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June 20,Thursday

민흥공단 건립자-이충근 회장

직접 찾아갑니다

한주필이 만난사람 01

베트남이 바꾼 운명을 놓지못하고 26년이 넘도록 베트남과 살아가는 한영민 주필.
그는 글쟁이라는 소리를 은근히 즐긴다.
20여년 호구책으로 사용한 무역쟁이보다는 어감이 좋은 탓이란다.
젊은 칼럼 리스트들이 그의 나이를 조심스레 묻고는 혀를 내민다.
글의 나이와 신체의 나이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둥…
그 철없이 젊은 글쟁이가 이제 사람을 만나러 나선다.
교민들이 만나고 싶은 인물을 찾아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내는 데는 한 주필의 베트남 경력이 한몫을 하리라는 기대로 이 코너를 마련했다.
독자들의 추천은 인물 선정의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호찌민 한인회 분규의 당사자 중 한 명 이충근 회장, 결단의 칼을 뺐다.
분규의 책임을 절감하고 무조건 사퇴. 기존의 회장단도 동반 사퇴를 요구
더 이상 호찌민 교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 표명

베트남에서 맞는 새해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자비심마저 일게 만든다. 아마 세상에서 이렇게 천대 받는 새해 새 아침도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마치 한 달 후에 다가올 더 큰 명절 뗏(설)을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한 날이 바로 양력 1월 1일이다.
베트남에 오래 생활하시는 분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연말연시를 이곳에서 보내려고 들린 사람에게는 그 새 아침의 썰렁함은 너무 낯설어 베트남의 겨울 더위마저 식힐 판이다.
그런 설렁한 연말답게,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까지 낯선 하노이 땅에서 이런저런 인터뷰를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호찌민은 역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평일보다 교통은 조금 붐비고 새해를 넘기는 시각에 터져 나올 불꽃놀이에 관심이 몰린 그저 조금 다른,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필자 역시 새해가 시작된다는 설렘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나이 탓이려니 한다.
하긴 새해부터 시작될 <씬짜오베트남하노이>에 모든 관심이 몰려있는 탓이기도 하다. 하노이는 진영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곳이다. 그 진영 논리를 깨기 위한 공동의 기사(記事)가 필요한데. 진짜 말을 탄 기사(騎士)가 등장한다.

이충근 회장, 그는 진짜 화제의 인물이다.
적어도 베트남 한인사회의 가장 큰 골칫덩이가 호찌민 한인회 분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아우성 속에 이충근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충근 씨의 호칭에서 제14대 호찌민 한인회장이라는 명칭을 생략한 이유도 바로 이런 분규의 여파다. 자신이 한인회장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양반이, 가끔 정의구현을 외치며 철없이 펜대를 휘두르다 전임 호찌민 한인회장들로부터 수차례 걸쳐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하며 한인회와 악연을 쌓아온 필자를,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날, 첫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다 .
그동안 한인회 분규 사태를 늘 관심있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태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이충근씨를 주저 없이 지목해왔다. 그가 11대 12대 회장으로 있을 당시의 미숙한 일 처리가 만들어낸 사단이 바로 지금의 한인회 분규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해 오던 인간을 만나는 이 회장의 입장도 그리 편치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홍승표 재 베트남 축구협회장과 함께 나타난 이충근 회장의 큰 풍채가 필자의 작은 방을 가득 채운다.

아무튼 어려운 발걸음을 했음이 분명한 이 회장, 그에게 우리회사의 일방적 손님 응대 방식인, 묻지도 달라지도 않은 머그잔의 커피가 무표정하게 던져졌다. 언제가 개선해야할 본지의 잘못된 문화다. 손님 취향을 무시한 커피, 그것도 멋대가리 없는 머그잔에 담긴 커피다.
송구함이 절로 일어 대화의 주도권을 양보할 정도다.

이충근 회장은 참 단순해보인다. 툭툭 던지는 말투에 별다른 생각을 감추고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듯하다.

