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ly 28,Wednesday

리우 올림픽

올림픽,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마감을 했다. 이번 올림픽처럼 시작 전부터 설왕설래가 많았던 적도 없었나보다. 선수단이 들어오는 날까지도 선수촌과 경기장의 공사가 마감되지 않은 채 과연 경기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나 의구심이 가득하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었다.
리우카니발로 유명한 낭만이 가득한 브라질, 그러나 그 치안 상태는 거의 무법지대와 다름없어 보였다. 인터넷에서 보여주는 리우의 거리에는 불량배와 거리의 부랑아들의 폭력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 보였다.
그것에 더하여 지카 바이러스라는 댕기열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올림픽 비용은 부족한 예산으로 바로 전에 열린 런던 올림픽의 5%의 예산으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나섰으니 처음부터 원만한 올림픽이 되리라는 기대는 무망한 일이었다.
이런 저런 부족한 환경은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도 영향을 미쳐 남자의 경우 세계 랭킹 4위까지가 전부 불참을 하는 바람에 과연 골프를 계속 올림픽 종목으로 둘 것인지조차 재 거론 될 정도로 모든 것이 어설퍼 보이는 그런 올림픽이었다. 설상가상, 러시아 선수단의 국가적 도핑 조작 사건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올림픽 자체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개인적으로는 별 관심을 두고 지내지 않았다.
그래도 정작 올림픽이 시작하자 모든 미디어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특히 한국의 여자 골프가 게임을 시작하면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새벽마다 TV를 시청하며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박인비의 부진으로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그 외에 젊은 태국 낭자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시청을 했다.
대한민국의 대표선수로 뽑힌 우리 여자 골퍼의 면면은 그야말로 일당백이었지만, 골프게임은 반드시 실력대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우리선수가 시상대 최상단에 오르리라는 보장을 하는 이는 없었다. 특히 올해들어 우승 한 번 없이 손가락 부상으로 최근 두 달간은 경기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던 박인비가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더욱 없었다. 아마도 당사자인 박인비조차 스스로 체면 치례나 하면 다행이겠다 싶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박인비는 올들어 심각한 슬럼프에 손목부상 등으로 국내에서 열린 삼다도 토너먼트에서도 예선을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계속되는 슬럼프에 세계 랭킹도 5위로 떨어지고, 그런 상태에서는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가 욕심이 아닌가 하며 이제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라는 여론이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고, 또 그 상태로 나가서 제대로 성적을 못 걷을 경우 돌아오는 비난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하는 주변의 우려도 팽배했지만 그녀는 비난이 두려워 나가지 못한다면 그 역시 비겁한 일이라는 생각에 혼자서 조용히 자신을 한계상황까지 몰아가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주변의 얘기로는 박인비는 평소에도 그리 많은 연습을 하는 타입이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 준비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강도 높은 훈련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출전한 올림픽,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 후배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선배로서의 자세 등 쉽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감을 안고 그녀는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모든 이의 예상을 깨버리고 2위와 5타 차이의 승리를 챙취한다.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세간의 우려를 보기좋게 불식하고 당당히 최고의 골퍼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녀가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시상대 맨 위에 올라 자랑스런 금메달을 목에 걸고 수줍은 모습으로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가만히 읊조리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경의로운 한국인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시상대 위에서 들은 리우 하늘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는 “이제까지 들어본 가장 감미로운 최고의 음악”이었다.

그녀가 너무 자랑스럽다. 그녀가 한국인라는 것이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난관과 장애를 만난다. 때로는 포기하고 실망하고 피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주하고 극복하고 돌파하고 환호한다. 골프라는 게임 역시 그런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로는 골퍼에게 무한한 환희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심심찮게 심술을 부리며 끝 모를 나락으로 골퍼를 처박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역시 골프다. 특히 세계 정상급의 골퍼들은 어떤 계기든 간에 한번 무너져 내리면 다시 재기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수 십년 동안 세계 최고의 골퍼로 모든 골퍼에게 존경과 질시를 받으며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았던 타이거 우즈마저 수년 전부터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골퍼로 전락한 모습을 보면 이번 박인비의 쾌거는 그야말로 골프라는 불가사의한 운동의 변덕마저 인간의 의지로 극복한 특이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굳이 그 이유를 찾아 낸다면, 그녀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5천년의 역사에서 항상 세계 최강의 국가들이던 중국, 몽골, 일본 등으로부터 3천 여번의 침략과 약탈을 당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견디고 버티고 다시 일어나서 이제는 세계 10대 무역국이자 신흥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민족의 불굴의 DNA가 다시 작동을 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IMF 당시 한국의 많은 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밀려든 환란으로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 몰릴 때, 박세리의 맨발의 샷이 우리에게 다시 용기를 심어 준 것을 기억한다. 그런 박세리를 보고 자란 박인비가 이번에는 국내 정치의 혼란과 주변 국제 정세로 인하여 불안해 하는 국민들에게 어떤 어려움도 우리들의 갈길을 막아설 수는 없다는 한민족의 의기를 다시금 국민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남남 갈등을 유발하며 사욕에 눈이 멀어 나라의 안위는 개밥의 도토리 정도로 생각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우리 한민족은 절대로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를 대신하여 그 어린 여자선수가 세계를 향해 외친 것이다.

집안 한구석에 벌써 몇년째 방치된 골프채를 바라본다. 그리고 먼지 쌓인 클럽 하나를 빼어 들고 휘둘러 본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려 또 한번, 함께 부딪혀 보자.
의지의 한국인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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