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July 23,Tuesday

진정한 동반자

25년전 이곳 베트남에 진출한 당시, 저는 한국의 모 일간지 온라인 판에 베트남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고작 베트남에 정착한 지 한 두 해 밖에 되지 않은 시기였죠. 그런 일천한 시기에도 저는 베트남이야 말로 우리가 찾던, 완벽한 조건을 충족하는 진정한 국가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만약 한국이 다른 나라와 국혼을 맺는다면 그건 바로 베트남이 유일한 대상이라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엊그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축구팀이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하며 베트남의 모든 거리가 온통 붉은 물결도 뒤덮힐 때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곳이야 말로 한국을 상대로 마음의 손을 잡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축구 이벤트를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낍니다.
베트남인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민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높은 의식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쿨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대놓고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런 미래를 향한 배움의 자세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베트남에서 부족한 자긍심을 채우려던 이기적인 한국인을 감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베트남 정부는 1992년 수교 이 후, 줄곧 한국과 베트남의 어두운 역사를 포용하고 서로에 대한 존경과 이해로 함께 미래로 갈 것을 희망하며 한국인의 심성 깊은 곳에 깔린 베트남에 대한 심리적 그늘을 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승리의 기쁨을 한국이라는 국가와 함께 나눌 것을 제의하듯이 그들의 경기에 우리 태극기를 흔들며 마음의 진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베트남의 입장에서도 이 쾌거에 한국인이 관여했다는 것이 내심 반가울 것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한국의 경우, 베트남에 제일 많은 투자를 하는 실질적인 동반자이기는 하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은 역사의 그늘과 베트남 신부 등에 관한 각종 사건 사고들이 수시로 일어나며 마치 도로의 속도 방지턱같이 늘 양국간의 발전에 장해물이 존재하곤 했는데 이번 쾌거를 통해 그런 심리적 그늘이 어느 정도 씻겨진 것을 반갑게 생각하리라 믿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개인 자격이긴 하지만 한국의 국적을 가진 축구감독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이 나라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기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으로 베트남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은 희석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입니다. 이제 장애물은 많이 사라졌지만 상대적으로 서로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졌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위험성도 높아진 셈입니다. 이런 면에서 베트남에 거주하는 우리교민들의 행동이 더욱 노출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 스스로의 몸가짐을 더욱 조심히 관리해야 할 시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이런 민간교류의 성과에 대하여 한국정부나 관료 그리고 한국의 언론들이 나서는 일에 대한 경계입니다.
한국정부는 조용히 관망하며 민간인들이 만들어가는 성과를 어떻게 지원 할 것인지를 연구하시기 바랍니다. 박 감독 개인이 이룬 성과에 일부 한국의 정치꾼들이 나라의 이름을 앞세우며 등장하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쌩뚱맞아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들 역시 무질서하고 부정확한 자의성 기사를 마구 만들어내는 민망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를 당부드립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스스로 생색을 내려는 일부 관료나 정치인들의 행동은 심리적 불안감의 발로입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게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와 국내정치를 망가트린 자책감을 이곳에서 보상하려 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축구 경기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소통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던 베트남의 남과 북이 모두 하나로 뭉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마음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아마 베트남 통일 이후 최초의 사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민이 2002년 월드컵을 통해 하나됨을 맛 보았듯이 베트남 국민들도 이번에 1억의 국민이 하나됨을 경험하였습니다. 남북의 베트남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느낀 그 환희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입니다. 하나된 국민의 힘은 위대한 국가적 발전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앞으로 베트남의 지속적 발전에 더욱 믿음이 생깁니다. 그러고 보면, 베트남은 한국과 너무 유사한 길을 가는 듯 싶습니다.

이렇게 베트남의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고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이 위대한 쾌거의 요인은 무엇인가요? 이것은 정신력이 만든 승리입니다.
저는 이번 일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의 고귀한 정신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선수들의 무기력을 씻어내고자 박감독은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과 해 보자는 용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국가대표 축구팀으로써 가장 높은 가치, 애국심을 심어주었습니다. 너희들의 힘으로 나라를 빛낼 수 있다는 주문은 선수들에게 무한의 에너지를 샘솟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에너지가 그들의 믿음에 동참하여 이런 성과를 이룬 것이라 믿습니다.
만약 박 감독이 개인적 영예와 높은 연봉을 기대하며 선수들에게 그저 땀 흘려 뛸 것만을 주문했다면 다른 감독이 그렇듯이 박감독 역시 필연적인 실패를 안고 귀국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감독은 개인적 욕심을 마음에 담지 않았습니다. 낮은 연봉도 마다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베트남으로 왔고, 그리고 개인의 영예를 위해 싸우기 보다 베트남 축구 수준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 순순한 마음으로 헌신하였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 모두 개인적인 야심을 초월하고 희생과 헌신으로 팀의 승리를 원하였고, 한 단계 더 높은 스포츠의 영역에 다가서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들은 경건한 목표를 세우고 겸손하게 노력하고 나아갔습니다. 이런 고귀한 목표가 그들의 근육과 정신을 함양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정신이 하늘을 움직여 위대한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또한 우리 한국의 교민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고귀한 정신이 도출해내는 찬란한 성과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진정으로 감사할 경험입니다.
이 사건 이후 베트남은 이제 달라질 것입니다. 하나됨을 경험한 국민들은 스스로의 화합 뿐만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에도 의연한 변화를 보일 것입니다.
그 결과로 베트남과 한국은 새로운 관계의 격상을 경험하게 될 것은 확신합니다.
단순히 경제적 교류가 아닌 스포츠를 포함한 정서적 문화적 민간 교류를 통한 진정한 소통의 장이 펼쳐지는 그런 국면 말입니다.

이제는 우리, 베트남인과 한국인은 타인이 아닌 하나됨을 위해 나아갑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날 것을 믿습니다.
이곳에서 교민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씬짜오베트남 하노이판>을 시작하는 새해를 앞두고 모든 베트남인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 본지의 행보에도 좋은 신호가 되지 않을까하며 스스로 감사의 마음을 심어봅니다.
이 모든 상황이 새로운 희망을 안고 해를 넘길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승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다가오는 새해가 더욱 밝아짐을 느끼며 올해의 마지막 글을 접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 저희 씬짜오베트남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에 행운과 축복이 넘치도록 함께 할 것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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