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December 14,Saturday

청해횟집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맛집을 찾아 하노이의 식당가를 어슬렁거리는 기자를 본일이 있는가배를 채울 음식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같은 기자. 이제는 음식을 음미할 줄 아는 고독한 킬리만자로(?)의 표범, 아니, 하노이의 고독한 미식가가 되고 싶다. 이러한 나의 맛의 여정에 나타난 새로운 곳이 있다. 미딩에 마리 퀴리학교 뒷길에 있는 파이브스타 골목 끝자락에 10월 어느 날, 이제 막 문을 연 활어횟집 청해이다.바로 앞에 너른 주차장이 있어 오토바이가 아니라 부장님과 함께 차를 세우고 오기 좋은 공간이었다.
청해?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저 물고기 그림도 왠지 낯이 익다고. 30년간 청해라는 이름으로 5개의 지점을 가득 채우며 삼성과 엘지, 거기에 찾아오던 수많은 사람의 점심과 회식을 책임지던 구미의 터줏대감 그 청해가 하노이에 온 것이다.

회가 안 나는 구미산업단지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해와 남해에서 신선한 생선을 공수하며 일류 식당 못지않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 실력과 그 맛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게의 이름이 새겨진 컵부터 노란 개나리 예쁜 접시와 초록색과 검은색이 인상적인 귀한 옥돌과 탱탱한 광어까지 모두 한국에서 공수해왔다.몇 년 전부터 한국에 있던 삼성이 하노이로 가고 엘지가 하이퐁으로 갔듯이 많은 협력사와 식당들도 물 흐르듯 베트남으로 넘어와 새롭게 터전을 이루었다. 초창기 한식의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없어 맛의 선택지가 없던 그때와 달리, 오늘날 하노이의 요식업은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도 한계가 왔다. 이런 동종업계 친구들이 하노이로 떠날 때 아낌없이 거의 무료로 요식업 멘토링과 요리 컨설턴트를 해주던 친절한 요리사 출신의 구미 요식협회 회장님이 청해의 맛을 잊지 못하는 아들 같은 고객들의 열화에 못 이겨 치열한 하노이 식당 경쟁에 참여해버린 것이다.

하이퐁에서 갓 잡은 통통한 생물에 며느리한테도 안 가르쳐준다는 비법의 소스로 재워 해외에 나오면 제일 먼저 생각난다는 촉촉~하고 진한 맛의 간장게장과 새우장은 너무 짜지 않고 삼삼하게 간이 배여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뚝딱이다. 회를 배달시켜도 따라오지만, 사장님이 이것만 따로 파셨으면 좋겠다.영하 50도에서 차갑게 식힌 옥돌 위에 올려서 나온 흑돔 님(!)은 1시간이 지나도 시원하게 혀에 찰싹 달라붙는 쫄깃함과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처음 나온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 내가 먼저 차미슬씨를 불렀다. 하노이에서 돔을 먹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다금바리를 먹으니 소주가 세상 달다.~~

 

빳빳하게 랩을 씌운 그릇에 천사 채 위에 드러누워 있는 회는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맛이다.도시 출신인 내가 서울에서는 자주 접해보지 않았던 독특한 식감의 생가오리찜과 한국에서 모셔온 사박사박한 가자미 튀김에, 입안 가득 간간한 짠맛과 함께 생생한 바닷 냄새가 느껴지는 오렌지색 멍게를 하노이 에서 먹을 수 있다니!!!! 미리 예약해두면 해삼도 먹을 수 있단다! 옆에 앉은 현지인 친구는 꾸물거리는 산 낙지를 보니 기겁을 하며 안 먹는다고 손사래 친다. 이 맛있는 걸 무서워하다니! 포슬포슬한 쌀밥 위에 노랗게 익어가며 눌러붙은 알밥이, 탕수육보다 더 단짠단짠하여 입맛을 부추긴다. 바삭한 차슈도 단품이 아니라 무려 30가지나 되는 기본 밑반찬 중에 하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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