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호찌민한인회재난상조위원회 강성문 위원장

베트남 한인 교민사회에
이 사람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가장 황당한 일이 바로 재난을 당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을 만날 경우다. 더구나 자신의 나라도 아닌 이국에서 그런 일을 만났다면 그야말로 그 난감함이란 당사자가 아니면 가늠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공동체든지 각종 종교단체나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단체가 가장 크게 신경쓰고 돌보는 일이 공동체에 소속된 멤버들의 경조사인데, 특히 그 중에서도 재난이나 상을 당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이다. 개인이 혼자서 하기에 너무 경황이 없고 힘들 때, 그 순간 청하지도 않은 누군가가 나서 자신의 일처럼 맡아 해 준다면 그 감동은 실로 대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을 만났을 때, 비로소 개인은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사는 이 호찌민 교민사회에서는 바로 그런 교민들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돌보며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팬데믹(PANDEMIC), 한자로는 범유행 汎流行, 세계 대유행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떴다. 지난 해 중국에서 시작된 COVID19가 이제 세계적으로 대 유행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세계 각국은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국경을 닫아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으로 이곳 베트남에서도 황당한 상황을 만나는 한국인들이 있다. 지난 3월 중순, 아직 베트남이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국으로 남아있던 당시, 한국에서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들이 베트남 정부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전원 14일간 시설격리를 통고받고 베트남의 각 시설에 2주간 격리된 상황이 생겼다. 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베트남의 조치로 낯선 베트남 시설에 격리되자 잠자리 식사 등의 불편을 이겨야만 했다.
그때 바로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성문위원장이 이끄는 호찌민 한인회의 재난상조회이다. 그들이 예기치 않은 시설격리로 난감한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인을 어떻게 돌봐왔는지 강성문위원장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이 단체의 평소하는 활동까지 포함하여 자랑스런 우리 봉사요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강성문위원장의 이름은 이곳에 오래 거주한 분들에게는 이미 익숙합니다. 일단 강성문위원장이 맡고 계신 한인회재난상조위원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호찌민재난상조위원회’는 한국과 같은 상조 단체, 혹은 상조기업이 아니라 여행자를 포함해서 베트남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는 모든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의 봉사단체입니다. 그동안 주로 불의의 상을 당하신 분을 위한 장례 관련 일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한 것은 한 거의 2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전에 4~5명의 상조회원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호찌민 한인회의 11대 이충근 회장 때부터 한인회 재난상조위원회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호찌민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베트남 어느 지역이라도 저희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달려갑니다. 지금까지 중부지방, 다낭, 나짱까지 장례 치르는 일 또한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재난 상조위원회가 호찌민 한인회 소속으로 들어가신 셈이군요. 그러나 지난 4년여 동안 한인회의 활동이 중지되었습니다. 그런 기간 동안은 어떻게 활동을 하셨나요?
