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October 1,Thursday

캐디

요즘은 골프장도 한가해집니다. 팀이 잘 짜여지지도 않고 어쩌다 가더라도 예전과달리 준비할 것이 늘었습니다. 우선 여권을 가져가야 합니다. 골프장에 따라서 열 체크하고 여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건조사서 같은 서류를 작성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안하던 짓을 하며 공을 치려다보니 이짓을 하며 공을 치러다녀야 하는가 하는 자책도 생겨나긴 하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늘 자신의 순서를 못찾아 먹을 까 하여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던 티 그라운드도 이날은 너무 한산합니다. 캐디들 역시 사람이 없어 그런지 시큰둥해보입니다.

캐디의 중요성을 아시나요?
캐디는 골프 라운딩에 있어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프로들의 게임에서 차지 하는 캐디의 역할을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큰 것이겠지만 아마추어에게는 그만큼의 작용을 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래도 영향을 상당히 미치는 존재입니다. 드러나는 업무는 클럽을 운반해주는 도우미 정도이지만 이 게임에서 유일한 내 팀원이라는 가치는 게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합니다. 그날 혹시 캐디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어 표정이 무겁다면 골퍼 역시, 우울한 기운으로 에너지를 상실하는 현상이 안 나올까요? 중요한 것은 늘 유쾌한 캐디를 만나기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별로 그런 캐디와의 만남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도 송배 골프장에 다녀오며 느낀 일인데, 송배 골프장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이라 그런지 캐디들 역시 근무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오래된 물의 특성이 좀 탁하지요? 오랜 경력의 캐디들은 에너지의 탄력이 약합니다. 같은 에너지를 쓰지만 튀는 맛이 없습니다. 스스로 내는 파워가 아니라 다른 힘이 의해 어쩔 수 없이 밀려나오는 강요된 에너지 같은 느낌이 납니다. 가득이나 고작 200야드의 드라이버나 때리는 늙은 군상들이 도는 라운드인데 캐디마저 지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라운드는 어떻겠습니까?
볼썽 사납죠. 노친네들이 자신들 못지 않게 맥 빠진 캐디를 데불고 골프 라운딩을 도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한숨이 절로 납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좀 태도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남을 바꿔서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만든 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죠. 그래서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나를 바꿔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자 하는거죠. 내가 명랑해지자. 캐디에게 즐거운 동반자가 되자. 그럼 나도 캐디로 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확률이 많아질 것이 분명한 일이니 인사는 해야 줘.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청하고 이름을 묻고, 기억합니다. 아 물론 자신의 이름도 알리고, 호칭을 그녀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을 부르려고 노력합니다. 걸림돌이 사라집니다. 캐디가 신경이 쓰이면 게임에 도움이 안된다고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렇다면, 신경이 안 쓰이게 관계를 원만하고 명확하게 만들어 두면 한결 편해집니다. 내가 캐디, 자네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전해주기 위하여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캐디와의 만남이 부드러워지면 게임의 장해물 하나가 치원진 셈입니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살아있는 동안은 라운드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자주 까먹는 다는 것이죠. 아직 습관이 안 들어 그렇기도 하고요. 아무튼 타인이 할 것이라고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행하면 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이러다가도 골프를 치면서 캐디와의 관계마저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하는 일인가 하는 자문도 생기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좋자고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그 역시 부담스러워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느 하루를 쪼개 필드에 나오면, 우리에게는 이 하루를 즐겨야 한다는 의무가 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서 멀리까지 차를 타고 나왔는데, ‘그냥 됐다’ 정도보다는 ‘보람찬 하루였어’ 하는 시간은 보내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게임을 즐기셔야 합니다. 일단 자신의 유일한 팀원인 캐디부터 챙겨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우리 캐디가 퍼팅 라이를 잘 몰라도 상관없고, 9번과 6번 아이언을 가끔 헷갈려 두 번씩 뽑아와도 관계없는데, 제발 얼굴만은 미소가 가득한 환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끔 캐디 마스터를 만나면 캐디 교육을 시킬 때 골프 매너와 더불어 늘 미소를 짓는 훈련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합니다.
캐디도 돈을 받고 하는 직업이잖아요? 직업인다운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캐디는 골퍼보다 더 전문가이어야 합니다. 골퍼는 골프전문가가 아니지만 캐디는 골프사업계의 전문인력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자신의 구장에 대한 정보는 완벽해야 합니다. 캐디 자신들은 아침에 출근하여 백을 매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캐디 역시 매번 괜찮은 손님이 걸리길 원할 것입니다. 매너있고 잘 생기고 공도 잘 치는데 인심까지 훈훈한 젊은 손님. 그런데 우얍니까? 클럽을 보니 벌써 얼굴이 보이는 듯합니다. 색바랜 캐리백에, 우드 커버도 변변한게 없고, 아이언은 6번까지만 있고, 우드만 5개네. 알만하다. 어느 노친네 가방이구먼. 노친네 일수록 카트를 안타고 걸어다니는 현실이니 아 오늘도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 듭니다.

캐디 역시 골퍼를 기대합니다. 오늘 만남 중에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할 사람을 곧 만납니다. 캐디와 골퍼는 필드에서는 제일 가까운 파트너입니다. 물론 주연은 골퍼지만 주연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는 일을 하는 조연이 있습니다. 캐디입니다.
요즘 방송을 보면 새파란 주연과 노련한 조연이 함께 공연을 하며 완벽한 조화를 보여 줍니다. 그런 조화를 골프장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컨 샷을 앞두고 클럽에 대한 고심에 잠겨있는 골퍼 그 옆에서 잔디를 뜯어 바람에 날라보며 무언가 조언을 던지는 캐디. 그리고 결정된 클럽을 캐디가 힘차게 뽑아,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 골퍼에게 건네줍니다. 그리고 신중한 샷, 핀에 붙는 공을 보며 캐디와 함께 만족한 미소를 나누는 골퍼.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으로 충분한 듯 다시 가방을 둘러매는 캐디.

뭐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라운드를 맛보고 싶습니다.
흔히들 많은 골퍼들이 캐디에게 자신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습니다. 잘못된 클럽 선택부터 퍼팅 라이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 등, 고작 길어야 몇 년 정도 커리어밖에 없는 캐디에게 수십년이 넘는 세월을 필드에서 보낸 노련한 골퍼가 책임을 묻습니다.모든 샷의 책임은 당연히 골퍼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캐디는 그저 조언을 할 뿐이죠. 그 조언을 감안하여 최종 결정은 항상 골퍼가 내립니다. 그러니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자인하게되면 그 캐디 핑계로 벗어나려 하지 마시고 다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세요 라운드에 자신의 채취가 훨씬 깊게 묻어납니다. 그런데 모든 골퍼가 절대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골퍼들은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은 운명이나 캐디의 탓으로 돌리지만, 홀인원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합니다.

참으로 본 받을 만한 책임감입니다. 글. 에녹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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