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November 30,Monday

김사장과 꽁가이

50대 중반쯤, 헌칠한 키를 가졌지만 앞머리가 뒤로 조금 밀려있고 귓볼은 도톰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되 눈과 눈썹의 거리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귀영화를 누려보진 못했지만 인고의 세월 또한 보내 본적 없이 그저 그렇게 세월을 따라 흐르다보니 평범한 중년이 되었으리라.

목소리에 까칠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가족에게는 큰소리 한번 치지 않았을 착한 가장 이었으리라. 사람을 볼 때 몇 초 내로 그 사람의 인생을 스캔 하는 버릇에 따라 5년 전 하숙집 현관문에서 처음 본 김사장을 스캔 한 첫인상이다. 하숙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려 한 것인지 아니면 팬티가 보일 듯 말듯한 짧은 치마를 입고 서빙을 하고 있는 동네의 허름한 하이산 집의 꽁가이를 보러 가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하숙생이 들어오는 첫날 저녁이면 하숙집의 늙은 주인은 항상 이 해산물 집으로 우리를 안내 했었다.

귓볼이 도톰한 김사장의 말들이 느리고 차분하게 남루한 하이산 집을 흘러 다녔고 느리고 차분한 그의 말들이 나의 귀에도 전달 되었다. 그는 내가 기거 하기 2년 전쯤 그의 형님이 한국에서 하고 있는 “후드 닥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위하여 형의 지시를 받고 처음 베트남에 오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기거한 곳이 내가 살았던 그 하숙집이었고 그때도 주인이었고 지금도 주인인 늙은 하숙집 사장에게 당시 24살인 베트남 꽁가이를 소개 받아 직원으로 채용 했다고 한다. 김사장은 직원이 된 그녀의 세마이 뒷좌석에 앉아 23살인 그녀의 허리를 꼭 붙잡고 빈증과 동나이 그리고 연짝까지 공장 부지를 조사 하러 다닌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허리를 조사하러 다닌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니고 또 다녔다고 한다. 꽁가이는 애교가 있었지만 총명했고 애교있고 총명한 꽁가이가 자기의 일처럼 열심히 일 하였기에 그는 그녀에게 무한의 신뢰를 보내 주었단다.

그리고 그 꽁가이에게 보내준 무한의 신뢰가 무한의 사랑으로 바뀌어 갈쯤 김사장은 베트남의 지루한 밤을 혼자 보낼 필요가 없게 되었고 베트남의 아침 또한 혼자 맞이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때쯤부터 늙은 하숙집주인은 무한의 신뢰를 받기만 하는 꽁가이 때문에 무한의 신뢰를 주기만 하는 검은 뿔테 안경의 평범한 중년의 김사장이 염려되어 “베트남 꽁가이를 너무 쉽게 믿지 말라”는 말들을 이곳 하이 산 집에서 하기 시작했고 그는 노련한 늙은이의 충고를 추한 늙은이의 질투와 시기로 들었기에 애교 있고 일 잘하는 꽁가이와 함께 다른 집을 얻어 떠나 버렸다고 한다.

무미건조한 50대의 인생에 23살의 애교는 한국에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행복 느끼게 해주었고 한국에 두고 온 딸 같은 또래의 그녀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베트남 생활은 황홀했기에 그녀와 같이 조사한 빈증에 있는 공장부지를 계약할 때 쯤에는 그녀와의 영원한 베트남 생활을 꿈꾸었으며 법인 설립이 되기도 전에 계약되어지는 공장 부지를 애교 있고 사랑스런 그녀의 이름으로 계약 하는 것은 가장 합당하고 안전 하리라 생각 했단다.

