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September 25,Saturday

아우구스트 마케 AUGUST MACKE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 쓰고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며
아침 햇살 눈부시게 나를 깨워 줄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나는 아직 순수함을 느끼고 싶어어느 작은 우체국앞 계단에 앉아후리지아 꽃향기를 내게 안겨 줄그런 연인을 만나봤으면……

–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중에서

라디오처럼 BGM과 함께 오늘의 칼럼을 시작해보았습니다. 매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오늘 주인공 화가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어떤 에피소드로 도입부를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의 그림들을 이리 보고 저리 보던 중에, 갑자기 머릿속에 노래 한 곡이 떠오르고, 어느새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더군요.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표현주의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입니다. 그동안 지난 칼럼들을 통해서 표현주의와 표현주의에 영향을 주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화가들(뭉크, 쉴레, 클림트, 놀데, 키르히너 등)을 소개했었죠? ‘에이, 오늘도 또 표현주의야?’ 하고 성급히 실망과 지루함을 표현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화가는 ‘표현주의’ 화가로 불리긴 하지만 색상을 거친 감정과 표현력에 다소 무겁고, 무섭게 느껴지는 앞의 ‘표현주의’보다는 조금 거리가 먼,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여 보다 맑게 느껴지는 밝은 ‘표현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그의 그림을 볼까요? 우선 <칵테일 사랑> 노래와 케미가 어울리는 어울리는 작품들은 짧은 설명과 함께 가사 옆에 놓아두었습니다. 그의 작품들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들은 바로 그의 ‘수채화’들입니다. 그의 수채화를 보고 있으면 세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제멋대로 떠들기보다는 마치 시처럼 큼직큼직한 면속에 이야기를 함축해놓았을 것 같아서 눈과 귀 기울여서 집중하게끔 만듭니다.
예전에 소개되었던 시원시원한 수채화의 ‘뒤피’ 기억하시나요? ‘뒤피’처럼 시원시원함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투명함 속에 느껴지는 순수함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특히, 제가 한국에서 입시하던 시절의 ‘수채화’는 꼭 붓터치를 쌓아올려서 밀도를 높여야 했고, 흰색과 검정색을 아예 쓸 수 없었고, 배우는 곳의 스타일에 따라서 특정 색을 아예 쓸 수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때보다는 한층 그림스타일이 깔끔해졌지만 여전히 개성 없고, 모두 똑같아 보이는 일명 ‘한국 입시 그림’, ‘입시 미술 학원 그림’이라고 불리며 한계에 갇혀있습니다. 그래서 ‘수채화’가 그렇게 그려야 된다고 오해받고 있기도 하고요.
틀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나이에 맞게 순수해야 할 학생들이 순진무구한 눈으로 똑같은 ‘수채화’에 감탄하곤 할 때마다 고구마 100개먹은 것 같은 마음을 꾹꾹 누른 후 “이런 ‘수채화’도 있단다”하고 화실에 ‘마케’ 그림이 자주 소환되곤 합니다. 저 또한 ‘마케’ 그림을 보며 심신의 안정을 찾곤 하고요. 어지러운 요즘, 모두에게 ‘마케’의 그림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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