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December 14,Friday

피아니스트 김지희

피아노 선율을 타고 일상은 늘 모데라토
함께 나누는 즐거움엔 알레그로
손끝으로 전하는 힐링 안단테

《김지희의 Morning Classic》입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러시아의 국민작곡가 ‘미하일 글린카’의 《종달새》입니다. ‘한 마리의 종달새가 집 처마에 앉아 다소곳이 얘기합니다. 어쩌나…약간 구슬픈 목소리…
(중략) 숲 속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오늘 하루의 행복을 읊조립니다. 처연하게…’

저의 하루는 편안하고 쉬운 설명과 함께 들려주는 클래식 연주 곡들로 시작합니다. 아침 분주를 뒤로하고 차한잔과 함께하는 오롯한 나만의 힐링 타임. 소녀감성 충만으로 이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이 단톡방의 운영자분을 소개해주세요.

글만으로도 이미 소리가 전달되는듯 하다. 왠지 조근조근 할 것 같고 촉촉하고 교양 있는 말솜씨를 가졌을 것 같은 이분!
거실을 가득 채운 2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압도적인 포스다. 체르니40번의 문턱 좌절 트라우마가 떠올라 시선을 애써 거두며 그녀를 대면한다. 글은 이미 그녀의 얼굴과 닮아있다.
어딘가 안면이 있다. 언젠가 그녀의 연주를 들은 기억이 난다. 국제 여성모임의 크리스마스 행사 때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부대의 반박 늘어진 캐롤송 연주에 맞춰 온몸 연주로 전열을 끌던 그녀가 아닌가. 시골학교 풍금같은 전자피아노에 뷔페식당 구석 공연이었지만 막귀인 나를 돌아보게 했던 강렬한 연주실력의 그녀. 흥미로운 인터뷰가 되겠다.

제 추측이 맞을까요? 피아니스트 맞으신가요?
반갑습니다. 저는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음악 교육자’입니다. 한국에 있을 당시, 솔로 및 앙상블 연주활동과 병행해 ‘해설이 있는 음악회’, ‘찾아가는 휴(休)음악회’, ‘키즈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의 콘서트 기획자 및 사회자로 활동했습니다. 미국 유학을 마친 직후인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약 14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 했구요.

와우 화려한 이력이시네요. 연주자이면서 기획자이고 교수님 이셨군요. 그럼 하고있던 일로 이곳 생활이 시작되셨나요?
호찌민 생활이 벌써 2년 반이 됐어요. 결혼 21주년을 맞은 저희 부부는 저의 커리어와 신랑의 비즈니스 때문에 남편은 베트남에, 전 아이들과 서울에서 지내며 각자의 일들을 충실히 하며 잘 지내고 있었어요. ‘6개월에 한번 만나는 아빠’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죠. ‘한 집안 두 나무 키우기’의 뿌리성장이 걱정이 됐어요. 웃자라 잎이 푸른 나무의 불안한 땅밑 근간이 한창 아빠와 함께 해야 할 아름다운 시기를 놓치고 있는 저희 아이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어느 쪽 나무에 더 집중해야 저희 가족이 행복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 끝이 호찌민행 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쌓은 경력의 단절이 아쉽지 않냐고요? 어쩌죠? 정말 하나도 아쉽지가 않아요. 가족의 행복이 동반되지 않은 저만을 위한 경력은 더 이상 제 삶의 1순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인생의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저는 그저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냥 평범한 주부생활만을 하고있지는 않을거 같은데요, 여기서의 음악 활동 들려주세요.
지난 14년 동안의 이력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지난 2년 동안의 음악활동은 비교적 잔잔했습니다. 작년 4월 호찌민 음대에서 개최한 ‘첫번째 피아노 독주회’와 세 번의 ‘하우스 콘서트’, ‘갤러리 콘서트’, ‘아트 옥션 콘서트’ 등을 개최했어요. 그리고 지난 1월 말, 오래도록 생각만 해왔던 음악 단톡인 <클래식 소사이어티 호치민(CSHCMC)>를 오픈해 ‘클래식 음악지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아침 저도 애청하고 있어요. 어려운 클래식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과 함께하는 설정이 편안하고 흥미로왔어요.
<클래식 소사이어티 호치민>에 대해 얘기를 좀 더 해 볼까요? 왜 만드신 거죠?
매일 아침 7시 30분(월~금), 다양한 종류의 클래식 음악을 해설과 함께 포스팅해 드리는 클래식 단톡(현재회원 125명)이예요. 클래식에 관심이 있으신 호찌민의 교민 여러분들께 ‘모닝 클래식’을 선사하고자 만들었지요.
미국 맨하탄 음대 대학원 시절 IMF여파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르신 몇 분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6~70대 어르신들의 인생사가 나무뿌리 같이 굵고 거친 손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죠. 도, 레, 미로 시작된 수업은 작은 하우스 음악회까지 이어졌고 마음을 담은 연주는 멜로디를 넘어 이미 치유였습니다. 잃어버린 옛 청춘에 대한 회환, 돌아가지 못할 시간에 대한 그리움, 남겨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단순한 피아노곡도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 시키고 있었어요. 수줍은 열정과 음악을 향한 겸손함과 순수함이 담긴 그분들의 미숙한 연주가 저로 하여금 음악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일깨웠죠. “나는 나를 뽐내는 연주자가 되지 않겠다. 나로 인해 나의 연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고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게 된다면 친구, 이웃, 가족을 위한 나의 행보는 이미 의미가 있다.” <클래식 소사이어티 호치민>은 그런 제 바램을 향한 첫 발걸음입니다.

