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September 16,Monday

소요 비빔밥

참빛타워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은 점심때가 되면 고민이 많아진다.
‘오늘을 뭘 먹지?’ 미딩이나 쭝화가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택시를 타고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오면 커피 한잔하기에는 빠듯하다. 그래서 회사와 가까운 곳을 전전하게 된다. 다행이도 도보 5분 거리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고 식당가가 꽤 있다. 유딕 콤플렉스 안에는 커피점, 일식, 양식, 베트남 요리가 골고루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하면 바로 눈앞에 소요 비빔밥이 있다.
비빔밥과 불고기, 육개장과 잡채와 파전. 물리지 않고 무난하게 자주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사진과 함께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나물을 단품 메뉴로 팔고 있었다.
엥? 나물을 밑반찬이 아닌 메뉴로 판다고? 얼마나 자신 있길래 메뉴로 내놓았을까 궁금하여 삼색나물을 하나 시켜 보았다. 소복하게 담겨 나온 나물을 입에 담으니, 고사리는 까맣게 바싹 마르고 질겨서 제사 때 아니면 손이 안 가던 음식 중에 하나였는데, 내가 아는 그 고사리가 아니었다. 적당히 물기를 품고 통통하게 올라온 것이 잡채 당면만큼 부드럽고 쫄깃하고 느껴졌다. 그리고 새우가 잘게 잘려서 양념으로써 식감을 더해주었다. 취나물은 쓴 내 없이 촉촉한데 마늘 맛이 슴슴하게 어우러져 물리지 않았다. 새하얀 숙주에 통후추를 잘게 직접 갈아서 후추 향이 텁텁하지 않게 식감을 자극했다. 이 집이 나물 장인이었네! 젓가락질이 빠르진 않지만 멈추지 않았다.

고향의 맛을 그대로 전해주는 전남 구례의 ‘나물’님
‘사장님 쑥부쟁이가 뭐에요?’
낯설은 메뉴가 하나 있길래 친구가 먹어보지는 못하고 전주비빔밥 하나를 시키면서 사장님께 슬며시 물어보았다. 쑥부쟁이는 여러해살이풀로 국화과에 속한다. 어린 순은 데쳐 먹거나 볶아먹는다 한다. 아, 시골길에 코스모스인지 국화인지 구분 못하고 무심히 스쳐지나가던 그게 쑥부쟁이구나 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들으니 궁금증이 또 하나 생겼다.
‘사장님 베트남에도 쑥부쟁이가 있어요?’ 사장님이 나즈막히 웃으며 대답해주셨다. ‘저희는 전남 구례에서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을 먹고 자란 고사리와 취나물, 쑥부쟁이를 직접 캐고 말려서 항공으로 가져와요.’ 최대한 맛을 살리기 위해 MSG도 일절 쓰지 않고 10가지 채소를 이용해서 만든 맛간장과 소금, 간장만으로 맛을 낸다고도 했다. 사장님이 재료비가 슬슬 걱정되어서 다시 물어보았다.
무엇보다도 항공으로 모셔오는 ‘나물’님의 가격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타국에서 고생하는 교민들한테 고향의 맛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서 계속 모셔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전주비빔밥과 다르게 소고기도 넣지 않고 계란 후라이를 올려주는데 이것도 미리 말하면 빼준다고 했다. 채식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셨다가 꼭 말씀하시면 된다.
비빔밥과 나물만으로도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물씬 나는데 다른 요리는 또 얼마나 정성이 가득할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은 시골 할머니 댁 맛이었다. 다음에 군침 가득 도는 잡채랑 낙지볶음 먹으러 또 와봐야겠다. 나물은 당연히 또 먹고. 그리고 참고로 이 집은 식혜가 너무 달지 않고 참 맛있다.


메뉴
비빔밥 전주비빔밥, 쑥부쟁이비빔밥, 낙지돌솥비빔밥
스페셜 갈비찜, 소불고기, 매운돼지불고기, 잡채, 낙지볶음, 갈비찜, 갈비탕,
육계장, 삼색나물 해물파전 외

A F2, Udic Complex-N04, Hoang Dao Thuy, Cau Giay
T 088-929-8183

기사제공 : 엘리스 리 (Alice Lee) / Somerset 고객담당 매니저
alice.lee@the-asco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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