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July 23,Tuesday

세큐리티, 아니 세이프티!

아이의 ‘세이프티 가드’ 인 부모, 그들의 웃픈이야기

남편과 나는 육아 방식에 있어 특히 사소한 부분에서 의견이 좀 다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거실에 길고 낮은 나무 테이블이 있는데, 아이들이 걷기 시작할 즈음 그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걸 한창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본인들의 등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딱 좋은 높이였으니. 애들이 올라가려고 할 때마다, 애들 아빠는 위험하니 못 올라가게 했고, 나는 자기들이 넘어져서 아파 봐야 정신차리니 그냥 두자고 했다. 소파 위에서 잠들겠다는 아이를 남편은 자다가 떨어질 수 있으니 바닥에 내려와서 자라고 아이들과 실랑이했고, 나는 그냥 두라고 옆에서 잔소리 했다. 자다 떨어지면 매트에서 자겠지, 잠투정하는 아이들과 무슨 실랑이냐고. 남편은 굳이 아프고 다칠 필요가 어디 있겠냐. 그러다 크게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는 입장이고, 나는 아이들은 아프고 다쳐봐야 위험한 것도 알고 조심하게 된다는 입장이었다.
수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물을 좋아하고 수영을 좋아했던 나는 아이들도 수영장에서 물 좀 먹어가며 수영을 배운다고 생각했고,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은 무릎까지 오는 어린이 풀장에도 아이들만 들여보내면 불안하다며 수영복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들어갔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우리가 한 번의 사건으로 합의점에 이르렀으니….

때는 2017년 1월 1일이었다. 4살된 우리 아이들과 호치민 근교의 리조트로 회사 연말 워크숍에 참석했다. 새해 첫날은 기분 좋게 수영으로 시작했다. 어린이 풀장과 연결된 어른 풀장을 왔다갔다하며 우리 식구는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남편이 시우를 안고 먼저 어른 풀장으로 들어가서 나와 시연이가 넘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풀장으로 걸어오는 나에게 옆에 아이를 가리키며 “이 애는 수영을 엄청 잘 하는 건가?” 한다. 그러고 보니 12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수영장 위에 둥둥 떠 있는데, 언뜻 봐서는 스킨스쿠버 자세인 듯도 하였다. 이상하다 싶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숨 쉬러 고개를 들지 않는 게 점점 이상하다 싶었다. “옆에 가서 한 번 찔러봐.” 남편은 확인할 겸, 슬쩍 밀어봤는데, 그 순간 우리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아이가 뒤로 뒤집어 지는 게 아닌가. 남편이 아이를 잡아서 물 위로 올리는데, 나는 그 아이의 눈을 봐 버렸다. 이미 힘없이 풀어진 눈. 나는 소리 소리 질렀다. “시큐리티 가드, 시큐리티 가드!”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아너이, 아너이!”를 목이 터져라 부르며 수영장 입구에서 타월을 나눠주는 곳에 있던 직원을 향해 뛰었다. 소리치며 뛰어가서 사람을 불러오기까지 고작 30초 정도의 시간이었을 텐데, 그 동안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미 죽었으면 어떡하지, 좀더 빨리 뒤집어 볼 걸, 도대체 애 엄마는 어디 있는 거야, 이 큰 리조트 수영장에 안전요원도 없는 거야 ….’ 까지.
내가 정신 없이 소리치며 뛰어가는 동안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엎드려놓고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몇 번을 세게 두드렸더니 아이가 물을 왈칵 쏟아냈고, 남편은 ‘아, 다행히 죽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힘이 쫙 풀렸다고 한다. 그 아이의 이미 풀어진 눈만 보고 사람을 부르러 뛰어간 나는 아이가 물을 쏟아내고 숨을 쉬는 장면을 보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아이는 수영장 타월에 돌돌 말려 엄마 품에 안겨 가족, 직원, 주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이가 살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 또한 다리에 힘이 쭉 풀려버렸다. 우리 가족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다 파악도 안 되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수영장에서 놀 기분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경황도 없었다. 일단 정신을 차리러 숙소에 올라왔다.
“애는 괜찮겠지?” “호흡이 너무 오래 정지되면 뇌 손상이 올 수도 있다는데, 우리가 좀더 빨리 확인해볼 걸…” “그 애, 지금 등이 엄청 아플 거야. 물 먹은 것 보다 등이 아파서 병원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수영을 잘 하나보다 하고 그냥 갔으면 어쩔 뻔 했어” “새해 첫날부터 이게 무슨 일이래” 서로가 놀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고, 결국에는 새해 첫날 사람 목숨 하나 살린 걸로, 좋은 일 한 걸로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도…. 계속 찜찜한 이 기분은 어떻게 설명이 어려웠다. 잠시 시간만 나면 나는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그 아이의 동공이 계속 머리 속에 떠올랐고, 남편은 그 아이를 툭 건드려봤을 때의 이상했던 기분과 좀더 일찍 애를 들어올릴걸 이라는 후회가 계속 든다고 했다. 남편은 이 찝찝한 기분을 털고 싶었는지 몇 가지 상상을 덧붙였다.
“알고 보니 아이 아빠가 거래처 사장님인 거야. 당신은 내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오. 올해 모든 오더를 당신 회사에다 주겠소!” 혹은
“이 큰 리조트에서 안전요원 없이 아이 한 명이 사고를 당했다고 하면, 이건 리조트 문 닫을 일 아닌가? 그러니 리조트에서 우리를 평생 VIP로 모시는 거지. 매 주말 스위트룸 무료 숙박 정도는 해줘야 하는데” 이런 식이다.
우리는 말도 안 되는 몇 가지 상상을 해 보면서 그 순간의 아찔함과 찝찝함을 잊으려 노력했고, 그런 상상 중에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아이들 돌보는 것이 나가서 돈 벌어오는 것보다는 쉽지 않냐고 생각한 남편은 아내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고, 수영장에서는 물도 좀 먹는 거고 뛰어 놀다 부딪혀 다칠 수도 있지 라며, 사고는 남의 일이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아내의 생각도 조금은 변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수영장에서만큼은 완벽한 수비를 펼치는 부부이다. 물가에서든, 물속에서든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누군가는 아이들을 꼭 지켜봐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하에 움직인다.
2017년 새해 첫 날 심장 떨리는 사건을 겪은 후 며칠 후, 문득 떠 올랐다. 안전요원은 ‘시큐리티 가드’가 아니라 ‘세이프티 가드’라는 걸…. 며칠 지나고 생각하니, 그날 그 수영장에는 아는 분들도 몇 있어서 갑자기 경비아저씨를 외치며 뛰어다닌 내 모습이 괜히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했다. 이불킥도 몇 번 하고, ‘얼마나 놀라고 정신이 없었으면~’이라고 합리화도 시켜본다.

아이는 만지고 부딪히고 다치면서 스스로 위험을 느끼고 배우고 대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보는 이의 부주의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호기심 많은 시연, 시우 두 아이를 키우는 일에 좀더 정성과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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