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September 22,Wednesday

[컬럼] 육아에도 마감이 있나요?

 

예전의 나는 (육아에세이에서 ‘왕년’ 또는 ‘예전’과 같은 단어는 아이가 없던, 엄마가 되기 전의 시절을 뜻한다^^) ‘제법 끈기 있고 성실하며 한 가지 일을 시작했으면 쉽게 그만두기 보다는 끝까지 해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여성이었다’ 라고 기억한다. 취미로 시작한 수영을 꽤 오랫동안 했지만, 왼쪽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대학 다닐 때에는 영어 학원 근처도 안 갔지만, 일 하던 중 어느 날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화상영어를 1년 가까이 하기도 했다. 당시 룸메이트였던 친동생은 이렇게 꾸준히 하는데도 영어실력이 늘지 않은 것이 더 놀랍다고 했다. 독서왕을 꿈꾸던 시절에는 독서 후기를 공책 2권 분량이 되도록 열심히 쓴 적도 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고, 재미가 있으면 오래 꾸준히 하는 끈기도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왕년의 나의 스타일과는 달리, ‘하다가 마는’ 일의 연속으로 느껴졌다. 신생아 시기에는 자다가도 2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수유를 해야 하니 ‘자다 말다’, 이제 정신 차렸으니 아침 좀 먹어볼까 하는데 한 놈이 울기 시작하면 달려가야 하니 ‘먹다 말다’, 한창 기어 다닐 때는 엄마 화장실도 못 가게 하고, 엄마 볼 일도 문 열어놓고 하라고 떼쓰니 ‘싸다 말다’, 오늘은 간만에 엄마들 모임에 가 볼까 하며 씻고 화장하고 옷 입고 하는 중에도 몇 번씩이나 부름을 받으니 ‘입다 말다’, 둘째 임신 중이었던 내 친구는 오랜만에 시내 외출이라며 예쁜 옷 입고 곱게 화장하고 큰 애 데리고 나왔는데, 카페에 앉아서 보니 남편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질 않나. 이렇게 ‘먹고 자고 싸고 입고’ 와 같은 기본 의식주와 관련된 ‘하다가 마는’ 시기는 돌 전후로 많이 사라졌지만, 아이들이 6살이 된 지금도 나의 ‘하다 말다’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같이 식탁에 앉아 스스로 식사를 하니 시간마다 수유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아이들의 화장실 신호가 부모의 식사시간을 피해서 오는 게 아니다 보니, 밥 먹다가도 애들 응가 뒤를 닦아주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거의 어른 식사나 다를 바 없이 잡식으로 이것 저것 다 먹으니 뒤처리 하며 냄새를 맡고 나면 밥 맛이 뚝! 떨어지는 건 내 자식 똥이 아무리 예뻐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 재워놓고 맥주 한 캔 들고 밀린 드라마 시청을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혜나를 죽인 범인데 대한 단서가 나오려는 찰라, 한 놈이 앵~하고 깬다. 옆에 누워서 토닥토닥하면서 ‘내 기필코 잠들지 않으리라. 나가서 계속 보리라’ 다짐하건만, 눈 뜨면 이미 새벽이다.
그래, 드라마는 애들 재워 놓고 연속해서 보기로 하고 다같이 책이라도 읽자며, ‘엄마는 엄마 책을 읽을 테니, 너희는 너희들 책을 읽거라’ 하면, 5분도 채 못 되어 ‘엄마 책 같이 읽어요’ 라며 옆에 앉는다. ‘나도 읽을 수 있어요. 이건 무슨 그림이예요. 어, 이거 유치원에서 배운 글자인데…’ 등등등 말이 많다. 잠도 안자는 애들 두고 독서는 무슨, <용감한 리리>나 갖고 오너라 하고선 ‘꽥꽥! 목청이 터지도록 오리 흉내를 내주면 애들은 신이 난다.
유치원생 시기에는 또 다른 ‘먹다 말다’, ‘보다 말다’, ‘읽다 말다’ 의 ‘하다 말다’ 시리즈를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에세이도 앉아서 한 번에 좌르륵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이틀째 열감기를 앓고 있는 딸의 체온도 수시로 재 봐야 하고, 해열제 약 기운이 떨어질 때가 되면 약도 먹여야 하고, 약 먹고 땀이 나면 방이 너무 덥거나 춥지는 않은지 확인도 해야 한다. 그래도 많이 힘들어하지 않고 쌕쌕 잘 자주면 오늘 밤 안에 글을 마무리 하고 마감 시간 전에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볼 뿐이다. 만약 ‘쓰다 말다’를 해야 한다면, 이 글은 저장 후 다시 열어 고쳐 써야 하겠지만.
내 글은 임시저장하고 다시 고쳐 쓸 수 있다지만, 엄마의 시간은 저장할 수 없으니 나의 하루는 무엇인가를 계속 하다가 말고 끝나는 느낌이다. 아이들에게도 기다리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엄마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게도 했지만, 그런다고 나의 일과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1만시간의 법칙(The 10,000 Hours Rule) 에 따르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데,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가, 새로운 언어 습득, 습관 바꾸기 등에도 1만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왕년의 끝맺음이 확실했던 J여사도 1만시간 이상을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다 보니 이제는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육아에세이를 원고 마감에 맞춰 강제로(?)라도 써야 하니, 이 일은 마침이 있고 인쇄되어 나오니 결과물도 있어서 요즘 내가 하는 활동 중에 제법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유치원에 가고, 많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다시 한 번 1만시간을 들여 나의 새로운 습관을 들여볼 때가 된 듯도 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 돌보랴, 일하랴 ‘하다가 마는’ 일은 더 많고 정신 없이 살아가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 볼까, 애들 유치원 간 사이에 할 수 있는 취미, 자기 계발,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을 시작한다. 그 보다 더 먼저, 어떻게 하면 이 글의 마무리를 멋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어제 밤에 시작한 글쓰기는 하루가 지나도록 끝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알람이 울린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픽업하러 가야 한다. 아무래도 이번 글도 멋진 마무리는 힘들겠다.

 

J.Saigon | #호치민 #육아 #남매 #쌍둥이맘 #10년차 #별의별 경험 #육아책 읽는 #전공은 문학 #알고 보면 체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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