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November 27,Friday

새해소망

 

정신없던 연말이 지나고 어느덧 구정까지 끝나갑니다. 다들 연초가 되면 으레 하는 것들 있으시죠? 긴 휴가와 명절 등이 지나가고, 이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 년을 계획해 볼 때입니다.
저는 매해 탁상달력을 펼쳐놓고 새해 계획을 적습니다. 예전처럼 알록달록 색색의 펜들로 채워가는 감성은 사라졌지만, 매일 칸칸에 작은 메모들로 기록하는 일상이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몇 해 전만 해도 다이어트, 영어 공부, 독서, 여행 등의 대학생스러운 새해 목표가 빠짐없이 등장했는데, 이제는 키워드가 건강, 입시, 적금 등으로 바뀌는 걸 보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올해 목표를 정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새해 계획들을 갖고 있을까 찾아보니, 역시 체중 감량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당당히 일위를 차지했네요. 저는 체중 감량보다는 꾸준한 운동 습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무엇을 바라보며 달려야 할까 커피 한 잔을 놓고 노트를 한참을 바라 봅니다.

올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먼저 해보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일을 하면서 생긴 지병(?)이 몇 가지 생겼습니다. 바로 두통과 소화불량입니다. 명백히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이 증상들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물론 상황을 컨트롤할 수는 없으니, 스트레스를 컨트롤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한 유튜버의 일상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내 삶을 새롭게 단장하고 이끌어줄 가이드북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콩닥 콩닥거립니다.
“그래, 나도 미니멀리스트가 되자 (Being a minimalist) ”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의 시작
미니멀리스트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온라인으로 검색해 보면, 정갈한 집들과 심플한 생활들을 하는 사람들, 여행 가방에 몇 가지 물품만을 소유한 채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혹은 텅 빈 방안, 작은 집의 극단적인 무소유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미니멀리즘의 시작을 살펴보면 30년간 지속된 장기 불황과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와 맞물려 있습니다.’단샤리(断捨離)’, 되도록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끊고(断), 집 안의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며(捨),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離) 삶을 지향하는 정리법이자 생활방식을 일컫는 신조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더욱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재해와 사라져 가는 일본의 경제 거품은 젊은 층들에게 삶에 대한 철학과 실제적인 생활방식까지 완전히 바꿔놓게 되었지요. 집을 소유하지 않거나 차나 옷을 공유하는 셰어 경제도 유행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문화, 예술뿐 아니라 소비경제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니멀리즘의 정의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없애는 삶의 방식으로 궁극적으로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니멀리즘의 정의는 한 가지이지만,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것이니, 미니멀리스트 수만큼이나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지요. 이 라이프 스타일이라면 내 삶을 정리해 나가면서 스트레스 또한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심플한 일상 만들기, 3개월짜리 간단한 실천 목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덜어내기
제일 먼저 적어보는 것이 덜어내기였습니다. 당장 보이는 책상 주변, 집안 곳곳,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공간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집에 있는 공간의 70%만 채우고 나머지는 판매, 무료 나눔 그리고 쓰레기로 정해서 분류하고 줄여보는 것이지요. 한 달을 목표로 주말마다 한공간씩,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짜봅니다. 공간이 완료되면 그다음 한 달은 생각 덜어내기를 해볼 생각이에요. 인간관계, 일 그리고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필요와 불필요를 나눠서 이 또한 한 달을 목표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해 보려고 합니다.

채워 넣기
덜어내기 작업이 잘 진행이 되면 이제 소비할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해 보았습니다. 어떤 물건을 사고자 할 때는 그 물건이 들어갈 수 있도록 다른 것들을 덜어냅니다. 즉, 맘에 드는 옷을 한 벌 사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들 중 잘 안 입는 옷을 처분함으로 물건을 더 늘이지 않는 식으로요. 전 이번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 건강 관리를 위해 일상에 홈트를 넣어봅니다. 홈트는 Home and Training의 줄임말로 집에서 간편하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앱으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개인 피트니스도 받아보고, 공원 걷기 등도해보았지만, 결국 실패한 이유가 ‘꾸준히’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혼자서 하는 것이니 만큼, 게으름이라는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도전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특별한 기구 없이 요가 매트만 있으면 가능한 홈트이기에 많은 주부들이 도전해서 성공했던 것처럼, 저도 해보고자 합니다. 운동하는 모습을 기록해 본다거나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소소한 보상을 준비해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3주를 잘 견뎌보려고 합니다.
루틴 정해놓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해나가야 하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그냥 생각 없이 하게 되는 습관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의 저자 로버트 마우어는 변화를 싫어하는 뇌를 속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너무 작은 변화여서 뇌가 알아차리기도 힘든 정도의 스몰 스텝을 밟아나가면,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7시 기상 시간을 6시 55분으로 줄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니, 1-2주를 지속적으로 하고, 그다음 다시 5분씩 줄이는 식으로 목표 기상시간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저는 위염으로 인해 아침 빈속 커피는 금지인데, 그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몰 스텝으로 머리를 짜내어 본 것이, 빵을 한 조각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이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8시에 마시는 커피를 10시에 마시는 것으로 점점 바꿔볼까 합니다.
습관을 만들고 싶은 행동들을 하루 일과에 넣어두고 매일 반복하는 것 역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기초 단계입니다.

문제점을 직면하기
한 취객이 가로등 밑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어요. 경찰관이 나타나 그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 무얼 하고 계신 거죠?”, “열쇠를 찾고 있소.” 취한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어느 쪽에 떨어뜨렸는데요?” ‘저쪽이요.” 사내는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한 블록 너머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의아한 경찰관이 묻습니다.“ 저기서 떨어뜨렸는데, 왜 여기서 찾고 있습니까?”그러자 사내가 대답합니다. “여기가 저기보다 밝잖아요.”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일화 중>

위 짧은 이야기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지만, 또한 그 문제점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마치 삶이 힘들어지면 환하고 익숙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어둡고 불편한 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요. 삶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다 보면, 어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지 조금은 더 밝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20이라는 특별한 숫자, 새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들로 불안하기도 하고 어수선하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간다면, 더 좋고 행복한 일들로 우리 사회가 가득 찰 거라 믿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해 소원하는 바를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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