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7,Wednesday

‘임재훈 주호치민 총영사’

 

“양국간 경제협력 증진 및
교민 안전과 이익 보호를 우선 과제로”

여러 교민행사를 통해 공관장 활동에 적극적이면서 절제되고 신사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총영사를 청소년 합주단 연주회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공연 팜플렛 안내로는 총영사 인사말이 대두를 장식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무슨 연유 인지 박수와 미소만 보낼 뿐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초청인사의 인사말로 꾸며지며 준비된 멘트 후 홀연히 사라지는 일반적인 행사 모습을 상상했던 터라 총영사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의아함이 생겼다. “2부 첫 시작 때 인사말을 하겠지 설마 2시간을 저렇게 앉아 있지는 않을 거야.”기자의 예상을 깨고 그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심과 격려로 그 자릴 지켰고 무대의 막이 내리자 아이들 곁으로 올라가 할아버지 담소같은 격려사를 전했다. 바닥에 옹기종기 60여명의 학생들이 참새 때처럼 앉았다.
“이런 문화공연을 통해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몹시 자랑스럽군요. 다른 시대를 산 나로서는 악기를 평생의 친구로 둘 수 있는 여러분이 부러워요. 학업성취와 함께 행복한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길 바래요. 오늘 공연의 뭉클함을 마음에 담고 갑니다. 수고한 학생들 박수를 보냅니다.”

“어째서 시작 인사를 하지 않으시고, 어수선해진 무대 뒤 인사로 대신하신거죠? 그것도 300관객이 아닌 60명 학생들을 대상으로요. 공연 시간도 길었고 일정도 바쁘신 분이라 먼저 나가신다 해도 모두 이해했을 텐데요.” “아이들 공연에 제 얼굴 비치는 인사가 뭐가 중요합니까. 저는 그저 아들녀석들 키울 때는 일이 너무 바빠 이런 공연에 참여 못한 게 아쉬워 애비같은 마음으로 온 것이지. 직함에 맞춘 폼 나는 무대인사로 공연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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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원을 대동한 부산스런 움직임도 없었고, 기관의 장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은근한 경계 아우라도 없었다. 총영사가 바뀌면 으레하는 서면 인터뷰가 여기저기 복사를 뜬 것 같이 뻔하고 지루해 지금까지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대면한 후 임재훈 호치민 총영사의 답안은 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뻔한 답안은 뻔한 질문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결국은 인터뷰의 질은 모두 기자의 몫으로 귀결되지만 조금은 다를 답을 기대하며 임재훈 주호치민 총영사를 지금 만나본다.

 

‘주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로 부임하신지 벌써 5개월이 되어가는데요. 호찌민 생활과 업무진행의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안녕하세요. 네 벌써 5개월이 되어갑니다. 주호치민 총영사관은 영사들을 포함하여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업무도 복잡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도 많아 나름 바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호찌민 생활에는 이제 충분히 적응하였고, 요즘은 우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날씨도 그리 덥지않아 지내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또한 인민위원회, 공안청 등 호찌민시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조도 원활한 편이어서 거주 교민과 진출 기업들의 안전 및 이익 보호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30년간의 외교생활에 주카메룬 대사 임기시 카메룬 정부로 부터 ‘국가대공훈장’ 을 받은 이력이 특별하신 분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외교관으로서의 자질과 해외공관장의 업무수행 능력 확인을 위한 정기적 평가제도가 마련되어 있나요?
외교관은 국가를 대표하여 외국에 파견되는 공무원이므로 외국어를 포함한 고도의 업무 수행 능력과 함께 공,사간에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모습이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 여타 기관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교부도 직원들의 어학 및 업무 능력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부내 배치 및 해외공관 파견 시 적절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관장 임명시에는 아무래도 좀더 엄격하고 다층적인 검증 절차가 적용된다 하겠습니다.

