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October 21,Wednesday

[한주필이 만난사람] BIDV 이민섭 상무

직접 찾아갑니다 —————————————————————————–

[한주필이 만난사람] 베트남이 바꾼 운명을 놓지못하고 26년이 넘도록 베트남과 살아가는 한영민 주필. 그는 글쟁이라는 소리를 은근히 즐긴다. 20여년 호구책으로 사용한 무역쟁이보다는 어감이 좋은 탓이란다. 젊은 칼럼 리스트들이 그의 나이를 조심스레 묻고는 혀를 내민다. 글의 나이와 신체의 나이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둥 …. 그 철없이 젊은 글쟁이가 이제 사람을 만나러 나선다. 교민들이 만나고 싶은 인물을 찾아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내는 데는 한주필의 베트남 경력이 한 몫을 하리라는 기대로
이 코너를 마련했다. 독자들의 추천은 인물 선정의 우선 고려 사항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진정한 베트남 현지화를 이룬 인물,

베트남 진성라인의 안내자

베트남의 산업은행 BIDV 의 유일한 외국인 임원

이민섭 상무

최근 베트남이 한국인에게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정치가 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그 여파로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모두 살길을 찾아 나서는 모양새다. 그 결과 한국의 7000여 개의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을 하고 무려 20여 만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에 거주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어쩌면 한강의 기적이 다시 한번 베트남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현상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성공을 기약하며 몰려드는 한국인들, 이들은 과연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는가?
여기 흔치 않은 방식으로 베트남에서 제 2의 삶을 꾸려가는 이가 있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그를 소개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현지화를 이룬 몇 안 되는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이국 생활에서 가장 성공적인 안착을 보장하는 현지화. 그 현지화를 이룬 인물을 살펴보자.
베트남의 기업은행인 BIDV에 근무하는 유일한 외국인 근로자인 이민섭 상무, 그를 찾아 하노이 구도심에 위치한 BIDV 은행 본점을 찾았다.

전화로 몇 번 통화는 했지만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짙은 쌍꺼풀의 얼굴에 베트남 공무원식 헤어 스타일, 정장을 하지 않은 캐주얼 웨어의 인물이 회의실을 들어설 때 이 사람이 우리가 찾는 이민섭 상무인가
아니면 베트남 직원인가를 짐작하느라고 잠시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렇게 이민섭 상무는 현지화를 이룬 인물이라는 이 기사의 소재에 어울리게 그는 이미 외향적으로도 베트남화 되어 있는 듯하다. (별로 좋아 할 소리는 아닐 수 있다.)

BIDV의 이민섭 상무, 어떻게 한국인이 베트남의 국영 은행에 적을 두고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한국기업을 연결하는 업무인가?
이런저런 궁금증을 갖고 있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하나씩 풀어보자 하며 마음을 다짐해보지만, 아직도 참는 훈련이 덜 된 인간이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묻는 첫 질문이 어떻게 이곳에서 근무하게 되었는가다.
그가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두산그룹의 직원으로 베트남 중부 광하이 지역에서 근무한 것이 시작이다. 3년 여의 근무를 마치고 영국으로 건너가 유럽지역의 두산 자회사를 관리하다가 51세에 명퇴를 한다. 조기 명퇴 후 한국에서 1년여를 보내다가 베트남에서 근무할 당시 상사로 모시던 류항하(전 두산 베트남 법인장 및 전 하노이 코참 회장)씨의 추천으로 BIDV 은행에 입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BIDV에서 코참과의 논의 중에 한국인 직원을 추천을 의뢰하자 류회장이 두산에서 자금을 담당하던 이민섭 상무를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연유로 2016년 9월 BIDV에 입사한 이민섭 상무, 초기에 당연히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어려움은 이 상무 본인으로 인함이 아니라 오히려 BIDV본사에 있었다.
BIDV입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정식으로 고용한 것이 처음이라 아무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초기 급료를 결정하는데 걸린 시간도 3개월이다. 그런 결정이 내리기까지의 3개월 동안은 월 1500불의 임시 급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6개월 후 적정 급료가 책정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일에 대한 디테일이 정해지지도 않았고 아무도 참여하는 이가 없었다.
혼자 외톨이로 모든 업무를 스스로 개척하며 실적을 만들어 가야 했다. 그렇게 보낸 게 벌써 3년 차다. 이제서야 업무에 익숙해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눈을 떴다고 한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왜, 이 은행을 거래해야 합니까?

