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September 16,Monday

봉급쟁이 작가, 그리고 산악인 장재용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연령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의 교민사회를 처음 형성한 초기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예비역들이 주를 이루는 터라, 초기에 형성된 베트남 교민사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은 대충 잡아도 50은 넘을 정도로 약간은 고령화된 지역사회였다. 그렇게 한 10여 년을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내던 순리대로 몸집을 키워가며 성장하던 베트남 한인사회에 최근 결코 가볍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난 베트남 붐으로 한국으로부터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나 한인사회의 모습이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베트남 거리를 거닐며 마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더욱 더 많아졌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반갑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간다. 아마도 많은 한국 교민들이 세상의 흐름에 따라 서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몰려드는 한국의 젊은 인재 중에 글을 쓰는 작가 한 분을 만났다.

장재용 작가, 그가 쓴 책은 <딴 짓 해도 괜찮아> 라는 제목으로, 문장 하나를 그대로 책 이름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문장을 책 이름으로 사용하면 그 제목에도 저작권이 생기려나 하는 공연한 의문도 생긴다.
장 작가를 본지에 소개한 분은 본지에 <몽선생의 사이공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개인 컬럼을 기고하고 있는 정림건축 베트남 박지훈 법인장이다. 그리고 장 작가는 몽선생의 추천으로 지난 몇 개월 전부터 본지에 <베트남 월급쟁이의 일상의 황홀>이라는 코너로 칼럼을 쓰기 기고하기 시작했다.
산을 타고, 글을 쓰며 이국에서 자신의 천직인 봉급쟁이를 하며 살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다. 주변의 산을 타는 친구들을 보면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체격이 크지 않다. 장 작가 역시 크지 않은 키에 마른 몸매, 자일을 매고 바위를 타기에 적합해 보이는 신체를 가진 듯 보인다.

오늘 한 주필이 만나는 사람은 바로 <딴 짓 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쓴 저자이자 산악인인 장재용 작가다. 그는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일하며 받는 봉급에 자신의 현실적 정체성을 심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봉급쟁이라는 사회의 틀을 벗어나고 싶은 일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것을 꿈꾸며, 또 그 꿈을 실현하며 살고 있는 봉급쟁이다.
봉급쟁이가 품고 사는 꿈이란 무엇인가? 한 집안의 경제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 마음 한 편에 몰래 품어도 되는 일탈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이루어가는가?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한다는 봉급쟁이 역할과 들판의 이리와 같은 자유를 갈구하는 욕망과의 균형, 즉 현실과 꿈은 어떻게 공존하는가?
이것이 바로 봉급쟁이 산악인이자 글쟁이인 장재용 작가의 숙명적 과제처럼 보인다.
<딴 짓 해도 괜찮아> 를 출간한 출판사 서평에서 나온 글을 살펴보자.

산은 우리를 빈손으로 내려 보내지 않는다. 저자는 히말라야가 전해준 일곱 가지의 선물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둘러 갈 것. 질러간다 해서 정상에 이르는 길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둘째, 첨단을 향할 것. 닿을 수 없지만 내 삶을 떨리게 만드는 삶의 북극성 하나를 상정하는 일은 우리의 지루한 삶을 중단시킨다.
셋째, 한 걸음, 또 한 걸음.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를 뚫고 한 걸음이 이어져 정상에 닿는다.
넷째, 봉우리는 잊을 것. 오직 더 오를 곳 없는 사람만이 과거의 빛나던 순간을 회상한다.
다섯째, 멀리 본 것을 기억할 것. 높이 올라가 넓은 시야로 본 것은 초라한 지금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
여섯째, 오르기 위해 내려갈 것. 인생에 겨울은 반드시 온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일곱째, 같이 오를 것. 마지막 캠프에 남아 기다리는 한 사람의 희생으로 나머지 원정대가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진정 함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 일곱 가지 선물이 비단 산을 오르내리는 일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저자는 개인이 가진 모든 ‘꿈의 질문’에는 사실 정해진 답이 없다고 말한다. “없는 답을 찾느라 헤매고 탈진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어야 한다”고.
수많은 영웅 신화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교훈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남긴 물음에 갇혀 정해진 답을 찾아가서는 안 된다. 진정 필요한 것은 나의 질문, 즉 나의 신화를 만드는 일이다.
“별은 자신을 태워 나오는 빛으로만 반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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