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작년 1월, 하노이에 위치한 주베트남한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개인전을 하러 하노이로 갔었습니다. 개막식 후에 베트남 방송국인 VTV와 전시 관련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질문에 성실하게 전시에 대해 대답했으나, 기자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만 하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베트남은 제2의 고향이에요’라는 의미를 꼭 넣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문장 하나 정도 넣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 없으니 흔쾌히 다시 인터뷰를 했는데, 나중에 방송을 확인해 보니, 짧은 영상 속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했던 것들(전시 의미나 작품 의도)은 거의 다 편집되거나, 나래이션으로 처리되고, 그 기자가 중요하게 여기던 ‘베트남은 저에게 제2의 고향이에요. 이곳에서 그림 그리고 사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이 부분만 제대로 나와서 나중에 영상을 보며 황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에도 크고 작은 인터뷰들을 하게 되었는데, 매번 PD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이런 의도로 이야기를 하고, 저런 생각을 이야기하던, 그 PD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편집되어 버린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 거죠.

그로부터 몇 달 뒤인 작년 이맘때 즈음에 호치민 방송국인 HTV1에서 우리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취재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제 카메라 앞에도 쫄지 않고, ‘또다시 편집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PD가 “앞으로의 이 전시의 방향 혹은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이세요?” 하고 물었고, 대답했습니다. “이 전시를 쭈욱 계속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80살, 90살이 되어도 계속이요. 앞으로도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과 작품들로  채우고 싶습니다.” 저 스스로 답변에 만족했고, 다행히도 PD의 마음에도 들었는지 편집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바람과 꿈처럼 80세(만 79세)의 나이에도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살고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살아있는 동안 이미 거장이 된 영국의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입니다.미국 팝아트에 ‘앤디 워홀’과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대표 작가가 있다면 영국 팝아트에는 오늘의 주인공 ‘데이비드 호크니’가 있습니다.

‘팝아트’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팝아트 작가’만으로 그를 논하기에는 ‘팝아트’는 너무 좁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그는 회화를 비롯해서 판화, 포토콜라주, 무대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고, 현재까지 미국과 영국 등 여러 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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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살아생전에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국제적인 명성에 기대어 하나의 기법이나 하나의 화풍에 안주하여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법도 하지만 항상 그는 어떤 양식이나 기법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자유로워지는 것을 원했습니다.

그의 활동 초기를 보면 1960년대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전통적인 주제였던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 아닌 동성애적 주제를 그린다거나(그림1), 회화를 공간을 묘사해 입체적으로 그리지 않고 평면적으로 그린다던가(그림2),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모아서 입체적인 ‘사진 콜라주’ 작업을 한다거나(그림3,4), 테크닉에 기대지 않고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색채로 작업한 무대 디자인(그림5), 대형 캔버스 6개를 야외에 세워놓고 풍경화 작업(그림6)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호기심 왕성한 호크니 할배(사람들은 그를 작가나 화가가 아닌 친근한 명칭인 할배로 부르곤 함.)가 아니, 호크니 오빠가 근래 푹 빠져있는 작업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일(그림7)이라고 합니다. 한자리에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즐기는 그를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대단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한자리, 한 우물 속에 갇히지 않고 실험 정신으로 고군분투하는 예술가가 되어 80세, 90세에도 작업할 수 있게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오늘의 칼럼을 마칩니다.

* CHUNG 전시는?

베트남어로 (함께) 또는 한자로 靑(푸를 청)이라는 뜻이 담긴 전시. 베트남 호찌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갤러리 퐁당이 매년 기획하는 전시. 올해 4번째 전시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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