느닷없이 본론에 들어가는 것보다 그가 마음을 열 만한 화제가 필요한 듯하여, 지난번 하노이 출장 시 그랜드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일을 상기하며 분위기를 풀어본다.
맛없는 커피를 마지못한 들이키던 그가 입을 연다. 그리고 그의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한참 들었다. 그는 사업에 관한 한 행운아다, 돼지농장을 세우려던 곳에 산업공단을 세운 것이 대박을 쳤다. 그것이 유명한 민흥공단이다. 민흥공단의 조성과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 자금력으로 베트남 전역에 걸쳐 한국 산업공단을 6개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분양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더불어 골프장도 하노이 근교에 세운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도 그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도처에 세워지는 산업공단 건립에 그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행보, 더불어 엄청난 부가 그를 따르는 듯하다..

베트남에 정말 잘 오셨군요, 그런데 그 많은 돈을 벌어 무엇에 쓰시렵니까?
약간 지시 어린 질문이 툭 던져진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최근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의 베트남지회를 맡게 되었는데 그동안 개인적으로 해오던 봉사 활동을 이제는 이 재단을 통해 체계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다, 돈의 위력은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쓰일 때 더욱 빛난다.
그런 얘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스친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음이 누그러졌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한인회 분규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왜, 이번에 이미 분규가 시작된 자리를 수락했나요? 안 해도 되는 분 아닌가요?
그리고 사퇴 얘기가 계속 흘러나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요?

음.., 그 당시 상황을 잘못 본 것입니다, 당시 비대위원들이 ‘당신이 뿌린 씨는 당신이 거두라’는 소리에 회장을 수락했죠. 그리고 모든 교민 단체들이 다 모여서 한 일이니 영사관의 동의는 당연히 있었다고 봤는데, 알고 보니 영사관에서는 인정 못 한다는 것입니다. 아예 관여를 안 하려고 합니다. 잘못된 선택이 분명해서 즉각적 사퇴를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시기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그는 이 분란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좀 억울할 수 있다.
비대위를 믿고 수락했는데, 실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빈 자루였다는 그의 입장에 공감이 간다. 암튼, 이 사태의 발단, 원인, 뭐 이런 거 다 차치하고, 이런 사태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지를 물었다.
호찌민 교민사회는 공식적으로 분규지역이 되고, 대통령 행사를 위시하여 공적 행사 자체가 호찌민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모든 행사가 하노이에 집중되면서 호찌민 교민사회는 공식적으로는 죽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한인회 분규사태에 대하여 입을 연 이 회장, 이 분규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있는 호찌민 교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이미 상황이 벌어지고 난 후, 마치 볼모로 잡힌 듯한 개인적인 억울함까지 포함하여, 그의 굵은 톤의 목소리가 작은 사무실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해서, 아무튼, 지난해 말부로 한인회장직을 사퇴했습니다 !”

지난해 말로 사퇴를 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해묵은 갈등을 새해에는 지고 가지 않게 되어 실로 반가운 일이다.
이 말에 이어 나온 이 회장의 사퇴의 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해봤고 회장을 사퇴를 하는 것이 개인의 입장에서는 너무 손쉬운 일이지만 일단 자리를 수락한 것이 자신의 책임이니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습니다. 교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교민의 힘이 어떻다는 것을. 교민들이 돌아서니 한인회장은 그저 빈껍데기만 남습니다. 교민들이 호응하지 않는 한인회장은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한인회장은 더 이상 저에게 어떤 의미도, 희망도 주지 못하는 자리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제가 사퇴함으로 교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일을 새해 새날이 되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고 지난해 넘어가는 시간에 회장단에게 사퇴를 알렸습니다.
제 개인의 사퇴뿐만 아니라 기존 회장단 모두 함께 사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준 분들에게 도리는 아니지만 이제 새로운 한인회라는 새 부대을 만들자면 그에 담길 새 술이 필요할 때입니다. 진짜 참신한 인물들이 필요합니다. 이제 저를 포함한 모든 과거의 인사들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한인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업이나 경제관련단체들도 다 함께 참여하여 진정으로 모든 교민을 대표하는 한인회가 재 탄생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사퇴를 하며 한인회의 발전을 위해 10억 동을 기부했습니다.
그동안 한인회를 꾸리기 위해 마련한 사무실을 정리하고, 또 저와 함께 수고한 회장단과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해오시던 재난상조 위원 등 음지에서 수고하신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반을 사용하고, 나머지 5억 동은 앞으로 새롭게 시작할 한인회의 건립에 사용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제 씬짜오베트남에 찾아와 공식적으로 그 사퇴를 밝힙니다.
앞으로 한인회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제가 하는 사업을 통해 그리고 최근 맡게 된 <사랑의 쌀나눔 운동 본부 베트남 지회>를 통해 그동안 은혜 입은 베트남과 우리 교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봉사할 것입니다.