따뜻함이 전해지는 말씀에 피아노 연주를 부탁하고 싶어지네요.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곧 있을 행사내용과 계획을 알려주시면 그곳에서 듣겠습니다.
지난 2월부터 <인터내셔널 레이디스 피아노 클럽>을 오픈해 다국적 주부들을 대상으로 피아노 수업을 시작 했어요. 피아노와의 인연이 다채로운 주부들의 ‘피아노 클럽’ 입니다. 함께 재능 기부 연주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는 5월부터는 ILV(International Ladies in Vietnam, 45개국, 250명 회원) 라는 여성단체에서 정기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워크샵’을 엽니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형식으로 클래식 음악 확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9월에는 저의 ‘두 번째 피아노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어요. 음악을 통한 사회봉사가 의미 있는 만큼 제 개인적인 성장도 멈춤 없이 계속 진행형으로 만드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피아노 전공을 고민하는 미래의 음악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뭐가 있을까요?
마우스를 몇 번만 클릭 하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연주가들의 연주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친절한 동영상 레슨과 음악적 멘토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있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이 지척에 없다는 핑계는 더이상 갈 곳이 없지요. 최대한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고 연구해 보세요. 매 순간 선생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만 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는 수동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가 무엇인지에 집중해 보세요.
인간의 피아노 테크닉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인공 지능’들이 이 자릴 대신해도 우리의 뜨거운 심장에서 우러 나오는 감성 어린 표현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으니까요. 음악을 통해 ‘감동’을 주는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피아노를,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열정을 마음껏 펼쳐 보이세요. 음악을 향한 사랑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평생토록 여러분 맘속에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어요. 열정과 밀당하지 마시고 다 내어주시길 바래요.
(예미해 : beautisea@hanmail.net)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졸업(교육학 학사) / 미국 맨하탄 음악 대학원 졸업(연주학 석사) / 한세대학교 음악 대학원 졸업(연주학 박사) / 국립 강원대학교 실기전담 외래교수(2002~2015) / (2001년~현재) 뉴욕 카네기홀 데뷔 이후 이태리, 스페인, 중국, 미국, 캐나다, 불가리아, 캄보디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연주활동 중 / ‘대관령 국제 음악제’, 중국 ‘난닝 국제 관악 페스티발’, 이태리 ‘티볼리 국제 피아노 페스티발’, 스페인 ‘라스 팔마스 피아노 페스티발’ 《초청 피아니스트》
E-mail : pianistkim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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