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0,Saturday

시니어가 골프치는 방법

 

나이와 골프는 상극인가?
환갑이 지나면서 골프와 자연스럽게 자꾸 멀어져 간다.
당연한 일이다. 요즘 골프장은 점점 코스가 길어지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드라이버 거리는 마치 찬물에 담긴 그것처럼 줄어들면서 시니어 골퍼의 시름이 늘어간다.

드라이버를 제대로 쳐야 세칸 샷에 아이언을 잡을 수 있는데, 세월의 무게로 이미 드라이버 거리가 고작 200야드 근처에서나 얼씬거리는 것이 고작이니, 어쩔수 없이 우드를 들고 세컨 샷을 치면서 이게 페어웨이 샷인지 또 다른 티샷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한동안 골프를 잘 즐기다가 60이 넘으면서 골프를 당분간 접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단 공을 치는 재미가 없다. 적극적인 자세로 공격에 임해야 하는데
자신의 공 위치가 다른 이들보다 불리하니 수비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공격적으로 버디를 노리는 샷이 아니라 어떻게 하든 실수를 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으니 잘해야 본전이다.
이런 골프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남자라면 드라이버는 남에게 질 의향이 있을 리 없고, 세칸샷은 당연히 아이언을 쳐야하고, 파5홀도 웬만하면 투온을 노리는 것이 야성을 지닌 남정내의 골프치는 방식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어 근력이 떨어지니 티샷자리가 마치 페어웨이 중간으로 내려온 듯한데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한 것이다.

user image

에잉, 그만큼 치고 놀았으면 됐다 하며 과감히 걷어치우고, 한 5-6년간을 다른 취미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그것, 일단 골프를 시작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일단 발들인 골프를, 그것도 30년 이상 치다가 그만둔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한번 골프에 맛들인 그 입맛이 쉽게 바뀌겠는가?
결국 지난해부터 다시 돌아와 공을 치기 시작하는데, 예전 같지는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거기에 코로나로 7개월을 한국의 방콕생활을 즐기다보니 그나마 의욕도 자신도 다 사라진 상태다. 그리하여, 다시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사전 작업을 하고 시작하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 즉 자신의 약화된 근력과 점점 길어지기만 하는 골프장의 거리를 감안하여 이제는 몇가지 항복문서를 제출하고 받아드려야 할 것을 동의하고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것 같아서 이다.
항복하고 받아 들이는 것, 이것은 단지 골프에서 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욕심을 포기하고 항복하는 것을 제대로 할 줄 안다면 그 인간의 의식수준은 놀랄 정도로 높아져 삶의 달라지는 것처럼, 그동안 스코어 위주로 즐기던 골프를 나이에 어울리게 좀 다른 차원에서 즐길 수 있다.
항복하고 포기하는 의식 훈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늘 주장하던, 우리의 의식을 고양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모든 세상 일에 욕심내지 말고 다 내려놓으라는 말인데,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두 다 안다.
그런데 그만큼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도를 하면 마음도 비워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이왕 나이가 들어가는 데, 비록 체력은 약화되더라도 고양된 의식 수준으로 취약한 체력 보완을 이루는 것도 균형을 이루는 방법 중에 하나인 듯하다.

이런 시도를 기반으로 요즘은 골프를 통한 의식 고취를 이렁저렁 시도해보는데 크게 달리지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다행하게도 크게 실망시키는 일도 없는 것을 보니 그런대로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 듯하다. 이런 시도를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가 보자.
첫째, 이런 생각, 포기하고 항복하는 생각으로 경기를 하면 실수를 해도 크게 화를 내는 경우가 없다. 오히려 그런 실수를 하면 할 수록 자신의 의식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생겨 좋다.
둘째,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기대를 채우지 못한 스코어 카드를 마치 누군가 오물을 뿌린 것처럼 외면하던 흉한 모습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세월과 스코어는 그리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스코어를 포기했다. 그럼 골프를 스코어 말고 어떤 조합으로 즐기는 것이 시니어에게 어울리는가?
시니어는 스코어보다 인연을 즐기는 편이 훨씬 골프를 값지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골프가 가장 성행하는 미국에서 그들에게 레슨의 원조라고 불리우는 전설적인 하비페닉(Harvey Penick)이라는 골프 교습가가 있다. 그의 제자로는 톰 카이트, 벤 크렌쇼, 미키 라이트등 세계 정상급 남녀 골퍼들이 있다. 그가 쓴 리틀레드북, 리틀 그린 북 등의 레슨 서적은 전설적 레슨서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한번 모두 찾아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말이다.

이 양반이 한 말이 있는데, “당신이 골프를 한다면 당신은 이미 내 친구” 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이 말에서 시니어 골퍼로써 골프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새삼 발견한다. 즉, 친구들, 그것도 동연배에 대화가 되고, 골프라는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필드의 즐거움을 찾기로 한 것이다.
사실 베트남에서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관계라면 이미 엄청난 인연의 끈을 맺고 있는 귀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동시대에 같은 지역에서 함께 골프를 즐기는 연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귀한 인연을 만들어가고 그들과 즐기는 것만으로도 골프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가 싶다.

마지막으로 교습가 하비가 남긴 교습 한마디를 건내주려 한다. 아주 평범하지만 우리의 골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만한 레슨 한마디 전하고 이 글을 마치겠다.

“아이언 샷은 아이언의 날로 나무 티를 짜르듯이 스윙을 하라”

실천해보시라. 달라진 스윙을 느끼실 수 있다.
적어도 임팩트에 몸이 버텨주지 못해 스윙 속도를 감속시키는 수많은 시니어 아마추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