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의 힘

씬짜오 베트남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호부터 교육에 관한 칼럼을 맡게 된 Julia Lee입니다. 현재 호찌민에 거주하며, 십여 년 유아 교육의 현장에서 느낀 점들과 삶 속에서 느끼는 ‘소통’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려고 합니다. 공감을 통해 타국에서의 힘든 삶을 조금은 위로받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 아주 흥미로운 짧은 비디오 클립을 한편 보았습니다. 4분 동안 누군가와 눈을 맞추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당히 궁금해졌어요. 서로 다른 기간의 커플들 (처음 만난 사이, 사귄 지 100일, 6년… 20년 커플)이 함께 4분을 바라보는 간단한 실험이었습니다. 짧은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길었던 4분. 처음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고, 어색하기도 해서 멋쩍게 몇 마디를 해보다가 서로의 추억도 꺼내봅니다. 그냥 표정만으로도, 말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은 감정들이 같이 공감되는 그 느낌은 왠지 모를 신선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말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눈맞춤’의 힘을 또 한 번 목격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이런 ‘눈맞춤’의 힘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몇 가지 실험들도 있습니다.
1989년 미국의 심리학자 캘러먼과 루이스가 로맨틱한 실험을 하였습니다. 생면부지의 남녀 4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합니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 지시 없이, 두 번째 그룹은 2분간의 눈맞춤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눈맞춤을 한 그룹에서는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호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몇 가지 실험들을 통해 과학자들은 눈맞춤을 하게 되면 호르몬이 증가하거나 뇌파의 동기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얼핏 이 전략(?)은 썸 타고 있는 남녀 관계에 아주 유용할 것 같지만, 저는 이 원리를 다른 관계에서 여러모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말이 도무지 통할 길이 없는 베트남인과 이야기할 때, 더더욱 눈맞춤을 많이 합니다.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택시 드라이버들도, 택시에 오를 때 눈맞춤을 하며 ‘씬짜오’라고 인사를 건네면, 나중에 내릴 때 그들도 여지없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죠. 슈퍼에서 직원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도, 눈맞춤과 함께 바디랭귀지 대화를 시작하면 그들도 알아듣기 위해 번역기를 돌리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해줍니다. 또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아가들과 눈맞춤도 아주 유용합니다. 이제 막 말을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들부터, 다양한 국적, 다양한 언어를 쓰는 아이들과 매일 만나는 저에게는 이것만큼 좋은 도구가 없답니다. 해외에 살고 있고, 아직 그 나라말에 익숙지가 않다면, 비언어적 소통인 눈맞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지혜로운 해외살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대화에서 눈맞춤은 사회적 상호 작용의 시작이에요.
눈맞춤은 과연 어떤 기능이 있을까요?

눈맞춤은 서로를 존중(Respect)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누군가가 대화를 할 때, 눈을 맞춰준다면 바로 ‘듣기’에 집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존중의 태도는 매우 중요해요.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대화를 한다는 것은 진정한 대화 자세가 아니잖아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의외로 레스토랑에 앉아 관찰해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것을 봅니다.
얼마 전, 한 커피숍에서 부모와 두 어린 자녀가 이른 아침 아침을 먹고 있었어요. 아이들의 행동 발달에 관심이 많은 저는 자연스럽게 꽤 오랜 시간을 관찰했는데요. 만 1세와 4세 정도의 두 아이를 포함해서 각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30분 이상을 어떠한 대화도 없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돌쟁이 아이가 ‘움직임이 전혀 없이’ 30분 동안 동영상을 보는 것이었어요. 어른이 저도 30분 움직임 없이 뭔가를 본다는 게 불가능한데 말이죠.
그런 걸 볼 때마다 오프라인에서의 소통 단절 현상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섬뜩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의 설리의 자살 등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온라인 댓글에 대한 심각성은, 눈맞춤이 없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위험하고 슬픈 결과를 낳는지 모두가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이게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찰나에 스마트폰을 들었다 놨다는 반복해서 우리 아이에게 지적을 받았답니다. 평소에 제가 밥을 먹을 때는 절대 만지지 말자고 약속을 해두었는데, 습관을 바꾸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민망한 눈맞춤으로 스마트폰을 덮습니다.

눈맞춤은 서로에게 감사를 전해주고 이해를 도모하여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게 도와줍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눈맞춤을 통해서 서로의 고마움을 전하고, 용기가 생겨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감 있게 말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서로의 유대감 형성이나 관계가 개선됩니다. 대화를 이끄는데, 말 맞장구에 못지않게, 눈맞춤 맞장구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때로는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거나 조심스러운 상황에서는 말보다는 눈맞춤으로 위기 모면도 가능합니다. 특히 타투나 동성연애 등의 민감한 주제로 틴에이저들과 대화할 때는 왠지 밀리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네 말도 일리가 있다’는 긍정의 눈맞춤을 보여줍니다. 물론, 마음속 ‘꼰대’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대화 단절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추기가 쉽지 않은 세대입니다. 특히 저와 같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겪어가는 세대는 더더욱이요.

마지막으로 눈맞춤을 잘 하는 사람은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앞서 설명한 모든 긍정적인 감정들이 그 사람의 외모를, 실제 이상으로 매력적이게 변화시킵니다. 뇌는 정말 신비하고도 때로는 속이기 쉬운 것이어서 이런 현상은, 위의 실험처럼 단 몇 분만에도 일어납니다. 성형처럼 위험부담도 경제적 부담도 없는, 간단한 눈맞춤 습관을 들여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화된다니,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일 어려운(?) 옆 지기나 자녀들에게 먼저 적용해 보세요.
눈맞춤은 나와 남을 변화시킵니다.

또 하나의 작은 실험을 소개합니다.
“나는 이상한 사람입니다”라는 이 비디오의 주인공은 성인 중증 아토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최정현씨의 이야기입니다. 아토피로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다 못해 4년을 마스크를 벗지 못했습니다. 눈을 바라보며 대화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점점 고립되어 갔지요. 그는 용기를 내어, [ I am an odd person]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전혀 알지 못하는 43인의 사람과 1분간의 눈맞춤을 하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첫 여성분과 정현씨의 눈빛을 바라보았습니다. 정현씨는 눈맞춤과 시선 떨구기를 반복했고, 입술도 파르르 떨려 보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눈맞춤을 마친 후에는 눈물을 훔칩니다. 그 짧은 시간의 망설임과 불안, 공포, 걱정이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연령도 성별도 다양한 43명의 지원자들과 정현씨의 눈맞춤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편안해지고, 미소와 눈물이 교차합니다.

지원자들이 정현씨에게 건넨 간단한 말들을 통해 그들의 삶과 처지를 공유하였습니다. ‘저도 같은 아토피 환자입니다’, ‘눈이 참 이쁘십니다’, ‘저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노래를 들려드릴께요’, ‘전 오늘 퇴사했습니다’ 등등.. 그리고 그들의 눈맞춤은 누군가를 치유해 주었지요. 정현씨와 나를 포함해서, 그 동영상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을요. 이 실험 이 후 정현씨는 오랫동안 벗지 못했던 마스크를 벗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혀만큼이나 많은 말을 한다. 게다가 눈으로 하는 말은, 사전 없이도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미국 사상가, 시인)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저 몇 분의 눈맞춤으로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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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리 (Julia Lee)

현 Saigon Montessori International Kindergarten Director
현 Vietnam Montessori Institute Founder & Director
국제 몬테소리 교사 (MIA), MIA 및 PNMA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