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ne 24,Thursday

Pokemon 게임과 애니메이션

베트남에서 저녁에 길을 걷다 보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여유롭게 느릿느릿 지나가고, 고양이 못지않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쥐들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와 싸워서 이긴 쥐를 봤다는 목격담을 가끔 듣기도 합니다. 갑자기 내가 걷고 있는 방향과 수직으로 길을 마음대로 크로스 하는 쥐들을 볼 때면 항상 놀래고, 짜증이 잔뜩이었지만 이제는 그 쥐들이 ‘꼬렛’으로 보여 조금은 귀엽게도 보입니다. 막 날아오르거나 땅에 착지하는 참새들을 볼 때면 ‘와~ 구구다~ 구구” 짐작하셨겠지만, 지난 칼럼에서 ‘스마트폰의 노예’라고 커밍아웃했던 저는 이제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어 있습니다.

20년 전, TV로 방영된 ‘포켓몬스터’의 인기와 함께 당시 귀여운 꼬맹이였던 제 동생은 어딜 가든 ‘피카츄’인형을 항상 데리고 다녔고, 지퍼를 열어서 뒤집으면 포켓몬이 되었다가 반대 방향으로 뒤집으면 몬스터볼이 되는 인형도 처음엔 하나, 둘로 시작해서 점점 집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포켓몬스터 관련된 만화책도 몇 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극장판 ‘뮤츠의 역습’이 상영될 때, 사이좋은 남매처럼 손을 잡고 동생을 극장에 데려가서 같이 본 기억도 납니다. 그 당시 나름 중딩이었던 저는 동생 또래의 초딩들이 가득 채운 극장에 앉아서 ‘뭐 이리 초딩들이 많아. 시끄러워’ 하고 한숨을 푹푹쉬다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하여 펑펑 울고 나왔더랍니다.

동생을 챙겨주는 착한 누나 코스프레를 몇 번 했었지만, 냉정한 현실은 컴퓨터로, 닌텐도로 포켓몬스터 게임을 하고 있는 동생의 뒷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혹은 째려보는 누나였습니다. 그랬던 그 누나에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고 운동하거나 산책할 시간이 되면 ‘오늘은 너무 피곤해’ 또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너무 늦었네’ ‘비 온다. 못 나가겠다’ 하며 온갖 핑계와 변명거리를 찾아서 집에서 꼼짝을 안 하던 그 누나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틈만 나면 그때의 그 포켓몬들이 이곳저곳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오는 포켓몬 게임을 하러 밖으로 못 나가서 안달이 났습니다.
너무나 뜨거운 베트남의 햇살이 이제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 않고 견딜만하고, 여러 번의 헛걸음도 즐겁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어디다 뒀는지 가끔 주객이 전도 되어 빵 사러 나갔다가 빵은 잊은 채 포켓스탑에 들려 몬스터볼만 얻고 집에 돌아오다가 아차 하고 부랴부랴 빵을 사러 가기도 하고, 잘 가지도 않았던 길을 일부러 빙빙 돌아서 헤매고 다닙니다. 걷고 걸으면 걷는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알 부화’ 때문이지요. 제가 걷는 Km 수만큼 빨리 빨리 알에서 포켓몬들이 부화하기 때문에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저만 이러는 줄 알았더니 전 세계적으로 포켓몬 GO 출시 이후로 운동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지만 게임이 가능한 속초행 버스가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포켓몬 GO. 다행히도 베트남에서 정식 출시되어 한국처럼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편안히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기도 합니다. 제가 포켓몬GO를 한다고 이야기하면 우려와 걱정을 듣기도 합니다. 포켓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종종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옆은 너무 위험하기에 종종 걸어서 크레센트 몰 호숫가로 포켓몬 사냥을 가곤 합니다. 며칠 전에는 훈훈한 광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주말 오후에 아들은 포켓몬 GO 삼매경에 빠져있고, 그 옆을 아빠가 보디가드처럼 지켜주며 길을 가고 있는 장면을요. ‘위험하니까 게임하지 마!’ 가 아닌 같이 길을 걷고 있는 그 뒷모습이, 그리고 그 아이의 아빠가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몬스터볼도 받고 잠시 쉴 겸 계단에 앉았서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놀랐습니다. 포켓스탑 근처에 모여 앉아서 포켓몬 GO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포켓몬을 잡았냐고 물어보며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되는 사람들. 어떤 가수의 공연도 아닌, 어떤 대형 전시도 아닌, 어떤 대형 이벤트보다
사람들을 스스로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걷게 하는 이 게임.
그때, 그 순간, 제 눈에는 이처럼 쉽고 단순한 스마트폰 게임이 만들어내는 광경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살아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작품.
‘이 사람들이 모두 포켓몬 GO를 하고 있고, 포켓몬 GO로 인해 자연스럽게 교류가 되는 이 광경, 이 모든게 포켓몬 GO 때문이야. 아니, 덕분이야! 소오름!’

저희 화실에서도 게임 출시된 초반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게임을 하느라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자 그 어마무시한 중독성 때문에 공부에 지장을 준다며 게임을 지운 학생들과 여전히 열광하는 학생들로 나뉘더군요. 게임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에게는 포켓몬 GO 게임은 좋은 교과서와 같았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이제는 게임이나 만화를 무시하거나 ‘이건 B급이야. 이건 저속해. 예술이 아니야’하며 억지로 예술에서 제외시키는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이제는 힘들게 될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순수 미술보다 다소 무시와 괄시의 시선을 받던 게임이나 만화가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같은 주제로 얘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20여 년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애니메이션 상에서 포켓몬이 진화하는 것처럼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며 진화하고 변화해온 포켓몬 GO 게임.
20년 전에는 일부 나이 어린 학생들만 했던 게임이 지금은 나이 불문하고 모든 세대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인해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에서 게임 캐릭터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잡고 키우고 도망가고 진화시키면서 일상에 신선한 활력과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포켓몬을 파워업하는 것 마냥 저도 덩달아 체력도 좋아져 다시 밤을 샐 체력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시겠다면, 직접 해보는 게 인지상정!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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