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ly 28,Wednesday

골프는 정직한 게임이다

골프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많이 있겠는데 그 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만한 것 하나를 말하라면 정직이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하여 얘기 좀 해보자. 뭐 이런 주제를 꺼낸다고 이 글을 쓰는 인간이 정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정직하지 못하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전제로 하고 얘기를 시작하겠다.
그렇다. 골프는 정직한 게임이다. 골프라는 게임은 정직하지 않으면 게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물론 모든 스포츠가 다 정직한 스포츠맨 쉽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골프를 제외한 다른 운동의 경우 대부분 룰이 어긋나는 것을 심판이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게임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즉 자신이 아무리 룰을 어기지 않았다고 부인해도 심판이 지적하면 반칙이 되고 또 반대의 경우, 자신이 분명히 반칙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심판이 지적 하지 않으면 그대로 허용되는 것이 일상적인 스포츠맨 쉽이다.
그러나 골프에서는 기본 전제가 다르다. 골프에는 아예 심판이 없다. 그렇다고 골프 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엄격하고 상세해서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복잡한 골프 룰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룰을 준수하는 가를 지켜보는 심판의 자격을 골퍼 그 자신에게 부여했다. 물론 진행요원이 있지만 그들은 조언을 할 뿐이지 최종 판단은 골퍼 본인이 하고 그 판단의 올 그름을 심판위원회 같은 곳에서 한다. 참 기이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골프에서 정직이란 옵션이 아니다. 아예 기본 요소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골프 룰이다. 골프 룰은 아마도 세상 어느 운동보다 복잡하지만 그 전제가 모든 골퍼는 이 룰을 의도적으로 어기지 않는다는 것은 전제로 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 골프 룰을 위반한 것은 모르거나 실수한 경우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골프 룰을 어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여성 골퍼 렉시 톰슨이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공을 마크하고 공을 닦은 후 다시 제 자리에 놔야 하는데 약간 앞으로 이동해서 놓은 것이 시청자의 제보로 나중에 드러나 무려 4타의 벌타를 받고 우승컵을 한국 골퍼에게 넘긴 적이 있다. 공을 잘못 논 대가로 2벌타 그리고 스코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탓으로 또 2벌타 그래서 4벌타나 맞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런 행위 이것이 의도적인 것인가를 따지지는 않았다. 자신이 공을 놓은 행위를 했지만 그 역시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정한 셈이다. 솔직히 말하자. 이런 행위는 의도하거나 아니면 오래된 습관이거나 두 가지의 경우 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의도한 룰 위반은 인정하지 않으니 탐슨의 해프닝은 그녀의 오래된 습관이라도 밖에 볼 수 없다. 그녀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골프라는 운동의 기본 정신에 어울리는 충실한 훈련을 쌓아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골프로 승부를 가르는 게임을 할 때 가장 경계하는 동반자가 누구인가? 프로선수 못지 않게 멋진 스윙과 기능을 가진 사람인가? 아니다 그런 동반자와 함께라면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가장 맥 빠지게 만드는 동반자는 룰을 습관적으로 어기는 골퍼다. 마크하고 공을 들어 닦은 후 다시 공을 내려 놓을 때 홀과 가까운 곳으로 의도적으로 놓은 습관. 혹은 잔디에 묻힌 공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어 치는 행위 등인데 이런 행위는 거의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 여기 방점이 있다. 룰을 습관적으로 이기는 골퍼가 있다면 바로 그 골퍼는 모든 이에게 기피 인물이 되는 것이다. 탐슨의 경우가 그렇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신중치 못한 행위가 어떤 연유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바로 잘못된 습관에 의함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골프가 신사의 게임이라고 칭송 받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심판이 없기 때문이라고 봄이 어떠한가. 골프의 역사에 모든 이의 칭송을 받는 위대한 골퍼들이 갖고 있는 일화에는 바로 그런 정직에 대한 얘기가 한 두 번은 등장한다. 가장 흔히 들은 얘기는 바비존스가 숲에서 공을 치면서 실수로 어드레스 후 공이 움직인 것을 보고 스스로 자신에게 벌타를 부과하여 우승컵을 놓쳤는데, 대중이 그의 정직을 칭송하자 그는 골프의 룰대로 친 것 뿐인데 그런 일이 칭찬이 된다면 은행강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칭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의연한 기개를 보였다는 조금은 식상한 얘기인데, 바로 골프에서는 그런 정직이 당연한 일이다.

골프가 신사의 운동으로 치부되는 대신 그런 풍조에 역행하는 골퍼에게는 대신 잔인한 집단 폭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실례가 하나 있다. 하도 오래된 얘기라 실제 기록을 찾기가 힘든데 어느 프로 골퍼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다.
팽팽한 긴장이 도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A 프로 와 B 프로가 한 타 차이 승부를 앞두고 마지막 홀에 들어섰다. 한 타를 앞선 A의 티샷 순서다. 떨리는 가슴을 달래며 티에 공을 올려놓고 샷을 날렸는데 볼은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그리고 티를 뽑고 돌아서려는 순간, B프로가 뛰어나오며 스톱을 외친다. 그리고 아직도 땅에 꽂인 채 남아있는 티 자리를 지적하며 티 그라운드보다 티가 홀 쪽으로 한 뼘 정도 더 나가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진행요원에게 A에게 벌타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결국 벌타를 먹은 A는 우승컵을 놓치고 우승은 B에게 돌아간다


이 일에 대하여 경기 후 운영진들의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A의 벌타는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B의 우승도 당연함을 공고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한가지 사실을 더 공고했다. A의 실수에 대한 지적을 한 B에 대하여 영원히 프로 선수로써의 자격을 발탁한다고 발표했다.
왜냐하면 B는 A의 타샷이 티 그라운드를 벗어난 것을 알면서도 그가 그대로 공을 치도록 기다리고 난 후 그 실수를 지적하여 자신의 이익을 구한 행위는 골프에서 가장 기피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그에 대하여 중벌을 내린다는 것이다.(이 이야기 구성은 픽션이다. 단지 결과만 사실이다)
와우! 무섭다. 골프 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은 것 아닌가? 귀신이든 뭐든지 말이다. 골프에서 가장 무섭고 엄격한 룰은 바로 명기되지 않은 룰, 신사조항이다.
골프를 즐기시려는가? 신사의 행위를 먼저 배우시라.
그래서 골프에서는 게임의 상대를 경쟁자라고 부르지 않고 동반자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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