 

총영사라는 최고의 보직이라 공무원 평생 철밥통이 당연히 적용되겠거니 했는데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관리를 통해 업무능력을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영사관 업무를 좀 짚어보죠. 여권갱신, 재외국민 등록을 위한 방문이 전부인 저로서는 이곳이 대체 무엇을 하는 국가기관인지 궁금하며, 특별히 ‘주호치민 총영사관’의 주요업무는 무엇인지요?
호찌민에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개설된 것은 1993.11.19.일입니다. 총영사관의 기능, 업무 등은 1967.3.19. 발효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규정되어 있으며, 당연히 한국, 베트남 모두 당사자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비엔나 협약에는 영사관의 기능으로 자국민의 이익 보호, 양국간 통상, 경제, 문화 및 과학 분야 우호관계 증진, 정보 수집 및 보고, 사증, 여권, 여행증명서 발급, 공증 및 민사 업무, 서류 송달 등 다양한 기능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호치민 총영사관’도 호찌민 및 인근 성, 시 등 관할 지역내 우리 동포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베트남 정부와의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다방면의 활동들이 있군요. ‘자국민 이익보호’ 는 포괄적이고 넓은 범위로 이해가 되지만 가장 가슴에 와닿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현재 교민사회의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 교민 사건 사고 방지와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 영사관 대민 업무와 교민의 행정적 필요를 채우기 위한 영사 인력 증원 계획 여부 알려주세요.
총영사관은 기본적으로 관할 지역내 우리 교민들의 안전 및 이익 보호를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소매치기, 오토바이 날치기 및 가짜 택시 피해(밑장 빼기) 등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피해 예방을 위해 한국 여행객들에게 맞춤형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범죄 발생시에는 당관 홈페이지, 재난상조위원회, 한인상공인연합회, 코이카, 코트라 나아가 교민 언론 및 한인 여행사 등을 통한 고지로 추가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건사고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호찌민시 공안청, 경찰서, 출입국 관리소 및 공항 경찰대 등 사건 다발지역 관할 사법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건 초동조치 대응 강화를 위해 영사협력원(호찌민 1명, 냐짱 1명)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건사고 및 민원 담당 영사 증원을 위해 본부와 협의중에 있으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호치민한국국제학교 제2캠퍼스 설립을 위한 부지 및 예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이 있으신지요?
호치민 한국국제학교는 학생수가 약1,800여명으로 전 세계 33개 국제학교 중 학생 수가 가장 많으며 긴밀한 한-베 관계의 영향으로 학생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측되어 총영사관도 한국국제학교 제2캠퍼스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학교측과 설립 부지 및 예산 확보 방안을 협의중에 있습니다. 총영사관은 호찌민시 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2016년부터 한국국제학교 연간 임차료 24만불을 면제받도록 지원한 바 있는데, 제2캠퍼스 경우에도 호찌민시로부터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현재 협의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다만, 학교 설립에 소요되는 예산은 교육부가 절반은 부담하지만 나머지는 교민사회가 충당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33개 국제학교 중 한 도시에 2개의 캠퍼스가 설립된 사례가 없는 것은 이러한 기금 마련의 어려움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교민 사회의 많은 관심과 협력이 긴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계획중인 문화공공 외교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금년에 계획중인 문화공공외교 활동으로 첫째, 6월말 2018 한식요리 콘테스트 행사로 한국 문화 및 음식을 좋아하는 베트남인들에게 한식 조리법을 소개하고, 한국 농식품 수출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둘째, 7월에는 한국어교육원 및 호치민 인문사회대의 협조를 얻어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셋째, 8월경 호찌민시 정부 인사 및 외교단, 한인단체장들을 초청하여 한반도 정세 및 평화 통일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넷째, 10월경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16개 성, 시 지방정부의 대외협력 담당관과 주요 대학의 한국어 또는 한국학 교육자들을 초청하여 공공외교 증진 방안 협의를 위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민들과 현지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대베트남 ODA(공적개발원조) 현황 및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영상과 PPT를 제작하여 각종 세미나, 강연,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활용함으로써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베트남 학생들의 학생비자 취득 얘기로 넘어가 보죠. 비자 신청 접수 순번표를 받기 위해
노숙을 하고 하노이로 거주지를 옮기는 일도 불사하는 현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런지요.
• 학생비자 취득 인원제한이 있나요?
• 호찌민 영사관 자체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 시험이 없고 비교적 학생비자 취득이 쉬운 하노이영사관으로 옮겨간다면 학생비자 취득요건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인지요?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상황 설명과 대응책이 알고 싶습니다.
한국어 연수비자를 포함한 유학비자에 대한 인원제한은 없습니다. 한동안 관광비자 신청이 폭주하면서 장시간 대기하는 등 불편을 겪었는데, 총영사관도 이를 인지하고 베트남인들에 대한 비자면제, 또는 비자 접수를 위한 별도의 사증센터 설립 등 다각도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접수 센타’ 관련사항은 이미 외교부로부터 신청공문 접수 후 진행과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한국어 연수비자 취득 관련 인터뷰와 한국어 테스트 등 일련의 평가방법은 관할기관의 특별재량으로 지역마다 상이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시 한국어 테스트는 기본적인 어학 능력 검증 외에 어학 연수에 대한 본인의 의지 등 입국 목적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입니다. 어학연수를 빙자한 취업목적의 불법체류를 막는 기본장치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불합격률은 7-8%에 불과하며, 유학 비자의 경우는 어학 시험을 치르지 않고 요건이 갖추어 지면 100% 비자발급이 됩니다. 또한, 하노이 영사관에서 비자 발급이 불허된 학생과 하노이 지역 출신 유학생들도 호치민 총영사관에서 비자를 신청, 발급받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를 꺼내 볼까요. 호찌민 한인회가 여전히 정리가 안된 상태로 교민화합의 장애물이며 교민분열의 핵으로 해결이 시급하다. 교민의 자발적인 의사결정권으로 이루어진 합의체의 수장에 대한 진위여부를 국가 공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올바른 지 알 수 없으나, 이를 위한 영사관측의 입장과 대응책이 궁금합니다.
한인회 관련 질문은 답변을 못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임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성취하고 픈 목표가 있으신 가요?
우선 역점 사항은 양국간 경제협력 증진 및 교민들의 안전 보호입니다. 호찌민 및 인근 성,시에는 약 3,000여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습니다. 베트남의 투자환경 개선 및 우리 기업 애로사항 해결 등을 위해 관할 당국과 수시로 접촉 협의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2020년까지 양국간 교역액 1,000억불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호찌민에 거주중인 10-13만 동포들의 각종 사건사고 처리와 범죄 피해 노출방지를 위한 홍보활동, 사고 발생시에는 공안 당국의 협조를 통한 신속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습니다.