사실 저희는 명칭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인회의 존재 여부를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주로 재난상조위원회 단톡방을 통하여 운영이 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단톡방에는 현재 210분 정도가 계십니다. 이분들은 모두 이런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지원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자의로 들어올 수는 없고 저희 자체 의결기구에서 간단한 심의를 거쳐 과반의 찬성으로 단톡방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특수 목적의 단톡방이라 이런 제한을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의원회의 조직은 회원, 자문단, 운영단, 상임의결기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지는 않고 단톡방 참가자들 내에서 모든 것을 조달합니다. 저희가 공관이나 여타 기관으로부터 보조를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데, 공관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은 적이 없고, 뜻이 있으신 분들의 후원과 참여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user image

그렇군요. 진짜 회원들의 참여와 기부금으로만 운영되는 순수 봉사 단체가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어떤 교민단체들은 스스로 봉사단체임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봉사의 대상인 교민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하며 걷어드린 수익금으로 조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며 마치 개인사업체처럼 운영하는, 이름만 봉사를 수행하는 단체들도 있던데, 강위원장님이야 말로 진정한 봉사단체가 무엇인지 몸으로 실천하시면서 그 모범을 보여주고 있군요. 우리 교민의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고 감사하고 또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저희도 봉사라는 이름으로 행하는데 혹시 불미스러운 오해가 생길까 하여 단톡방의 참여자 조차 제한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항상 투명한 일 처리를 위해 모든 대화와 행동기록을 단톡에 공개적으로 남겨 의문의 여지를 없애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주 큰일을 하셨습니다, 이번에 예기치 못한 시설 격리 조치를 당한 한국인의 지원으로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많은 교민들의 사심 없는 지원으로 격리되신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는 데 그 일에 대하여 얘기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한국인 격리 지역은, 호찌민 안에서만 7군, 냐베군, 12군 군사학교, 12군 군부대, 빈증 군사학교, 투득 국립대학 기숙사, 9군 정치학교, 꾸찌 야전병원, 그 외에서 껀더, 속짱성, 떠이닌성, 롱안성, 끼엔장 등의 여러 지역에 약 300명의 한국인이 격리되었습니다.
그분들은 먼저 시설의 열악함은 접어두고라도 베트남 측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익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한 더위도 그들에게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었죠. 그런데 진짜 많은 교민분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도시락 물, 간식 또 그런 식품들을 배달하기위한 차량 지원 등 밀려드는 다양한 교민들의 자발적인 지원은 진정 저희를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금전적으로도 지원을 해주시는 분도 계셨고 진짜 많은 분들이 관심과 배려를 나누며 우리가 하나됨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나중에는 먼저 격리에서 풀리신 분들은 그간의 도움에 감사하다며 저희 팀에 또 지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어, 선순환이 이루어져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저희 팀은 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저희는 이런 봉사를 통해 교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한국인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일조를 했다는데 스스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 예를 들어보면, 베트남 항공 런던 발 하노이행 비행기 기장이 한국인이었습니다. 기장이니 원래는 자가 격리조치를 받아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시설 격리로 바꿔 곤욕을 치렀는데, 저희가 그 분에게 자주 연락을 취하며 방문했더니 그 기장의 부인이 저희에게 고생한다며 1천만동을 기부하셨습니다. 남편 분 역시 함께 격리된 외국인 기장들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단체들이 찾아오지 않아, 유독 한국인만 이렇게 찾아와 주는 것을 보고 모두들 부러워한다며 한국인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고맙다는 말을 몇 번씩 했습니다.
또한 비엣젯 항공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 200여명이 격리된 것도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엄격한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격리자들에 대한 지원은 저희뿐만 아니라, 공관에서도 영사들이 직접 나서서 격리자들을 안심시키고 여러 봉사단체들도 지원에 기꺼이 참여하여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위원장은 한국인의 나눔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현재도 격리 중인 한국인이 있나요?
지금은 거의 대부분 시설격리 되신 분들은 이미 퇴소를 하셨습니다. 현재는 캄보디아에 비자를 받으러 갔다가 국경이 폐쇄되어서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베트남 국경수비대에 잡히신 분들이 약 8명 정도가 현재까지 격리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사망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까? 주로 어떤 이유가 많은지요?
예전에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지병으로 돌아가신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40-50대를 중심으로 사건사고 혹은 자살 사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오토바이 관련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최근에 빈증에서 오토바이 관련 사망사고와 다른 사망이 2건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유족들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일이 참 많았습니다. 시신 확인이나 기타 유족들의 확인이 필요한 처리를 핸드폰을 통한 화상연결로 진행했습니다만 베트남 측의 이해가 없었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참에 우리 한국인에게 각별한 호의를 보여주는 베트남 관련자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장례봉사, 이거 진짜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봉사가 아닙니다.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봉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21년전 교민사회 초창기에 검도 모임의 총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 모임의 친한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누군가 그의 시신에 염을 해야 하는데 제 친구니 제가 자청하여 나섰지만 사실 엄청 무서웠습니다. 정신없이 염을 하고 절차를 마치고 무사히 장례를 치루었는데 그때 제 모습을 보신 어느 어르신께서 이곳 교민사회에도 이런 봉사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니 이왕에 한 김에 자네가 좀 계속하는게 좋겠다는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일을 통해 제가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이 저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고 또 제 삶에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된 듯하여 저 역시 감사할 다름입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하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베트남에 오시게 되었는지요?
