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9,Friday

에드워드 호퍼


줌마들을 다시 아가씨 시절로 돌려놓으면서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게 만든 드라마가 있었다. 필자 또한 열심히 챙겨보았던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대사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작별인사는 미리 하는 거라고. 진짜 마지막이 오면 작별인사 같은 건 할 수가 없다는.’ 미리 해놓은 작별인사도 슬프지만 갑자기 한마디 못하고 헤어지는 이별만큼 슬픈 일도 없을 것 같다.

갑작스런 이별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이별은 서로에게 슬퍼할 겨를도 주지 않고 사라진다. 우리 역사에서도 그러한 이별이 많았을테고 그런 이별의 장면을 고독과 함께 표현해낸 그림이 오늘 알아볼 명화이다.
에드워드 호퍼.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현대의 미국을 문화강대국으로 만든 대표적인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뉴욕에서 활동했던 화가로 현대의 삶을 무표정하고 담담하게 그린 그림들로 유명하다. 그는 상업미술 아카데미에서 삽화를 배우고 광고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위해 일한적도 있어서인지, 그는 현대사회에서 도시인들의 고질적인 외로움과 고독의 정서를 사실적이면서 감동적으로 표현해내었다.
일상생활의 한 단면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미국 시민들의 상실감과 소외감, 절망감이 잘 드러난다.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13점을 스크린으로 옮긴 < 셜리의 모든것>이 작년말에 개봉되었었다. 지극히 우아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고 하니 한번쯤 감상해본다면 지친 우리의 감성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할 그의 그림은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허름한 술집을 배경으로 한 <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다. 밤이 깊어진 시간, 길 모퉁이 작은 술집은 아직 돌아가지 못한 몇 명의 손님들이 자리잡고 있다.어둠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형광등 불빛은 눈이 부시도록 시리다. 그래서 더욱 외로움이 고착화된다.
호퍼의 작품에는 도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호텔방이나 극장, 휴게실 등이 자주 등장한다. 그 모든 장소들은 덧없고 단조롭고 견딜 수 없는 고독감과 상실감을 동반한다. 북적거리는 한 밤의 식당이 아닌 모두돌아가고 남은 자들의 그림.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적막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있은 직후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알고 본다면 좀 더 다른 것이 보이게 된다. 자리를 채우지 못한 사람들. 전쟁으로 인해 떠나간 사람들. 그림 속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그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갑작스럽게 떠나간 사람들을 도시의 고독과 함께 상실감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안녕이라는 작별을 건네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유령으로 남아 그의 그림을 떠돈다. 미처 건네지 못한 말이 있다면, 언젠가는 하리라 마음먹은 말이 있다면 기다리지 말고 하세요. 할 수 있을 때, 내 곁에 있을 때, 누군가는 마음도 장처럼 묵히면 묵힐수록 더욱 더 담백해지고 깊어진다고 하지만 묵히기만 한 마음을누가 알 것인가? 특히 과묵하신 한국 남편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갤러리로 작품 구경 오세요!
아트 매니저 갤러리 2nd fl, Riverpark, PMH. Q.7
작성자 : 최은미 – 아트매니져 겔러리 대표 (artmanagerv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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