 

임재훈 주호치민 총영사에 대한 교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큽니다. 끝으로 교민들께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베트남은 우리 정부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입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님의 베트남 국빈 방문 시 양국 정상은 한-베트남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베트남내 최대투자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양국간 교역액 640억불을 달성하면서 베트남은 한국의 제4위 교역국, 한국은 베트남의 제2위 교역국이 되었습니다. 15만명의 베트남거주 동포와, 한국에서 활동중인 약 15만명의 베트남인들, 베트남을 찾고 있는 한국 관광객의 지속적인 증가 등 은 한-베간 정치, 경제, 문화 및 인적 교류의 확대와 친밀도를 보이는 방증입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베트남이 상생(win-win)의 파트너로서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삶의 현장에서 노력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이를 위해 총영사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내용을 막 말할 수 없으며 그것은 또한 교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은 잘 정리가 되어야 하며 제가 직접 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서면도 대면도 막힘이 없으며 실무에 대한 총괄을 모두 꿰고있는 그의 답변들이 5개월간의 업무 파악과 내용에 걸맞는 응수로 보여 진다. 뻥튀기 화통처럼 5분만에 돌려 수십배가 되어 나오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민안보와 이익이라는 총영사관의 제1명제를 위해 크고 작은 모든 교민 동정과 필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임재훈 주호치민 총영사. 신사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 뒤에 정확하고 빈틈없는 언변, 정통 외교관 출신의 업무능력이 임기 3년 동안 어떻게 난제의 실타래를 풀지 지켜볼 일이다.
(예미해 : beautisea@hanmail.net)

주호치민총영사관 107 Nguyen Du, Q1 l 대표전화 (028) 3822 5757 l 민원실 (028) 3824 8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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