니다.

“I no longer do it any more.” 이랬다가 틀린 것을 깨닫습니다.

“I don’t do it any longer.” 이랬다가 또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I no longer don’t do it any more.” 거의 패닉 상태가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안쓰러웠던지 그 강사가 도와줍니다.

“So, you’ve stopped doing it?”

“Yes.”하고 답을 했지만 충격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stop” 한 단어만 머리 속에 맴돌더군요.

그렇게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상황을 어찌 그리 복잡한 구문을 쓰려고 노력하다가 ‘삽질’만 하고 말았는지 스스로가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결국 그 아르바이트 자리는 얻지 못하게 되었고 소개를 해 준 친구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었죠.

우리말로 “요즘은 안 하는데…”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왜 하필 “no longer” 또는 “not ~ any more”를 썼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스스로 한심한 생각에 한동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말은 부정문을 쉽게 사용하고 허용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영어는 가급적 부정문을 사용하지 않는 특징이 강합니다. 여기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말은 “조사/어미”가 발달을 한 동시에 그 때문에 한 단어(특히 서술어)를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영어는 “동사”를 풍부하게 사용하여 어떤 동작이나 행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말은 “가지마”라는 말이 쉽게 통용되는 반면 “머물러”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오히려 어색하게 느낍니다. “~를 하지 않다”는 말을 “~를 삼가다”라는 말보다 더 흔히 쓰고, “~를 못하다”보다 “~에 실패하다”를 더 드물게 쓰는 것이 우리말의 특징이기 때문에 “stay”나 “avoid” 혹은 “fail” 같은 구체적인 동사 보다는 그저 부정문에 의존하는 습관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것입니다.

지난 회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특징을 구분해 보았습니다만, 그렇게 구분되는 영어의 특징을 “존중”하기 위해서 “피하고자 노력해야 할” 사용법이 몇가지가 있는데, 이런 표현들을 묶어서 “The Avoid List”라고 부릅니다. 그 중에는 부정문, 수동태, There is/are..라는 흔히 유도부사라고 부르는 구문 등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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