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3,Tuesday

젊은 진출자들

최근 들어 베트남에 한국사람들이 마치 70년대 한국에서, 시골에 살던 사람들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서울로 몰려 들던 그때처럼 모두 베트남으로 몰려든다. 베트남 러쉬다.

이미 베트남에는 한국인이 15만 명 정도 산다고 예상되는데 실제로는 아무도 얼마나 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COMMUNITY BUSINESS)을 하고 있는 교민잡지다 보니 그나마 교민 수에 대한 관심이 높기는 하지만 우리도 이 교민 수를 정확히 조사 할 방법은 없다. 단지 요즘 들어,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책자 배송을 요구하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보니 교민수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을 할 뿐이다.
일전에 하노이 한인회장을 만나 들은 이야기로는 하노이 경찰이 추산하는 하노이 거주 한국인은 약 7-8 만을 헤아린다고 하니 그에 비추어 호치민을 예상한다면 10여 만이 훌쩍 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할 뿐이다.

요즘은 그런데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오는 듯하다.
직장 없는 한국에서 헬 조선, 흙 수저를 외치면 불만을 쌓아가는 것보다야 이곳에서 뭔가를 찾는 것도 그리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싶기도 하다. 부디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한국에서 못 찾은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오늘은 그것을 좀 짚어보자.

며칠 전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 한 때, 한국의 유력한 국가 지도자급 인물인데 요즘은 별로 인기가 없지만 그래도 지난 선거에서도 여전히 대권후보로 등장했던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분과 저녁을 먹으며 두어 시간 대화를 나눠봤는데 그 얘기를 적어보는 것도 우리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싶어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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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베트남이 처음이라고 했다. 참 유감이었다. 도지사까지 지내신 분인데 왜 베트남이 처음이었을까? 그만큼 한국의 정치판에서는 베트남의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베트남은 한국에게는 그야말로 천생연분과 같은 최고의 파트너다.
정서적 공감대를 시작으로 역사적, 문화적 유사점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의 양상에서는 양국에서 서로 필요한 요소를 지니고 있으니 잘만 엮어가면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고다.

베트남은 한국에게 일본이나 중국처럼 바로 붙어있어 국토 분쟁이나 군사적 위험이 있는 나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드나들기가 힘든 곳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 정서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들에게 천대를 안받는다는 것도 선진국이나 중국에 사는 동포들은 못 누리는 심리적 혜택이다. 베트남이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한국이 베트남에 필요한 것이 훨씬 더 많다.
베트남이야 우리에게 경제 발전의 경험 이라던지 앞선 기술과 자본 등 한시적인 요소를 필요로 하겠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베트남의 협력이 필요하다. 젊은 베트남 인들의 양질의 노동력과 1억에 가까운 방대한 시장,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던 각종 지하자원과 농수산 자원. 결국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익하고 우리를 편견 없이 받아 줄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이다. 만약 한국이 다른 나라와 국혼을 맺는다면 당연히 베트남과 혼인을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믿는다.
그 분에게 이런 말을 하자 공감을 표시하며 우리가 베트남에 잘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말에 또 이의가 있었다. ‘잘해 준다’는 말, 이 말은 일단 우리에게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또 우리 자리가 그들보다 상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는 베트남에 엄청난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 이웃집에서, 남는 땅이 있으니 건너와서 땅에다 뭘 좀 심고 가꿔 보시지요 한다. 그래서 이웃집으로 갔더니 그야말로 우리가 원하던 그런 넓은 비옥한 땅이 있다. 거기다 이웃집 아들을 저렴한 급료로 일을 시켜도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그래서 그 집에서 일을 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집에 엄청난 신세를 진 셈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이것이 한국과 베트남의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 집에게 이제는 ‘잘해 주어야지’ 정도라면 과연 공정한 거래인가? 아니다, 우리는 그 집 신세를 어떻게 갚지 하고 고민을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뭔가를 주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마음 깊은 감사와 함께 진정한 우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이웃 집 아들이 일이 서툴다고 이웃집 귀한 자녀를 함부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도의를 아는 문화민족이라면 우리는 이들에게 신세를 지고 사는 객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흙 수저 타령을 융화시킬 얘기를 하나 만났다. 부디 이 이야기를 읽고 용기를 얻기를 기대한다.

멕시코에서 항공 엔지니어가 꿈이었던 청년이 있었다. 국립대학을 두 번이나 난방하고 결국 지방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던 이 청년은 애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자 대학을 그만두고 애인이 미국 국적자인 것을 이용하여 미국으로 들어간다. 영주권을 신청하고 그것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법적으로 학업도 직업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는 자기 집 창고에서 인터넷을 뒤지면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집에 있는 닌텐도 게임기 컨트롤러를 분해하여 무선 조정 헬리콥터와 연결시켜 보았다 의외로 쉽게 무선 조정이 가능했다. 그 상품을 인터넷에 올리자 1시간 만에 준비한 40대의 제품이 다 팔렸다. 그는 이 제품을 뭐라고 이름 붙일 줄도 몰라서 ‘로봇 헬리콥터’라고 불렀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상업용 드론 조정기를 만든 이 멕시코 고졸 이민자는 2년 후 IT 전문잡지 편집장 인 크리스 엔더슨을 만나 3D 로보틱스를 설립하여 세계 3대 상업용 드론회사의 CEO로 성장한다.
젊은 기업인과 매체의 만남은 양쪽이 다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그 청년의 이름은 호르디 무뇨스(Jordi Munoz)이고 그는 2015년 멕시코 대통령이 수상하는 젊은 기업인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린다.
이 고졸의 멕시코 청년이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나와서 잘 되었다고 생각하시는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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