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ne 15,Tuesday

창의력, 0.003%의 필수조건

미래 사회에 등장한다는 계급도를 본 적이 있나요? 4차 혁명으로 기술이 발전되면 지금 시대보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거라 예상되는 미래. 서울대 연구팀이 만들어놓은 계급도를 보면 1 계급이 플랫폼 등 기술을 소유한 하이테크 기업인이 되고, 2 계급은 인기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스타, 3 계급은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체할 AI가 보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로봇보다도 더 아래 4번째 계급이 바로 99.997%의 대다수의 사람들이라는 거죠. 프레키아트(precariate) 계급이라고 불리는 이 용어는 이탈리아어 불안정하다(precario)와 영어 노동자(proletariat)의 합성어로 안정적인 고용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숫자로만 보더라도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하니까 여기에 속하지는 않겠지라는 건, 참 말도 안 되는 착각이 되겠네요.

그럼, 우리 자녀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까? 1 계급을 노리기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이고, 3 계급 AI와의 대결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럼 2 계급을 노려보려고 하니, 다들 창의력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AI와 차별화되게 우의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인간이 가진 창의성 뿐인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우리 아이의 창의력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지, 후천적으로 계발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얼굴 생김새나 기질 등을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태어나는 것처럼 지능, 창의력 또한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볼륨을 가지는 것은 그게 크든 작든 시작점은 선택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후천적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교육이나 환경이 좋을까요? 이는 비단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갈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키가 크는 것은 멈췄지만,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을 테니까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소개한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실험’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평범한 초등학생의 반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결과를 얻어서 분석하는 실험입니다. 아이들이 풀어야 될 문제는 실험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모양의 물체 중 5개를 골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는 보는 것인데요. 각각의 물체는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른데, 세모, 네모를 포함한 원통 같은 일반적인 모양도 있고, 설명하기도 힘든 고불고불 불규칙한 모양도 있습니다.

자, 이제 재미있는 실험이 시작됩니다.
1반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 앞에 있는 물체 중 마음에 드는 5개를 골라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세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부분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을 고릅니다. 특이한 모양을 고르면 만들기가 곤란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결과도 흔히 볼 수 있는 집, 기차, 자동차 등의 평범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2반에서는 문제 제시 방식을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 마음에 드는 물체를 5개 고르세요.”
목표를 모르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독특한 모양들도 부담 없이 고릅니다. 학생들이 다 고른 후에,
“ 고른 5개의 물체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세요.” 라고 미션을 알려줍니다. 1반의 아이들보다도 당연히 당황스러워하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만들어낸 모양은 1반 아이들의 결과물보다 보다 더 새롭고 기발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두 반의 아이들의 창의력 결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모양이라는 ‘수단’과 새로운 것을 만들기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순서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즉 수단과 목표가 분리됐기 때문에 창의력이 배가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 3반에서는 조금 더 바꿔봅니다. 물체를 보여주지 않고, 목표부터 물어봅니다.
“어떤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싶으세요?’
라고 질문을 먼저 던졌을 때 아이들은 사고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들을 내놓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무한정 나오는 기계요” , “평화통일이오”
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앞다퉈 나옵니다. 그 이후, 물체를 보여주며, “ 5개를 골라 너의 생각들을 표현해 보세요.”라고 하면 아이들은 원망 섞인 탄성을 질러댑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1, 2반에서 나오지 못한 새로운 모양들이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품고 나오게 됩니다. 3반은 목표를 먼저 물어봄으로 수단의 제약 없이 창의력을 이끌어 낸 후, 수단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 많은 창의성이 나왔을 것입니다.

이 실험은 4반까지 진행이 됐어요. 그럼 4반은 어떻게 미션을 제시했을까요? 3반과 동일하게 목표를 먼저 물어보고, 5개의 수단까지 고르게 한 후, 옆 친구와 물체를 바꾸게 합니다. 그리고 미션을 수행하게 해봅니다. 아이들의 반응이 상상이 되시죠? 아마 학생들의 원성으로 교실이 들썩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순간 아이들의 뇌는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눈은 생기있게 반짝였을 게 틀림없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물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요.
위 실험은 같은 사람이고, 동일하게 제한된 수단이지만 목표를 언제 어떻게 세우냐에 따라, 즉 상황에 따라 누구나 자신의 최대치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요즘 유튜브 채널들을 보다 보면, ‘도대체 저런 생각은 어디서 나는 걸까?’ 할 정도로 신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속삭이는 소리, 물소리 등을 들려주는 ASMR이나 카메라 가득 먹거리를 채워놓고 한 시간 넘게 말없이 먹기만 하는 먹방이 수천만 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되리라고는 15년 전 유튜브 창시자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창의력이 경제력으로 가치 환산이 가능한 지금, 우리는 교육의 패러다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네요.

현 Saigon Montessori International Kindergarten Director
현 Vietnam Montessori InstituteFounder & Director
국제 몬테소리 교사 (MIA), MIA 및 PNMA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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