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그대에게

오 나의 영혼아, 불멸의 삶을 갈망하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 핀다로스, 아폴로 기념 경기 우승자에게 바치는 축가3 –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답은 확연하다. 무덤이다. 이 엄숙한 사실 앞에서는 누구도 속수무책이다. 거인의 어깨까지 올랐던 뉴턴도 죽었고 전 세계를 제패했던 알렉산더도 죽었다. 내 오랜 조상 중에 살아 있는 분들은 없다. 우리는 꽤 자주 이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저 ‘내’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고 오늘 산 하루만큼 목적지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스 서정 시인 핀다로스는 일찌감치 알았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두 쓰고 가는 삶이 진정한 승자임을 강조했다.

그렇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남김 없이 자신을 써야 한다. 모두 쓰고 가려면 써야 할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이 가진 재능의 크기를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늘 누구는 10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자신은 겨우 1이나 2만큼의 재능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주눅이 드는 것이다. 이내 너무도 평범한 자신의 재능에 절망한다. 삶은 재능의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 1이든 2든 주어진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했는가에 달려 있다. 주어진 재능을 다 썼다면 비범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꿈이 무엇일까를 물을 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이렇게 찾은 재능을 잘 쓰게 되면 그가 누구이든 어떤 삶을 살았든 ‘성공’이라는 빛나는 견장을 달 수 있다. 나의 재능을 찾는 데는 거창한 이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여기 자신을 발견하고 재능을 감지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것은 세상에 쫄지 않는 출발점이라 바꾸어 불러도 좋을 테다. 첫째, 생각만 해도 내가 즐거워지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에는 당신이 가진 1그램의 재능이 녹아 있을 가능성이 짙다. 미래 삶의 한 조각이 될 가장 확실한 대어다. 그 한 조각을 낚아라. 무언가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고 이로 인해 가슴이 뛴다면 내 꿈의 자장(磁場) 안에 걸려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상으로 가슴이 뛰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 상상을 잡고 머물러야 한다. 머물러서, 영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떠올린 영상을 글로 묘사하고 활자화 하면 당신의 꿈과 만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묘사된 꿈은 현실보다 강하다. 묘사된 장면에 나는 이미 가 있고 그 장면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장면을 위해 3년, 1년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일사분란하게 정의해 보자. 말하자면 회계적 현가계산 방식과 같다. 향후 10년 삶의 현재적 환원이다.

둘째, 자신의 역사를 기술하라. 자신의 재능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하고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없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내어 천천히 복기하라. 우리는 기록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한 역사로서 존재할 수 있다. 이른바 개인사(個人史)는 직접 써야 한다. 자신의 역사가 쥐어 진 자는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 개인사 중에는 지난 3년을 민감한 더듬이로 탐색해야 한다. 지난 3년간 내가 했던 일 또는 업무 중에 내 기질과 잘 들어맞고 가장 훌륭하게 수행했고 가장 몰입했던 일을 기억해 내는 일인데 “내가 사로잡힌 일”을 수색하는 것이다. 그것은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임에 자명하다. 이렇게 “내가 사로잡힌 일”을 찾았다면 그 일에 시간을 할애하여 집중한다. 관련 서적을 뒤져 깊이 들어간다.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후벼 파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내 밥줄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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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앞으로 10년간 자신에게 일어날, 숨막히게 아름다운 10가지 장면을 써라. 앞서 말한 두 번째 방법을 꼭 붙들고 동시에 첫 번째 방법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눈 감으면 5D로 만져지고 혀로 핥을 수 있는 내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비전이라 말한다. 비전은 거창하게 만들어졌으나 박제된 선전 문구가 아니다. 비전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다. 눈을 뜨면 보이지 않지만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이 비전이다. 그러므로 비전은 일종의 상상력을 동원해야 그려질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나만의 역사(歷史)인 개인통사(通史)를 만들어 자신의 과거를 깊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로잡힌 일을 발견함으로써 지금의 나와 연결시켰다. 이 번에는 앞의 두 가지를 잡고 앞으로 10년간 일어날 일 10가지를 상상하고 이미 이루어진 미래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여행과 일탈이 그리운 사람은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긴 머리가 얼굴에 덮인 채 마른 모래 바람을 맞버티며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하라. 그 장면을 활자화 하라.
자신의 직업에서 승승장구 하고자 하는 사람은 멋진 비즈니스 테이블에서 화면에 제 그림자가 비춰지는지도 모르고 열정을 토하며 프레젠테이션하는 무대에 자신을 세워라. 그 장면을 활자화 하라. 10가지 숨막히는 장면이 활자화 되면 자신의 비전이 손에 쥐어진다.
이것은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을 걷어차고 자신의 재능으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보고 이루어 내기 위한 일종의 자기맹약이다. 스스로 내린 자신의 임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억압 덩어리인 현실을 한 번에 넘어서려 하지 말고 어떻게든 삶에 달라붙어 끈질기게 현실의 제약을 하나씩 재껴 나가야 한다. 죽은 꿈을 팔팔하게 숨 쉬는 삶 안으로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 내 맘대로, 생긴 대로 살 수 있다. 자신이 기획한 인생대로 사는 짜릿함, 마다할 이유 없다. 토마토 주스를 마시기 싫다는 아이에게 아버지가 말한다. ‘저 좋은 것만 하고 인생을 살 수는 없는 법이야. 저 좋은 것만 하고 세상을 살려고 했다가는 굶어 죽어. 나를 봐, 나는 하고 싶은 일은 평생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살았어.’ 아이의 아버지는 실은 우리 자신이 가진 두려움의 민낯이다. 나도 춤추듯 살 수 있을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꿈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착각하는 자신이 얼마나 무한한 존재인지를 알아가는 방법이다. 아무리 잘난 인간도 결국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평균성에 기대어 남들과 그리고 주변과의 불필요한 비교를 단절하는 연습이다. 그리하여 어떤 상상을 하더라도 이룰 수 있다는 자기가능성에 대한 최면이다.
낯선 나라, 낯선 곳에서 내 자신도 낯설게 보는 연습,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 베트남에서의 시간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나 자신을 찾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장재용
E-mail: dauac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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