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5,Thursday

한주필이 만난사람 – 가나다 어학당 레휘콰 원장

박항서감독의 통역, 한국어 전도사

외유내강, 박항서 감독을 표현하는, 박감독 통역의 말이다.
콰교수로 불리는 그는 이미 본지를 통해 수차례 소개가 되었었다.
우선 그는 베트남인이 만든 한-베 대 사전의 저자다.
그리고 그는 일년에 약 2천명 이상의 한국어 학습 학생을 양산하는 <가나다 어학당>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 관한 책을 몇 권 쓴 지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에는 정주영씨의 전기 번역본이 있고 최근의 책으로는 박항서 축구 감독을 대상으로 한 박항서라는 책을 베트남어로 출간했다.
어떻게 그가 그 책을 쓸 수 있었는가? 그럴 수 있었던 사유가 있다. 그가 바로 박항서 감독이 처음 부임했을 때 부터 최근 아시안 컵 전까지 통역을 맡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어찌 본지와 같은 교민잡지가 관심이 가지 않겠는가? 그런 그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인터뷰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필자가 인터뷰 대상을 만나면서 마음이 바빠진다는 것은 소개할 것이 많다는 의미다. 우리 독자들에게 읽을 거리를 제대로 만들어 줄 만한 대상을 만났다는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다양한 이력사항 중에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의 통역이라는 역할이다. 그는 박감독이 부임할 당시 박감독과 한국 코치진을 위해 베트남 축구협회가 마련한 통역요원으로 박 감독과 선수들의 활약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입이 되어 준 인물이다. 그와의 대화를 일문 일답 형식으로 풀어 보고자 한다.


어떻게 박감독의 통역을 맡게 되었나요?
박항서 감독이 부임한다는 소리를 듣고 제 스스로 베트남 축구 협회에 연락하여 통역요원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물론 면접을 통해 자격을 인정받고 바로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어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어떻게 한국, 한국어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집안 내력인 듯합니다. 아버지가 베트남 전쟁 당시 국가 유학생으로 김일성 대학에서 8년 동안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돌아와서 교수를 하고 계신데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95년에 한국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공부를 마친 후 주 한국 베트남대사관에서 노무관으로 2003년까지 일하다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홍방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로 2년여를 일하다가 가나다 어학당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한국어를 베트남인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나다 어학당은 개인이 설립한 최초의 한국어 사립학원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어디에 소재하고 있습니까?
현재 호찌민에 7군데에 강의실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그 강의실에서 약 1천 여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50여명의 교사가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베트남에서는 붐을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한국어는 지금 베트남 전역 27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약 5천 여명의 학생이 공부할 정도로 베트남인들에게 가장 뜨거운 외국어입니다. 학생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우면 취업에 상당한 이점을 갖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테고, 일반인들은 한국의 드라마나 음악 등에 심취하여 한국을 더 알고 싶어서 배우는 듯합니다. 실재로 한국어를 전공하지 않고 배우는 학생이나 일반인들까지 다 합한다면 아마 일년에 기 만여명 이상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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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렇다면 한국어 보급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 혹시 한국정부나 기관에서 지원을 하겠다던가 감사장을 준다던가 하는 일이 없는가요?
하하 아직은 없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한국을 위해 수고한 베트남인을 위한 상을 하나 만들면 그 때 첫번째 대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자 이제는 요즘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의 통역으로 활약한 얘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박감독이 예상치 못한 성과를 이룬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에 원팀(One Team)이라는 사고를 주입시킨 것이 성공의 요인아라고 믿습니다. 원래 베트남 선수들은 발재간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축구를 사랑하던 친구들이라 공을 다루는데 익숙하지만 팀 플레이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가 없습니다. 경기를 지더라도 자신이 드리블을 잘해서 몇 명을 제쳤는가 하는 것이 선수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곤 했었죠. 승부를 위한 축구가 아니라 낭만적인 축구를 즐겼던 것입니다. 그것을 박감독이 축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11명의 팀이 하나가 되어 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를 위해 박감독은 엄격하게 지도했습니다. 연습 중에 선수들의 위치가 틀리면 그 자리에서 스톱을 외치고 잘못을 지적하고 다시 반복 연습을 시켰습니다. 사실 그렇다고 선수들이 금방 적응이 되는 것은 아닌데, 처음 성과가 너무나 좋았지요. 23세 선수를 이끌고 중국에서 이룬 성과는 박감독의 지시에 대한 신뢰를 심어 주었습니다. 박감독이 운이 좋았던가 선수들이 잘 따라주었던가 한 것입니다. 그 후로는 순탄하게 진행된 셈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처음 박감독이 부임할 때 사실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선수들도 알고 있었을 텐데, 선수들이 박감독의 말을 처음부터 잘 따르던가요?
박 감독이 운이 좋다고 한 이유는 베트남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착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을 하면 군소리없이 한다는 것이죠. 서양선수들의 경우는 자신들이 아는 지름길을 가고자 하는 반면 베트남 선수들은 절대 그런 지름길을 택하지도 않고 기본적으로 그런 요령을 모릅니다. 아직 순진한 상태의 선수들인 셈이죠. 그래서 승부에 관계없는 낭만 축구를 즐기다가 박감독에서 이길 수 있는 축구를 배우고 바로 습득을 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박감독이 전부 선수 하나하나를 다 지도할 수는 없죠. 전체 연습을 할 때는 박감독이 직접 관리하지만 개인 연습이나 부분 연습에는 이영진 코치와 배명호 코치 그리고 베트남 코치 2명이 관리합니다. 그들이 실제로 많은 고생을 했으며 그들에 의해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감독에게만 영광이 돌아가는 듯하여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들의 노고 또한 치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감독이 정작 게임에서는 어떤 말을 했나요?
박감독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도한대로 축구를 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즉 그렇게 축구를 하면 져도 후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이기고 그 승리가 선수들을 고무시켜 더욱 발전된 축구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짚을 만한 얘기가 있는데, 박감독은 정직한 축구만을 가르칩니다. 축구 외의 요령에 대하여 지도하지 않으니 선수들이 승리를 지키기 위한 게임 운영이라던가 하는 노련함이 없습니다. 게임 상황에 따른 포메이션 변화라던가 하는, 게임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요령도 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역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말을 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화의 차이로 인한 오해를 막는데는 곤욕을 치뤘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뭔가 주문하거나 지시하면 바로 바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베트남사람들은 그렇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니 한국 코치진은 제가 말을 잘못 전한 것은 아닌가 싶어 되묻고, 저는 또 베트남 사람에게 채근을 하고 하는 일이 반복되었는데, 이는 서로 문화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겠네요. 콰교수가 보는 한국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예. 한국사람들을 주로 접촉해왔으니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장 단점이 있지만 우선, 한국인은 참 성실합니다. 그리고 책임감도 강하여 자신이 맡은 일을 절대 미루거나 남에게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런 성실한 성품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격이 엄청 급한 것은 상황에 따라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는 듯합니다. 한국인의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보기에도 훌륭한 민족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버님이 김일성 대학에서 공부를 하셨다고 하니 북한 사람들도 잘 알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버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기본적으로 한국사람들은 같습니다. 역시 성실하고 강한 책임감과 추진력을 갖고 열심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은 다른 민족보다 두배로 긴 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인들은 책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 사람에 비해 독서량이 상당하고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합니다. 서울 시내에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에 대형서점이 자리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 교보문고를 칭하는 듯)

