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July 18,Wednesday

명랑 혹은 엄격골프

 

지난 3월 부터 골프를 다시 시작한 이후 가능하면 자주 골프장을 찾으려 하지만 한번 끊어진 습관이 다시 이어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가능하면 자주 골프장을 찾거나 연습장이라도 가야 하는데 근 5년동안 골프와 거리를 두고 지낸 몸이 생각처럼 빨리 골프 생활로 돌아오지는 않는 듯합니다. 여전히 이런저런 핑계가 등장하여 골프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오랜 세월 베트남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이 등장하며 제 골프 생활에 새로운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덕에 요즘은 비교적 자주,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필드를 찾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20년이 넘도록 봉제 사업을 하고 계신 강영근 사장님이 그 분인데, 이 분 정말 대단하십니다. 올해로 칠순인 연세에도 골프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최근에는 직접 운영하시던 공장을 접고 은퇴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서 남는 시간을 골프에 올인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이 분이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연세에도 골프장에서 일말의 타협이 없다는 점입니다.
골프를 잘 치고 못 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골프의 원칙을 고수하며 필드를 누비시는 이분을 보며 그동안 제가 갖고 있던 골프에 대한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5년간의 골프 휴식기에 어쩔 수 없이 필드를 나서게 되는 경우에는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운동삼아 돌자 하면서 골프의 룰을 대충 챙기는 명랑 골프를 지향했는데 이분과 골프를 치며 혼줄이 납니다.
이분의 골프는 원칙 그대로 입니다. 이왕 하는 게임인데 제대로 하자는 지론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고작해야 케디에게 주는 팁을 분할하는 비율을 두고 내기를 하는데 내기 돈이 크든 작든 게임은 원칙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직 스윙이 돌아오지 않은 탓에 필드가 낯설기만 한데 엄격한 룰을 고수하는 골프가 반가울 리가 없지요. 케디팁은 내가 낼테니 좀 풀어주면 안될까요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이분의 자세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갑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요즘 비가 자주 오는 탓에 필드에 떨어져 흙이 묻는 공은 닦고 치자는 데에는 합의를 하여 그나마 숨을 좀 쉬고 있는데 가장 낯설은 그린에서의 퍼팅은 양보가 없습니다. 홀주변에 그린 원 안의 공에만 기브를 줍니다. 남의 공에 엄격한 기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을 그렇게 치니 저도 그 엄격한 흐름을 깰 수가 없습니다. 사실 환갑진갑이 다 지난 나이에 땡볕 아래서 짧은 퍼티까지 신중하게 노리고 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대충이 허용되지 않으니 어쩝니까. “나 이거 치다 쓰러지면 병원에는 데리고 가줘요” 하며 엄살을 피우면서도 짧은 퍼팅을 놓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쓰며 넣어야합니다,
명량 골프에서는 기브를 받을 거리의 퍼트를 번번히 놓칩니다. 아 이 놈의 골프 이렇게 피곤하게 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몇 번을 이렇게 하다보니 생각이 좀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런 골프를 몇 번 치고 나니 골프에 대한 존중이 새롭게 생겨납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 안일한 자세로 골프를 대해 왔다는 자책도 들고, 무엇보다 양보없는 샷을 하기 위해 한 타 한 타를 신중하게 치게 만듭니다.
강영근 사장님의 골프를 보면서 존경스런 마음이 드는 부분은 이분은 허투루 하는 샷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한샷 한샷에 모든 정성을 다 쏟습니다.
이런 자세 정말 존경받아 충분한 자세입니다. v필드에서의 샷은 자신의 골프 기량에 대한 중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PGA 골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바이널 넬슨이라는 골프 선수가 1945년에 세운 11개 대회 연속 우승입니다. 다른 운동과는 달리 골프는 한 선수가 계속해서 연속으로 우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골퍼로 인정받는 타이거 우즈도 7개 대회 연속 우승이 전부입니다.
넬슨은 그런 대 기록을 기록한 이후 어떻게 그런 기록이 가능했는가 하는 질문에 자신은 필드에서 한 샷도 그냥 친 적이 없다고 술회합니다.
한샷 한샷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샷을 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넬슨은 그런 기록을 세운 후 다음해 은퇴를 합니다. 골프를 치기 위한 목적인 농장을 건립하는 자금을 다 마련했다며 미련없이 34세의 나이에 골프계를 떠나고 취미로도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 바비 존스가 세운 마스터스 대회가 2차 세계 대전으로 중지되었다가 다시 시작하며 이미 은퇴한 바이널 넬슨을 과거 우승자의 자격으로 초대하는데 일년동안 골프채를 만지지도 않은 넬슨은 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합니다. (마스터스대회의 우승자는 그 대회에 평생 참가 자격이 주어짐) 은퇴한 후 골프채를 놓은 선수가 일년 후 세계 최고대회에 초대를 받아 나와서 준 우승을 차지하는 기이한 일이 가능한 것은 넬슨의 자세, 필드에서 한 샷 한 샷 모든 정성을 다해 친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강영근 사장님이 그렇게 칩니다. 그러니 이분을 이기기가 쉽지 않겠죠. 프로 선수도 아닌데 골프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며 명랑골프를 지향하는 것도 죄악을 저지르는 일은 아니지만 골프를 대하는 자세라는 면에서는 결코 자랑스런 일은 아닌 듯합니다.
골프를 하루 이틀 치고 말 일도 아니고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계속 함께 지내야 할 가까운 친구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친구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의 자세는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년만에 다시 시작한 골프, 다시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진정으로 진짜 골프를 만나는 기분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대충 대충 노는 명량골프의 유혹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는 않고 있지만 또 한편 한샷 한샷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골프를 다시 시작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합니다.
명랑골프를 하시던 엄격골프를 하시던 골퍼의 자유로운 선택입니다. 단지 골프를 즐기기 위한 방식이 골프룰을 대충 넘기는 명랑골프 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정도는 마음에 두고 있을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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