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9,Friday

이러다가

 

2020년, 숫자도 멋있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년과 달리 올해의 뗏은 집에 머물면서 새롭게 준비해 보리라 마음먹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는데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나마 뗏 기간 중 어디도 다녀오지 않은 터라 험했던 1차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여권 출입국 내용 보여 달라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 있게 내어 보일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 될까요?
달력을 보니 벌써 8월의 말입니다. 휴가철도 끝나고 한국은 가을로 넘어가는 때인데 추수를 기대하기는 커녕 낱알도 챙기지 못할까 염려되니 참 한심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올 해가 이렇게 지나가는 건 아닐까요?

다낭에서 시작된 COVID-19의 2차 확산은 충격이었습니다. 기간 중에 다낭에 다녀오신 분들에게도 놀랍고 두려운 일이었겠지만, 다낭에 생계의 근간을 두고 계시던 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안간 힘을 써서 버티고 있었을 텐데요.
그 사이에 첫번째 사망자 발표도 났습니다. 그간 사망자 없이 안전한 청정국 이미지를 세워왔던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더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나 타국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사망자 수이고, 확진자 통계 임에도 그것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올 초에 정부의 강력한 대처방식을 직접 겪었기 때문입니다. 코호트 격리를 기본으로 하는 대응은 강한 압력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삶을 얼어붙게 하기도 했으니 그 경험을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니 다낭시에 계신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절로 생각이 듭니다.
COVID-19의 확산으로 생긴 변화는 우리에게 무기력함이라는 달갑지 않은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무기력함이나 우울감의 증세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름과 더하여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로 부른다고 합니다. 경기연구원에서 코로나블루 현상의 경험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48%가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했다 합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이런 영향을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감염에 대한 불안입니다. 무차별로 전염됨은 물론 이제 어떤 경로로 인해 감염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둘째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갖는 불안감입니다. 설명의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겪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셋째는 일상생활의 제한 속에서 보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진위가 불분명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매체들이 쏟아 놓는 소식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기사 조차도 나쁜 소식에 공감한 우리의 정신건강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만 그럴까요? 베트남에서 사는 우리도 똑같이,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더 큰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방역당국이 여전히 통제력을 잃고 있지는 않다는 점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상황이고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이번 경우에는 1차 때보다 확산속도가 빠르고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하는 점일 것입니다. 그러니 바이러스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의 힘으로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이번 확산사태로 인해 그나마 적응하고 회복되어 가던 삶들이 두번째 파도를 어떻게 견디어 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됩니다. 어서 빨리 가라 앉기 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니 기왕에 이렇다면 코로나블루에 빠져 두려움을 갖거나 우울감에 짜증을 내기 보다는 어떻게 견디고 살아갈까에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답답하고 무기력한 마음을 이겨내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요.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라는 공공연한 표현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지난 426호에 실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라는 글을 통해서 나눈 얘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가족과 사람들에게 보다 관심을 두는 것이지요. 가장이라면 아이들의 학업을 직접 챙겨보는 것으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는 멀어지지만 가족과는 더욱 가까운 거리를 경험하게 될테니까요. 물론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구성원끼리 다투는 일도 늘어난다지만 무얼 하든 노력은 필요한 것이니까요.
취미생활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 서예를 배워보는 일도 좋고 집안에서 화초를 키워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는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극히 적은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호치민시 토요한글학교 문화강좌라는 모임도 있다하는데 알아 둘 필요도 있겠습니다.
개인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에 도전해도 괜찮을 거예요. 수영도 좋겠고요. 호찌민시의 아파트에는 체력단련장이나 수영장이 설치된 곳이 많으니 이런 아파트에 사신다면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활동량이 적어지니 늘어나는 건 몸무게 밖에 없답니다. 확진자 아닌 확~찐 자로 등록해야 할 판입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베트남어 도전을 다시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요즘은 유투브에 워낙 다양한 자료들이 올라와 있으니 맘만 먹는 일만 남았네요. 물론 그게 문제이지만요. 제가 아는 분은 커피를 좋아하는데 혼자서 바리스타 공부를 한답니다. 한국에 가게 되면 시험을 볼 거라고 하면서요. 특별한 케이스이지만 박수를 보낼 만한 도전이지요.
COVID-19 상황에서는 혼자 놀기를 익혀야 하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한 다양한 스킬들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먼저 소파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고 손에 쥔 TV리모컨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 않은 후,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두번째 파도가 얼른 지나 가기만을 바랍니다. 그나마 어렵사리 생활을 지켜가던 분들에게 이 파도의 높이가 그나마의 남은 힘을 빼앗아버리는 것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우리 교민들에게는 코로나블루라는 것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씬짜오베트남에서도 이 어려운 시기의 극복을 위해 할 만한 일들을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이 ‘넘’ 의 바이러스는 정체가 뭔지 한 해 내내 말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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