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September 23,Monday

시니어 골퍼

 

 호찌민과 하노이의 시니어 골프 모임 

2주 전쯤 호찌민 한인 시니어 골프회에서 주최하는 월례회에 나가 보았습니다.
한인시니어 골프회란 이름 그대로, 호찌민에 거주하는 시니어 골퍼들이 모여서 골프를 치며 친목을 다지는 모임입니다. 교민사회에 있는 여러 모임 중에서도 잡음없이 내실있게 잘 운영되는 모임 중에 하나입니다. 유재목 회장과 심일용 사무국장이 이 모임을 잘 이끌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2015년 12월 박상수 씨, 김진철 박사 등의 제안으로 정산 골프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정산 골프장에서만 열립니다. 다른 골프장으로 돌아가며 열릴 만한데 왜 호찌민에서 가깝지 않은 정산 골프장에서만 열리는가 하는 의문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산 골프장의 오너이자 1세대 베트남 교민으로 시니어 회원들과 함께 베트남에서 세월을 보낸 박연차 회장이 보여준 시니어 골퍼에 대한 호의에 있습니다.
정산 골프장에서는 시니어 골퍼에 대한 특별 우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시니어 골퍼가 주중에 라운딩을 하는 경우, 카트 사용료를 포함하여 91만 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대우는 모든 골프장 정규 멤버들이 라운딩 후 지불하는 금액과 유사하거나 조금 더 저렴합니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마다하고 다른 골프장에 갈 이유가 없지요.
호찌민 한인 시니어 골프 모임은 그저 단순한 골프모임이라기 보다 교민사회 1세대들의 모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회원이 140여명 정도가 되는데 회원 면면을 보더라도 모두들 베트남에 진출한 지 기십년은 됨직한 교민1세대 분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탓에 박연차 회장도 적극적으로 이 모음을 지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모임이 처음 오픈할 시점에 본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초기 상품으로 제법 고가의 컴퓨터를 내놓는 등 나름대로 지원을 했었던 터라, 비록 그 동안 골프에 손을 놓는 바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화제가 되던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동갑내기 이웅진 씨가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같은 갑장들이 송별회도 할 겸해서 그날을 기해 골프장에서 모이기로 한 덕분에 그 시니어 골프회에 참석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태풍의 끝자락에 걸린 호찌민 지역은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 빗속을 뚫고 얼핏 내비치는 순간의 햇살을 핑계로 용감한 한국인 골퍼들은 필드를 누볐습니다.

하노이에도 이와 비슷한 모임이 있습니다. 규모는 오히려 교민수가 많은 호찌민보다 하노이 모임이 더 큽니다. 하노이에서는 원래 골프 모임이 아니라 60세 이상 연세의 <6학년 교민 모임>이었는데, 세월이 가며 6학년들이 자꾸 나이가 들어가자 이름을 7학년으로는 바꾸지 못하고 <리더스 클럽>으로 개명하며 하노이의 대표적 골프장으로 알려진 피닉스 골프장에서 매월 상당한 규모로 치루어집니다. 예전에 삼성에서 일하던 김인철 사장이 총무를 맡아 매월 열심히 모임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 열리는 피닉스 골프 클럽측에서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린피를 30% 할인해주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피닉스 골프장은 그랜드 플라자 호텔을 운영하는 참빛그룹(이대봉 회장) 소속의 골프장입니다.
이 모임 역시 골프회라기 보다는 60세 이상의 하노이 원로들의 모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지난해 연말 모임에는 저도 참석을 해서 한번 분위기를 맛보았는데 호찌민의 모임은 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캐쥬얼 스타일인 반면, 하노이의 모임 분위기는 정장을 입은 신사들의 모임 같이 좀 엄숙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묘하게도 하노이, 호찌민 양 도시의 교민사회 원로들의 모임이 골프모임을 중심으로 굳어진 모습입니다. 이러니 골프를 안치면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어진다는 말이 적어도 이곳 베트남에서는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이 가 들수록 골프를 잘 쳐야 하는 이유
아마도 운동 중에 가장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것이 골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가 60, 70이 되어도 필드에 나가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는 다른 운동이 있나요? 뭐 억지로 만들면 되기도 하겠지만 사실 드문일이죠. 거의 골프가 유일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하노이나 호찌민 양 도시의 원로들의 모임이 골프장에서 매월 개최된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하는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골프도 역시 나이에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산의 노년 유정이라는 글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다산은 노년에 지녀야 할 자세를 말하고 있습니다.
골프도 이렇게 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기능을 자랑하지 않고, 동반자의 실력을 아낌없이 칭찬하고, 동반자나 케디의 사소한 잘못은 미소로 넘기고, 동반자의 심사에 진심의 마음을 쏟는다면 바로 그런 것이 원숙한 골퍼의 자세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려면 우선 자기 자신의 골프가 어느정도 수준에 다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준이 미달된 골퍼가 겸손할 수는 없지요.
겸손의 자세를 가지려면 일단 자신을 충분히 채워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충만함을 자랑하지 않고 스스로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세가 바로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습을 하고 실력을 쌓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실력을 가졌지만 여전히 공부하는 자세로 골프를 대할 때 비로소 겸손하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겸손한 이들은 다투지 않습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숙한 골퍼는 골프와 싸우지 않습니다. 골프와 평화롭게 지내면서 골프를 즐깁니다. 이런 골퍼가 되고 싶습니다.
젊어서 제법 한가락 하던 기억만으로 얘기를 채우는 과거 속의 골퍼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원숙한 솜씨로 동반자에게 칭찬을 던지며 여유있는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로 남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사회에서 여전히 필요한 인물이 되기 위하여는 배움이 깊어야 하듯이, 나이가 들어도 골프를 제대로 즐길기 위하여는 적어도 나이에 어울리는 원숙한 솜씨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골프를 수십년 친 나이든 양반이 계속 감자만 캐고 다닌다면 젊은 사람들 보기에도 좀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나이가 들수록 더 골프를 잘 쳐야 할 이유입니다.
글. 에녹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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