그의 형님은 그를 믿고 부지 비용을 송금 하였지만 애교 있는 그녀가 진행하는 계약 되어진 공장 부지의 인허가는 더디었고 더딜 때마다 그녀의 애교 있는 이유는 합당 했기에 합당한 애교 있는 이유들이 계속 늘어만 갔단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그녀가 합당한 이유를 해결 할 동안 뿔테 안경 때문에 선하게 보이는 그는 영원토록 기다릴 수 있었지만 돈을 투자한 형님은 영원히 기다려 줄 이유가 없었기에 형님은 그를 한국으로 불렀고 그는 형님의 부름 때문에 모든 일 진행을 그녀에게 맡겨놓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돌아간 처음 1년 동안은 전화와 메일이 있었기에 부지에 대한 인허가 진행사항은 매일매일 체크 되었고 그녀의 사랑 또한 매일매일 체크 되고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부동산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갈 때부터 그녀와의 통화는 어려워 지기 시작했고 애교 있는 그녀가 언제부턴가 전화를 완전히 받지 않을 쯤 그녀에게 보낸 메일도 수신이 확인되지 않은 체 방치되기 시작 했단다.

그의 형은 인허가가 더디고 더디었기에 공장 설립을 포기 하고 부동산 차익이 라도 챙기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부지를 매각 할 것을 그에게 지시 했지만 그를 사랑했던 그녀가 연락이 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소개시킨 늙은 하숙집 주인에게 그녀의 안전을 묻게 되었고 늙은 하숙집 사장이 그녀와 연락이 되어 3일 뒤에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급하게 베트남에 오게 된 것이란다.

물론 3일 뒤 그를 사랑한 그녀는 나오지 않았고 전화로 부지를 이미 매각하였다는 소식만 전해 주었기에 김사장과 늙은 하숙집 사장은 그녀의 고향까지 찾아 갔지만 그녀와 처가 집 찾아가듯 몇 번이나 찾아 뵌 그녀의 부모가 김사장을 아는 체 해주지 않았기에 그냥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고의 수소문 끝에 김사장이 그녀를 만났을 때 공장부지는 이미 매각되어 다른 한국 투자 법인의 소유가 되어 있었으며 그녀는 그녀의 남편과 트럭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지만 그녀 역시 그녀의 부모처럼 그를 아는 체 해주지 않았기에 그는 그냥 한국으로 돌아 갔었다.

검은 뿔테안경 때문에 선하게만 보인 김사장이 울면서 한국으로 돌아 갔는지 아니면 돌아가서 울었는지 울었다면 그를 사랑했던 그녀의 배신 때문에 울었는지 아니면 부지를 빼앗긴 것 때문에 억울해서 울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얼마 전에 대학 친구들이 여행을 왔는데 내가 대학에서 강의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다짜고짜 여학생들을 소개 시켜 달란다. 그렇다, 베트남에는 젊디 젊은 여학생이 오토바이 숫자보다 많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난 포주도 아닐뿐더러 이제 23살도 되지 않은 어린 여학생들이 40대 후반의 늙어빠진 친구들을 남자로 볼 리 만무하기에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절대 아니다.

사랑에는 국경만 없을 뿐이다.

사랑에도 상식은 있고 어느 정도의 원칙은 있다. 아무리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어린 여성이지만 그들은 눈이 없고 생각하는 머리가 없고 감정을 느끼는 가슴이 없겠는가. 그들도 청춘을 좋아하고 그들도 젊음을 사랑하기에 적어도 상식이 있고 정상적인 베트남 꽁가이라면 나이를 무시 하지는 않는다. 만약 누구의 소개로 나이를 무시하고 만난 어떤 어린 꽁가이가 첫날밤 당신에게 돈도 요구하지 않고 당신에게 조그만 선물도 요구 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보인다면 그 꽁가이가 당신을 오토바이 감으로 보거나 하다못해 겔럭시4 감으로라도 보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 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당신을 오토바이나 켈렉시4로 봐주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무시하고 만난 어린 꽁가이가 2개월 이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보인다면 당신은 더 크게 당 할 수도 있다. 왜야 하면 위의 “김사장과 꽁가이”의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은 실화를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중년이라 하여, 노년이라 하여 로맨틱하고 에로틱한 사랑을 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아무리 우리보다 가난한 베트남이지만 본인의 나이를 완전히 무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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