최근에 한국인 감독들이 베트남에 진출을 합니다 그전에도 진출을 했었죠. 그런데 박감독과 같은 성공을 이루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동안 한국인 감독들이 주로 클럽팀 감독을 맡았고 지금도 정해성 감독이 황안잘라이 축구팀을 이끌고 있는데 클럽팀감독은 대표팀 감독과는 달리 자신의 축구 철학을 주입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표팀은 단기간에 복수의 선수를 뽑아 자신의 뜻을 따르는 선수를 쓸 수 있지만 클럽팀은, 보유한 선수로 운영을 해야 하니 맘에 안든다고 바꾸는 것도 용이하지 않습니다. 또, 단기간 성과로 감독의 연량을 평가하는 대표팀 감독과는 달리 시즌 내내 팀을 꾸준하게 꾸려야 하니 선수들 컨디션 관리가 훨씬 힘듭니다. 그래서 클럽팀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기가 대표팀 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아하 그런 차이가 있겠군요. 흥미로운 관찰입니다. 박감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박감독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통역을 하면서 어떤 보람이 있었습니까?
박감독은 좀 수줍음을 많이 탑니다. 그래서 말을 짧게 하는 편인데, 저는 그 행간을 읽어 풀어서 얘기해야 하곤 했죠. 그런 반면, 그는 적어도 축구에 관한한 확고한 철학, 양보하지 않는 신념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 확고함이 선수들에게 감독에 대한 믿음을 주는 듯합니다. 그런면에서 박감독은 한마디로 외유내강의 인물입니다. 통역을 하면서 얻은 보람이라 하면 귀한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온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묶는 일에 제가 참여했다는 체험은 제 인생에 잊지 못할 귀한 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번에 『박항서』라는 제목의 책을 베트남어로 출간하셨던데 반응이 어떻습니까? 한국어로 출간하실 계획은 없나요?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출간은 감독님에게 물었더니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거절을 하셔서 아직 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쓰시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하시는 듯합니다. 가나다 어학당 말고 하시는 일이 무엇인가요?
지금 준비하는 것은 가나다 어학당을 확대하며 베트남와 한국어를 함께 가르치고 언어뿐만이 아니라 양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원 역할을 할 생각으로 준비중입니다. 사실 한국사람들이 이곳에 오래 살아도 베트남 진짜 문화를 잘 모릅니다. 베트남인도 마찬가지죠. 한국어를 배워도 한국의 속살을 잘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양국의 진정한 이해증진을 위해 양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 외에 한국으로 유학가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한국에 보냅니다. 주로 순천향대학과 명지대학에 학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필자가 별로 반기지 않는 인터뷰 형식이 바로 이렇게 질문과 답이 줄줄이 이어지는 형태다. 그렇게 반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가능한 그의 말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탓이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인물이다. 그것도 한국과 더불어 일하며 자신의 생을 가꿔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말 한마디가 귀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에 언급했듯이 한국인에게 진정한 베트남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얘기를 직접 하고 싶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표피적인 지식말고 서로를 깊이 이해 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를 알리고 싶은 탓이란다.
그래서 인문학 강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코참 산하 리더스 클럽에 연결하여 강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3월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교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대대로 한국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는 콰교수, 앞으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교민사회에 결코 낮설지 않은 인사로 등장하는 듯하다. 본지와 연을 맺으며 교민사회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콰교수, 그의 한국 사랑으로 맺어진 귀한 인연의 끈은 새해들어 더욱 끈끈하게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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