제가 하는 일은 진출 한국 기업을 유치하는 일인데,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실 일반적인 은행거래에 대하여 BIDV가 갖는 특별한 장점은 별로 없지요. 한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게 한국인으로서는 여러 가지로 편한 게 사실입니다. 언어 문제도 그렇고, 일단 기본적으로 익숙하다는 점에서 한국계 은행이 편리하지만, 은행으로부터 정보를 취득하거나 상위 네트웍을 형성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이 은행을 거래하라고 권유하면서 내세우는 점은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보에 접근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부지를 찾는다던가 하면 한국 사람의 경우 공개된 정보만을 취득할 수 있고 비공개적으로 베트남인들 사이에만 회자되는 케이스는 알아 볼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귀한 물건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회전하고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기본적으로 그런 정보에 접근할 길을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지 은행과 거래하게 되면 이런 정보를 접근하는데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네요, 그런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죠. 그것만 해도 이유가 되긴 하네요.
그런데 이자율이나 뭐 그런 눈에 보이는 차이점은 있나요?

실제로 눈에 보이는 차이점이나 잇점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은행이 다 대동소이합니다. 단지 국영기업이다 보니 베트남이 망하지 않는 이상 BIDV에 맡긴 자금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이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공통 목표는 현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현지 은행을 거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 상무를 인터뷰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현지화를 이룬 인물.
바로 그 현지화를 이룬 이 상무가 이제 진출기업들에게 현지화의 첫 걸음으로 알려주고 있는 셈이네요.
그런데 그 정도의 잇점, 어쩌면 그럴 수 있다는 불투명한 기회를 위하여 언어의 불편이나 인적 관계로 인한 유리점을 포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엄청난 기회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몇 년 지나다 보니 베트남에 형성된 또 다른 네트웍이 보입니다. 바로 베트남 상류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웍입니다. 이 은행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갖고 있는 네트웍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예를 들어서 여기 근무하는 직원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근무 시간에는 은행에서 일하지만 대부분 개인적으로 별로의 라인을 갖고 개인적인 일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 개인적인 라인이 진짜 알짜배기 라인입니다. 그런 알짜배기는 공개적으로 접근이 불가합니다. 그런 네트웍에서 다루는 물건들은 그들의 멤버가 아니면 인지조차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은행을 거래하게 되면 그런 네트웍의 존재를 알 수 있고 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갖 은행직원이 그런 라인에 접근할 수 있지요?
은행에 근무한다는 것 정도로 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은데.

이 은행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상위 신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라에서 공식적인 행사가 있다고 하면 거의 모든 직원이 책상을 비웁니다. 거의 모든 직원이 그런 행사에 관련이 있는 개인신분을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애국심도 각별합니다. 국가대표 축구시합을 보면 마음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퇴근할 때는 대부분 자기 승용차를 몰고 다닙니다. 그만큼 집안에 여유가 있고 자신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할 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강합니다. 그들이 갖는 백 그라운드는 일반인의 예상을 넘어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가 갑니다. 진짜 알짜배기는 따로 도는군요.
은밀하게 거래되는 부동산 정보라던가 공개된 정보에 숨 드러나지 않은 내막을 알 수 있겠군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군요.

그래서 저는 이런 라인의 끝자락이라도 앉아 있다는 점에서 이 일이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네트웍을 한국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안내 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직장이기에 맛볼 수 있는 보람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인 동료가 하나도 없는 외로운 상황이지만 그런대로 위로를 갖습니다.

