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June 24,Saturday

위대한 게임, 골프

골프가 위대하다는 것은 골퍼만이 인정할 수 있는 문구다.
그것도 그냥 주말에 운동 삼아 아니면 사교를 위하여 라던가 하는 어떤 여타의 목적을 갖고 가벼운 마음으로 골프장을 드나드는 골퍼가 아니라 적어도 골프에 인해 희노애락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생활의 충격적 변화나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사건이나 추억 두어가지 정도는 경험하고 보유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 글을 쓰는 인간 역시 그럴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30년 동안 골프로 인해 소모된 시간이나 금전 그리고 심리적 갈등은 가히 셈으로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는 이웃이나 가족으로부터 받은 은혜라는 말이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자신이 주변에서 받은 사랑의 깊이를 측정한 사람도 없겠지만 그 측정치를 계산하기 위해 수식을 개발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 한 번 시간이 난다면 그 수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만들면 <노벨 우애상> 정도는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아니, 수학상이 대상이 될까?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게임의 깊이를 도저히 측량할 방법이 없다. 위대한 골퍼는 어렵지 않게 손 꼽을 수 있지만 위대한 게임을 기술한 골퍼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왜 골프가 위대한 게임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그런 말을 사용한 사람들의 흔적을 밟아 봄이 어떠한가?

위대한 게임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 있다. 프로골퍼가 아니고 골프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한 조지 페퍼라는 친구인데 필자와 동년배라 특히 호감이 가는 친구다. 핸디캡이 최고의 기량을 보일 때 5 정도이니 이 글을 극적 대는 인간과도 비슷하다. (지금이 아니고 한때 그랬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은 이미 은퇴하여 골프의 발생지인 스코틀랜드에서 맘컷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하니 만나기 조차 쉽지 않겠지.
왜 그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하면 그 양반이 쓴 책을 보고 나서다. 교과서는 한 번 이상 읽어 본 경험이 없는 인간이 이 책은 적게 잡아도 서너 번은 읽은 모양이다.
뭔 진리가 담겨서 읽고 또 읽는 게 아니라 한 5년 전부터 골프에 흥미를 잃고 필드 출입이 뜸해졌는데 그래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집 안 구석구석 굴러다니는 골프채나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이 친구의 책을 만나고 난 후, 골프의 갈증을 간접적으로나마 머리로 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 친구의 성격이 나하고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선천적 조급증에 비사교적인 성향, 그리고 수줍은 글쟁이 등.

이 책은 2003년 북 폴리오라는 출판사에서 변역 출판한 <위대한 게임>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가만히 보니 원제목은 Playing Partner이고 위대한 게임이라는 제목은 출판사에서 독자를 현혹하기 위해 작명한 미끼인 듯 하다. 뭐 아무려면 어쩌랴, 책 내용이 골프의 깊이를 나름대로 보여 주고 있으니 위대한 게임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골프에 대한 얘기가 전부는 아니다.
조지페퍼의 자서전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골프를 매개로 한 가족 간의 사랑, 갈등 뭐 그런 정도의 잔잔한 이야기를 별다른 수사 없이 써 내려 간 글인데, 조지페퍼라는 인간의 감성이 잘 묻어난다. 아버지와 아들이 골프게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세상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책에서 나오는 몇 가지 문장을 들면서 함께 골프에 대한 얘기를 즐겨보자.(이 바로 위의 문장, “함께 골프를 즐겨보자”는 말이 이 칼럼의 기본 목적이다.)

조지페퍼는 골프에 적합한 성격을 자신의 두 아들의 성향을 기술하며 정의한다. 사교적인 성격에 늘 친구가 필요하고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외향적 리더 성향의 첫째 아들보다, 조직적인 운동을 멀리하고 다 함께 몰려다니는 캠프도 싫어하고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간에 모든 일을 자기 자신 속에 감추는 경향이 있고, 친구라는 것은 와서 놀아주면 고맙지만 혹시 없더라도 일주일은 혼자 자기 방에서 얼마든지 고독의 미덕을 즐길 줄 아는 내성적 성향의 둘째 아들을 자신의 골프 파트너로 정한다. (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오진 않았다. 내 맘대로 이해하는 것을 적은 것이다)
그 둘째 아들과 골프를 매개로 한 여러 이야기가 이 책의 주를 이룬다.

그는 골프에 적합한 기본 성향에 대하여 혼자 즐길 줄 아는 고독한 성향을 꼽았다. 하긴 그렇다 골프라는 게임 자체가 타인과 늘 함께하지만 실상은 혼자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게임에 내기를 즐긴다. 게임에 좀더 흥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라는 빤한 핑계로 동반자의 거덜난 지갑과 꾸겨진 심상을 상상하며 새디즘의 자극을 은근히 즐기는 것이다. 언젠가 골프 내기에 대한 글을 쓴 기억이 있기는 한데, 기본적으로 골프에 대한 내기는 골프장에서 정한 파와의 게임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인간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골프는 어차피 개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동반자와의 게임이 아니라 골프장의 파와 승부를 벌려 자신이 정한 핸디캡만큼을 양보받고 오버한 만큼 내기 돈을 내어 모은다면 게임에 져도 잘 친 동반자에 원망의 눈길이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무인도에서도 몇 달을 혼자 즐길 줄 아는 고독의 찬미 족이라고 해도 경쟁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내색을 하지 않은 성자라 해도 지갑을 다 털어 동반자에게 갖다 바치고도 여전히 그 동반자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기, 적당히 즐기시라, 정도가 넘으면 보이지 않지만 살기 가득한 엑스칼리버의 난무로 역한 피비린내가 골프장을 뒤 흔들 줄도 모른다.

얘기가 옆길로 샜다.
항상 그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골프 칼럼이라는 주제 안에서 헤매니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오늘의 주제는 골프에 적합한 성격이라는 소제목이다. 최근 주변에 골프를 새로 배우는 친구가 등장했다, 몇 번 골프연습장을 함께 다니면서 골프라는 운동에 적합한 친구인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말이 없고 고집 센 친구, 과연 골프가 그에게 어떤 작용을 할지 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그 친구 이야기를 쓰려는데 벌써 할당량을 채우고 넘었다. 확실히 골프 이야기는 재미있다. 고작 한 두 시간 만에 부여된 분량을 다 채웠으니 말이다. 첫 번째 이야기, 골프에 적합한 성격은 다음 호에도 이어질 것이다.

내기, 골프코스와 하세요. 그것이 진정 용기 있는 골퍼의 자세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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