씬짜오베트남 잡지 한영민 주필과 만남이 인연이 되었는데, 약 30년전 당시 한 주필님이 잡지를 시작하기 전이었죠, 그때 한주필이 독일제 ZSK 자수기계 베트남 총판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도 그 일에 참여하며 베트남에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주필과는 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 인연이 계신 분과 한주필이 일하는 본지가 인터뷰를 갖게 되어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난상조위원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신지요?
좀 더 조직적으로 필요한 봉사를 보다 넓게 할 수 있도록 금년에는 저희 이름을 <주베트남한인재난상조회>로 바꿔 조직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지금 하노이에서 근무하시는 박노완 대사가 호찌민 총영사였던 시절부터 저희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는데, 최근 하노이에 인사하러 갔는데 대사께서 호찌민에 국한되지 않는 활동을 하고 있으니 베트남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호찌민재난상조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 데에 좀 제약이 있었습니다. ‘호찌민’이라는 지역이 명함에 새겨 있으니 중부지방, 북부지방에 가면 왜 호찌민에서 왔냐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다못해 하노이 경찰 영사도 그런 의문을 표하긴 했습니다. 아마 하노이에는 저희 같이 이런 일을 하시는 봉사단체가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참에 한인이 있는 곳이라면 그리고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베트남 어디에 있던 간에 봉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현재 우리 팀들과 상의 중에 있습니다.

이런 봉사는 우리 교민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몇 개월 전 하노이에서 교민이 갑자기 사망하신 일이 있었는데 장례 절차를 치르고 유해의 본국송환 등을 도와줄 한국 측 인력이 없어 곤욕을 치렀는데, 하노이 한인회에는 그런 조직이 없어 생긴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노이에서도 재난상조회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만 아직 조직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노이 교민사회도 요즘 엄청나게 거대해지고 있는 형편이니 이제는 진짜 필요한 봉사 조직 형성에 관리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위원장이 그렇게 봉사의 지역을 넓히신다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호찌민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하신 강위원장이 계시니 호찌민 교민은 운이 좋은 셈입니다. 다시 한번 귀한 봉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끝으로 교민 여러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교민 여러분 모두 이 낯선 이국에서 무사히 즐겁게 생활하시다 귀국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바램은 일년 내내 저희를 찾는 교민이 한 분도 안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 불의의 사건을 당하시거나 난감한 사건으로 혼자서 처리하시기 힘든 일이 생기시면 저희 상조회 연락처 (090 828 1824)를 하나 기록해두셨다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는 교민 여러분께 이 기회를 통해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이럴 때 일수록 우리 교민들이 이웃의 일을 내일처럼 생각하며 함께 배려하고 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한국인으로 생활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약 700여 명, 연평균 50여 명의 장례를 도왔다는 강성문 위원장.
아직도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자신을 헌신하여 이웃을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미치는 일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행동은 그저 이름만 봉사를 내세우며 실제로는 자신의 명예나 사적 이익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일부 단체 인사들에게 봉사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명예를 내세운 적이 없다.
이번 인터뷰도 사양을 하다가 편집부의 끈질긴 설득에 마지못해 임할 정도로 봉사를 자랑하지 않는 인물이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우리 사회에 이런 귀한 이를 보내 주어 우리 사회를 점 더 밝게 만들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강성문 위원장의 장도에 하늘의 축복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해본다. 글. 한성훈 kosdaq62@gmail.com

주베트남재난상조회 090 8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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