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September 26,Saturday

부활(復活)

고전이란 누구나 한번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 책이다.

book 267_1라고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남긴 명언이다. 누구나 어릴 적부터 세계명작 시리즈 목록을 보아오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작품들이 많을 것이나 실제로는 제목만 알 뿐, 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필자인 나 또한 <부활>이란 작품을 유년시절부터 숱하게 들어왔고 언젠가는 읽어보리라 벼른 적이 있지만 겨우 최근에 와서야 읽을 기회를 얻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읽었더라면 작품의 깊이를 몰랐을 가능성이 컸으리란 위안만 남는다. 러시아가 낳은 인류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두 거장,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와 톨스토이. 마치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쌍벽을 이룬 것 만큼이나 이들 또한 많은 독자들에게 비교대상이 되어 왔으나 우열을 가리는 자체가 무의미한 행위임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네흘류도프라는 한 귀족 청년이 배심원으로 출정한 법정에서 과거 자신의 욕정으로 말미암아 인생을 망치고 어두운 삶을 살다가 마침내 죄까지 짓게 된 창녀 카츄사를 피고인으로 만나게 된다. 그 후 청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영혼의 눈을 뜸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한 인간의 도덕적 결단을 통한 영혼의 고양(高揚)이란 측면에서 <예술적 성서>라고 평가 받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당대 러시아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 낸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즉 한편에는 부정과 향락에 젖은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삶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는 가난과 억압 속에 힘들게 삶을 견뎌내는 민중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당대 현실의 모순을 그려 내었다. 여주인공 카츄사에게 이 세상은 욕정에 사로잡힌 남자들의 집합체처럼 보여진다. 즉 모든 사람들이 단지 자기 자신만의 쾌락을 위해 살고 있으므로 신(神)이나 선(善)에 관한 모든 말은 기만에 가까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네흘류도프도 자신을 끌어 올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여러 번 애써 보지만 ‘무슨 이유로 또 다시 시도하려 하는가? 너 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것이다’ 라는 마음 속 유혹자의 소릴 듣고 갈등을 겪는 모습이 사뭇 감동적이다.

book 267_톨스토이는 그런 갈등을 겪는 원인이 그가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남을 믿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한다. <그가 자신을 믿지 않고 남을 신뢰하게된 것은 자신을 믿고 삶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대개 자신을 믿으면 항상 사람들의 비난이 따랐으나 일단 남을 믿자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나약한 인간의 심리를 지적하였다. 그는 자신의 모순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언제나 세상의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빠져 들어 그때마다 더욱 깊은 구렁 속으로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그는 몇 번이나 이렇게 자신을 정화하고 일어서곤 하였는데 결국 그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신이 눈을 뜬 것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친구 차를 타고 청량리 역을 찾아 가던 도중 우연히 좁은 길 골목 양편에 늘어선 집창촌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백주 대낮에도 청량리 588은 분홍빛 실내등을 켜놓고 20대 여성들이 추운 겨울에도 반라의 몸으로 난로를 켜놓고 호객(呼客)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보는 순간 톨스토이가 작품 속에서 지적한 다음 내용이 떠올랐다. <우리는 보통 매춘부, 도둑, 살인자는 자기의 직업이 나쁘다고 인정하고 그 사실에 수치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운명이나 자기의 실책 등으로 인해 어떤 처지에 몰리게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아무리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라 할지라도 자기에게는 바람직하고 훌륭한 것이라는 인생관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부활의 때가 온다. 부활은 정신적 탈바꿈을 의미한다. 예수는 육신의 부활을 증명함으로써 인류로 하여금 정신적 부활을 가능케 하였다. 우리가 필연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삶의 고난들은 결국 영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부활의 기회라고 보면 될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올 한 해도 독자 여러분들에게 그렇게 받아들여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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