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July 23,Tuesday

당연함에 대한 의문

지난주 코참의 총회가 있었습니다.
코참은 지난 3월 21일, 제11대 회장단의 회기를 마감하고 12대 회장단을 출범시키는 총회에서 12대 회장으로 11대에 수고한 김흥수 회장의 연임을 통과시켰습니다.
김흥수 회장은 신임인사에서 11대 회기를 마치고 12대 회장은 젊고 능력 있는 분에게 넘기고 싶었으나 선뜻 나서는 분이 없어서 자신이 다시 맡게 된 과장을 밝히며 이제 코참은 조직을 관리할 줄 아는 젊은 피가 나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의 급속한 관계발전으로 인해 코참의 업무가 많아짐에 따라 그에 부응하는 코참의 조직 강화를 최우선과제로 삼겠다는 선언하였습니다.
호찌민 한인회의 분규로 코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 다시 코참 회장을 맡게 된 김흥수씨의 행보에 교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 총회 막바지에 지난 회기 동안 수고하신 분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예년과는 달리 이번 해에는 그 순서에서 교민언론에 대한 감사패 전달이 있었습니다. 씬짜오베트남을 비롯하여 호찌민에서 활약하는 굿모닝 베트남, 라이프 프라자 그리고 베한 타임즈가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본지가 베트남 최초의 교민잡지라는 명함으로 교민 사회에 등장한 지 무려 18년 만에 처음으로 교민 단체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것입니다. 처음있는 일은 항상 의미가 깊은 법입니다. 저희 교민 잡지 발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제야 비로소 교민언론의 역할을 인정받는 듯하여 내심 미소가 흘렀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 왜 이제서야 이렇게 인사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함이라는 무신경에 묻혀버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민언론이 교민단체의 소식을 게재하는 것이 당연한 일 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의무사항이 되지는 않습니다. 교민소식에 게재하는 각급 단체의 소식 중 특히 코참의 경우 거의 대부분 데스크라인을 무사통과합니다. 보도자료를 보내주면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게재합니다. 다른 잡지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만큼 코참이 교민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라는 의미입니다.

“ 어느 사회든지 언론의 기능은 사회의 비판과 감시입니다. ”

베트남에서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잡지사들은 전부 자신들의 돈과 시간을 들여 기사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여 코참을 비롯한 교민 단체의 소식을 무상으로 게재합니다. 그렇다고 코참이나 기타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원은 커녕 지금까지 아무런 인사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교민 언론종사자 역시 그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자각으로 별 생각없이 넘겨왔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뭔 감사, 그런 거죠.
그런데 김흥수 회장이 그 당연함에 잠시 의문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교민언론에 대한 감사패가 그의 의문의 결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그런 의문이 교민 잡지사들에게 코참의 역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드는 순작용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교민 잡지에서 코참의 기사가 더욱 더 빈번하게 나오겠구나 하는 예상을 하게 만듭니다.
세상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 당연함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정적 당연함도 만연합니다. 돈이 없는 자는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고, 힘없는 자는 사회의 부조리를 그저 참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고, 여자는 남자보다 사회적으로 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인간은 하루에 세끼를 먹는 것이 당연합니다.
세상은 이런 당연함에 의문을 던지며 저항한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고 변화했습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지극히 당연함에 의심을 품은 사람에 의해 중력이 발견되었고, 태어나면서 부터 신분이 정해져있다는 당연한 사회적 규약에 의문을 던진 사람들에 의해 인간은 좀 더 평등해졌고, 돈이 없다면 빈곤한 삶을 참아야 한다는 당연함에 저항한 사람들에 의해 혁신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힘없는 자는 사회의 부조리를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 사람들에 의해 인권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는 관습에 저항한 여성들에 의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습니다.
그것 만일 까요, 인간은 새처럼 나를 수 없다는 당연한 생각에 의문을 가진 이에 의해 비행기가 탄생하였고, 전화는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깬 사람에 의해 목소리뿐만 아니라 영상도 전하는 스마트 폰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모든 당연함에 던진 의문으로 이 세상은 발전하였습니다.

씬짜오베트남 하노이판이 출간된 지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하노이 교민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팽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해지는 교민사회 답게 하노이에는 이미 베트남에서 발행되는 모든 잡지가 경쟁을 벌이며 치열한 광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지난 18년 동안 그래왔듯이 언제나 교민들의 현지 생활에 필요한 기사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원칙을 바탕으로 격주로 책을 만들며 교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좀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하노이 한인회가 만드는 한인 소식지라는 한인 회보가 일반 상업지처럼 교민들이 만드는 잡지와 경쟁을 하며 하노이 교민사회의 매체 광고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교민 보호를 존재 이유로 출발한 한인회가 교민들이 하는 사업과 상업적 경쟁을 하는 구도에 대하여 의문을 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역시 놀라운 일입니다. 오랜 세월의 왜곡된 상황이 당연함으로 인식된 듯합니다.

한인회라는 단체의 역할은 교민들의 불이익을 막고, 권리를 보호하고, 우리 교민의 공동의 뜻을 현지 기관에 제시하는 등, 교민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민 대표이자, 대 교민 봉사단체입니다. 그래서 세계 한인회의 모든 정관에는 “한인회는 회원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순수봉사단체다”라는 사실이 명기되어있습니다.
해외 한인회란 공권력이 없는 민간정부와 같습니다. 설사 공권력이 없어도 봉사단체라는 성격은 바뀌지 않듯이, 공권력이 없다고 상업단체가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공권력이 없다고 한인회가 자신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스스로의 언론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만약 이런 구조적 모순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교민에게 돌아갑니다.

한인회가 자체적으로 교민사회의 가장 큰 매체를 갖고 언론 역할을 자임한다면 누가 그들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습니까? 또한 교민을 보호하는 명문으로 설립된 대표기관이 교민들과 상업적인 경합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민간정부가 수익을 위하여 대형식당을 경영하며 시장을 독점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부조리한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목적이 공익이라면 수단도 그에 부합해야 합니다.
교민 잡지를 만드는 교민 종사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표기관과의 상업적 경합을 원치 않습니다. 그것은 기본 윤리가 무너진 사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인 단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교민이 만드는 교민 잡지사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묵인되어 단체의 존재 사유 마저 잊게 만든 그 당연한 부조리에 의문을 던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문을 교민들과 공유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당연함에 대한 의문, 이것이 바로 사회를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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