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거리 후인 툭 캉

요즘은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의 발달로 자꾸 사이드로 밀려 가는 듯한 진짜 카메라,
그래도 가끔 멋진 순간이 담긴 사진을 볼 때면 카메라에 대한 욕구가 꿈틀거리곤 한다. 특히 기자라는 직업에는 카메라가 그림자처럼 따라야 하는 운명이긴 한데, 사실 베트남에서는 카메라를 장만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마침 회사에서 필요한 카메라를 하나 구입하라는 오더가 떨어져 직접 카메라 샵이 몰려있는 거리로 나갔다. 벤탄 시장 앞에서 마주한 로터리를 270도 가량 돌면 함응이(Ham Nghi) 와 레로이(Le Loi)사이에 후인투캉(Huynh Thuc khang)거리의 끝자락이 잡힌다. 이 거리는 고작 1킬로의 길이에 폭도 좁은 일방통행 길이다. 바로 이곳에 카메라와 관련된 용품과부품을 취급하는 전문점이 밀집되어있다.

후인 툭 캉, 필름카메라 거리의 대명사
이곳은 오래 전부터 사진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나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익숙한 거리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도 이곳에 카메라 상점이 밀집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 인지 알지 못한다고 할 만큼 카메라에 대한 역사가 깊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 저곳에서 요즘은 보기 힘든 필름 카메라가 전시된 곳이 보이다.
한 가게의 주인 록(Lộc)씨는 카메라와 영상에 관한 부품 판매를 시작하며 이 거리에 들어선지 이미 30여 년이 되었다며 예전 일을 회상한다. 당시에는 물론 필름 카메라가 전부였으니 주로 비싼 카메라를 직접 파는 것보다 필름을 팔고 인화를 하면서 가게를 운영 했지만 어느 한 순간에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카메라 시장은 천지 개벽을 하게 되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 거리를 떠났다고 술회한다.
그래도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그 수가 줄어 이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예술사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 정도가 아직도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나마 이들의 연령도 높아 곧 그 수요도 사라질 것이라며 쓸쓸한 미소를 흘린다.

만약 누군가 필름 카메라를 구입 하길 원하신다면 이곳의 카메라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쓸만한 중고 필름 카메라를 고작 몇 백만 동에 구입이 가능하다. 아직도 몇몇 분들은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진을 현상하는 과정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필름 카메라의 숙명이다. 지금 디지털 테크 시대에 이런 수공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존재를 밀어 내고 있다.
프로나 아마추어나 이 거리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카메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작은 카메라로 소중한 추억을 남기려면 2-4백만 동 정도의 PnS 카메라면 충분하다. 요즘 일부 핸폰에 달린 카메라는 이에 못지 않으니 이들의 수요도 점점 줄어 든다고 한다.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을 원하시는 분에게도 이곳은 많은 선택을 제공한다. 신품 가격이 부담스러우신 분은 중고를 구입하면 된다. 카메라는 고장이 나서 못쓰는 기계가 아니질 않은가? 중고 캐논 20D는 6-7백만 동 가격으로, 아직도 꽤 새로운 캐논 40D는 12백만 동 가격으로, 니콘 D70는 8백만 동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건축대학교 4학년 학생인 쩐레(Trần Lê)군은 “졸업을 앞두고 학생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할 만한 카메라가 하나 필요해서 친구의 추천으로 이곳에 나와서 Canon 10D 중고 카메라를 약 5백만 동에 구입했는데 이젠 이 카메라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어요, 중고품인긴 하지만 아무 문제 없이 제가 갖고 싶은 순간을 너무나 잘 잡아 줍니다.”하며 파안대소를 날린다.

이곳에서 중고 카메라를 구입한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작동을 확인하고 사후 서비스를 보장받아야 한다. 일부 가게에서 아직도 선행하는 바가지 요금을 피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사람과 같이 가거나 구매 전에 다른 여러 가게를 들려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워낙 오랜 세월 카메라 전문거리로 행세를 하다 보니 전문가 들이 많다. 웬만한 고장은 자신들이 다 수리 할 정도지만 특수 부품이 필요한 경우 일 주일 정도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베트남에서 카메라 하나 장만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