감동적인 스피치였다. 적어도 그 말을 직접 듣는 필자의 느낌은 그러했다.
모바일 폰에 내장된 녹음 앱은 그의 전면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언은 필자의 예상을 넘었다.
그의 사퇴 얘기는 임기 초부터 꾸준히 흘러나오던 소리다. 교민사회의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회자되던 얘기지만 그 진위에 관한한 의견이 다양했었다.
이제 그의 사퇴의향이 결코 헛말이 아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이처럼 감동을 잘하는 필자, 인터뷰를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그를 빌딩 아래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차를 타기 전 그를 한참 포옹하며 무언의 존경을 표했다.

그의 발언 중에 나온 진출기업과 경제 관련 단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진정 공감이 가는 소리다. 그동안 진출기업에서 나온 파견자들이나 경제 관련 단체회원들, 그리고 우리 교민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금융, 항공, 여행, 운송, 식당 호텔 등, 수 많은 대 교민 사업체들은 이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자세를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 단체와 대교민사업을 양념처럼 즐기는 금융 및 대기업 파견자들, 그대들은 과연 이 교민사회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혹시 이미 형성된 교민사회의 단물 만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한인회의 분란이 자신들의 외면으로 그 도를 더한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드시는가?
한인회라는 소리만 들려도 마치 못 들을 소리를 들은 것처럼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교민사회 초기 한인회를 만들며 교민사회의 초석을 마련한 사람들이 바로 그대들이 백안시하던, 그래, 배운 것도 그리 깊지 않고 따라서 지적 수준도 높지 않은 주제에 목소리만 큰 자영업자 선배들이 맞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 선배들에게 기본적인 존경심을 가져야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선배들이 낮 선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금, 당신들의 사업 바탕이 되는 교민사회를 만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아무나 들어와도 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는 교민사회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그대들의 선배가 남의 땅에서 눈치 보며, 쓴웃음 삼키며, 땀과 눈물로 쌓아 올린 사회가 바로 지금의 교민사회다. 그리고 한인회의 인사들 역시 그런 선배들이다. 그런 선배들을 존중하지는 않더라도 백안시하지는 말자.
만약 그 선배들의 행태가 매끄럽지 못해 잡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야말로 그대들의 역할이 필요할 때 아닌가?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잘 훈련된 그대들이 나서서 그 잡음을 없애고 올바른 한인회를 만들어 이 교민사회를 더욱 발전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제, 한인회 분규 해결을 위한 큰 물꼬가 떠졌다.
왈가불가 말이 많았지만, 이충근 회장의 결단은 위대했고 칭송받아 마땅하다.

아마 이 분란의 한 축인 김규회장 측도 역시 새해를 맞아 뭔가 고뇌어린 움직임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 역시 혼자 남은 분란자로 기록되는 치욕을 새해에도 안고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새해 첫날이 베트남에서는 별로 큰 명절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세속의 인간이 그동안의 관례처럼 행하던 행실을 바뀌는 시점으로는 이만한 날도 없다.

어쩌면 이충근 측이나 김규 측이나 모두 이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질타의 대상이 되는, 허울뿐인 회장 자리에서 어떻게 물러날 것인가 고민을 하며 적절한 명분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단지 본지의 취재망에 이충근 측의 움직임만 운 좋게 잡혔을 뿐이다.

부디 두 사람 모두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이 분란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새해 새날에 교민에게 희망을 열어주는 위대한 인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태풍이 온다더니 바람만 분다. 오랜만에 느끼는 써늘한 기운에 소름이 돋는다.
날씨 때문 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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