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It’s is Okay to not be Okay

각 사회의 문화를 가장 쉽고 깊게 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인데요. 특히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면 요즘 이슈가 되는 의식주뿐 아니라 가치관 등 많은 것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이던 드라마의 소재가 점점 다양해지고, 다소 독특한 소재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 하나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입니다. 사이코(Psycho-)는 본래 ‘정신’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쓰는 의미는 정신적 사고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비하할 때 많이 씁니다. 드라마는 정신 병원을 배경으로 장애와 결핍을 겪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남자 주인공은 문강태, 정신 병동의 보호사이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형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로부터
‘형을 지켜줘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항상 형에 대한 미안함, 자책감, 분노, 우울감 등의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자랍니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욕구보다는 항상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우선으로 희생하며 살아갑니다.
강태의 형, 상태는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ASD)을 앓고 있으며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불안함과 감정 소통에 문제를 보입니다. 엄마의 죽음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지요.
여주인공, 고문영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공격적이며 충동적인 인물입니다. 자신의 어두운 유년시절을 담은 이야기들이 아동 동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잔혹 동화라는 장르로 현실에서는 대박 행로를 달립니다. 문영의 반인격 장애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결핍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지속적인 엄마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대상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대상이 자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정신적으로 예속화하는 행동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을 통해서 고립되어 자라난 것으로 보입니다. 기질성 치매로 정신병원에 환자로 있는 고문영의 아버지를 보면, 이 가족에게도 뭔가 비극적인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정신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다양한 정신 질환은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정신건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더 저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그 동안 만나왔던 특별한 아이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100여년 전, 정신과 의사였던 몬테소리 여사는 우연히 발달 장애 아동들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그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열고 몬테소리 교구 들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달 장애아들은 손으로 배우는 감각 교구들을 사용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보여주게 됩니다. 몬테소리 학교 환경과 철학은 발달장애아들 뿐 아니라 일반 아이들에게도 최상의 교육 효과를 보여주면서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지요. 일반 학교 뿐 아니라 특수 학교에서도 몬테소리 교구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조금은 특별했던 그 아이들을 수용할 만 곳이 많지 않았기에, 그래서 사이공 몬테소리와 만나왔던 아이들이 제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장애 정도는 각기 달랐지만, 선생님들과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고 이끌었던 그 친구들이 이제는 다들 초등학교에 들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참 마음이 흐뭇합니다. 선천적인 결핍이든, 가정환경 등으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이든 자신의 아이가 겪는 발달 장애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님의 받아들임(Acceptance)가 제일 첫 단계입니다. 즉 문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부모님들은 이 부분을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그저 조금 활발한 아이’라고 문제 행동에 대해 축소하기 쉽습니다. 명백하게 발달 장애가 아니어도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문제 행동들은 부모님들이 반드시 인지하시고, 기관과 상호 협의하시면서 수정해 나가시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약간의 행동수정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는 만 6세 미만의 아동기입니다. 발달은 인지, 정서, 신체, 사회성 각 분야에서 고루 발달이 되어야 하며, 어느 한 영역이라도 부조화가 일어나면 더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셔야 합니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발달 장애아와 그 가족들, 이웃들이 겪는 현실적인 모습들에 더 친숙해질 때, 우리와는 조금 다른 행동들을 이해할 때,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와 성장을 함께하는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드라마의 제목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이지만 영어 제목은 ‘ It is Okay to not be Okay”네요. 번역해 보면 ‘괜찮지 않아도 좋아’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누가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한국어 제목보다 영어 제목이 상당히 더 마음에 들어요. 이 말에는 위로가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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