 

현지화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실례라고도 볼 수 있군요.
이 상무가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고 그 실적을 제대로 남긴다면 베트남 은행에서 너도 나도 한국 고객을 위한 한국인 직원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으네요. 보다 좋은 실적을 남기시기 기대합니다.
그런데 실적에 대한 목표치가 있나요?

당연히 있지요. 저는 베트남 직원들과는 달리 특별한 급료를 받고 있는데 그 급료를 그냥 주겠습니까? 이들이 처음에 저의 급료 책정이 늦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들의 결재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처음으로 채용한 외국인에 대한 급료처럼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하죠. 또 한 가지는 저의 실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이 코리안이 봉급값을 하고있는가 확인하고자 함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얼마를 주겠다고 정하지 않습니다. 목표치를 주고, 하는 만큼 급료에 반영하는 듯합니다. 다행하게도 제 급료가 조금씩 올라가 정해지는 것은 보면 제가 나름대로 선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듯합니다.
말씀을 종합하여 본다면 우리 진출기업들은 주거래 은행은 한국계 은행으로 두더라도 현지 은행과의 거래를 일단 트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은행을 선정하는데 별다른 고민이 없는 듯한데 사실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제 사무실 옆에는 몇몇 일본인 친구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이 은행 직원은 아니고 일본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아 이 은행과의 거래를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은행 업무 전문가들이죠. 이렇게 은행 거래마저 일본 친구들은 전담 요원을 두던가 아웃소싱을 의뢰하던가 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선정하여 좀 더 유리한 거래를 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도 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의 일원으로 근무하다 왔는데 은행 업무가 낯설지 않던가요?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두산에서 제가 한 일은 인력관리와 자금관리였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일이란 자금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자금 담당의 일이란 어떻게 자금을 배치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점인데 그런면에서 두산에서 10년 동안 자금을 관리한 경험과 이일이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이라면 제 위치가 한국 고객과 베트남 은행의 중간에서 이들을 조율하는 일인데 서로 문화가 달라서 애를 먹습니다. 한국 고객들은 한국에서처럼 즉각적인 일 처리와 반응을 기대하고 있지만 베트남 은행은 그런 한국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중간에서 이를 조율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다른 두 문화의 충돌 접점에서 살다보니 자꾸 머리가 벗겨집니다.

 

두산의 근무지는 중부 지방의 광하이라는 외진 곳이었는데 이곳 하노이와는 뭔가 좀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노이 생활은 어떻습니까?

이곳 하노이에 오기 전까지 저는 베트남을 남부 사람들을 위주로 그 모습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시골에서 살다 보니 그들의 순박함에 빠져있었고 그런 모습이 베트남이려니 했는데 이곳에 오니 상당히 다릅니다. 특히 하노이는 남부와는 너무나 달라 한동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곳은 속을 모를 어른들의 세상 같습니다. 그동안 순박한 어린이들과 살다가 어른들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죠.
또, 이곳의 전혀 다른 날씨도 그런 내 낯섦을 키우는데 한몫 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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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세월을 베트남에서 보내고 귀국한 후 베트남에서의 맺은 인연으로 다시 베트남 현지 은행에 취업하며 또 다른 베트남 네트웍의 위력을 경험하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는 그는 행운아다.
그야 말로 베트남의 귀족 라인을 맛보며 베트남의 진면모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는 이민섭 상무, 후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의 하나인 두산에 입사한 인재다.
한국의 수많은 인재들이 현재 조기퇴직이나 은퇴 후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이럴 때 붐을 이루며 다가온 베트남은 우리에게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치 경제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좁은 한국을 벗어나 이런 새로운 시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 믿는다.
이참에 이런 한국의 인재들을 활용하는 인재 수급의 역할을 하는 단체가 나타난다면 그 또한 한국인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베트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한국은 지금 어떤 상황에 빠졌을까 하는 회한의 느낌이 스며든다.

무거운 장막 속에 가리워진 베트남이 진성라인에 대한 얘기를 들은 탓인가, 하노이의 하늘도 짙은 구름 사이로 살포시 따스한 햇살을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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