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3,Tuesday

안시성 전투 그리고 고당 전쟁

지난 이야기
수나라와 당나라의 고구려 침략에 대한 기록은 당 태종 이세민이 편찬한 수서 당서 입니다.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라 왜곡된 부분이 많습니다. 삼국사기 역시 중국 기록을 많이 참조하고 우리나라 기록은 자료가 부족하여 참고한 내용은 미미 합니다. 따라서 고대사 해석은 합리적 추론이 필요 합니다.

첫째, 당 태종 이세민이 기록한 고당 전쟁의 기록은 진실인가? 안시성 전투에 관한 기록은 진실인가?
우선 안시성 성주 이름은 양만춘인가? 진실을 살펴봅시다. 고당전쟁 당시의 기록인 구당서 기록에는 안시성 성주 라고 기록되어 있고 이름은 없습니다. 우리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도 안시성 성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는 안시성주 양만춘을 알고 있을까요?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조선왕조 선조 실록에 등장하고 효종 실록에도 등장 합니다.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와 병자호란을 겪은 효종이 신하들에게 “고구려를 구한 안시성 성주는 누구인가?” 라고 질문하자 “양만춘 입니다.” 라고 대답 합니다.
양만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안시성 전투가 끝나고 800년 후 명나라 때 운종곡이 쓴 “당서연의”에 처음으로 양만춘 이름이 등장합니다. “연의”란 소설을 뜻 합니다. 그러니까 당나라 역사를 소재로 쓴 대하소설이 “당서연의” 입니다. 당나라 역사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중요한 인물 안시성주의 이름을 몰라서 작가가 이름을 지은 것인지 고대 자료를 찾은 것인지 진실 여부는 모릅니다. 당서연의도 삼국지 연의처럼 역사소설 입니다. 역사학자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이름인 양만춘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필자도 양만춘 이름을 그대로 사용 하겠습니다.

둘째, 안시성 전투는 양만춘이 지휘했나? 또 안시성 수비군 단독으로 싸웠는가? 외부의 지원은 없었는가?
645년 6월 1일 백암성 성주 손대음은 당 태종 이세민에게 항복하자 이세민은 곧 안시성 공략에 나섭니다. 그런데 안시성 전투를 시작한 날짜는 70일이 지난 8월 10일 입니다. 구당서 기록에는 “안시성을 구하기 위해 구원병 15만이 왔고 6월 23일 당 태종 이세민은 고연수와 고혜진이 지휘하는 고구려 구원병을 괴멸시키고 항복한 고구려 군사 전부를 풀어 주어 평양으로 돌려 보냈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6월 23일 고구려 구원병을 전멸시킨 후 당 태종 이세민은 50일이나 지난 8월 10일 안시성 공격을 재개 합니다. 군수품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당나라 군대는 속전속결이 급선무 입니다. 하지만 50일의 공백기간이 있는 것은 고구려 구원병이 전멸 당하지 않고 상당 수 존재 했고 당 태종 이세민은 협공을 염려 했다는 추측이 가능 합니다. 삼국사기의 기록대로 안시성 구원병의 지휘관이 대로 고정의가 맞다면 본대 병력 5만 이상 건재하여 당나라 군대의 후미를 공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안시성 전투는 안시성 수비군 2만의 단독 전투가 아니라 외부의 협공을 받으면서 당나라 30만 대군과 싸운 것 같습니다.

셋째 안시성 전투를 지휘한 장수는 누구인가?
대부분 사람들은 안시성 전투를 지휘한 장수는 당연히 양만춘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시성 구원군 지휘관 고정의는 직책이 1등급 대로입니다. 안시성 성주 양만춘의 직급과는 격차가 큽니다. 만약 고정의가 1~2만의 군대를 이끌고 안시성에 입성하고, 남은 구원병 3~4만명은 부장에게 맡겨 당군의 병참선을 끊고 당군의 후미를 공격하여 당군의 교란을 지시 했다면 안시성 전투의 지휘관은 고정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안시성 수비군 병력과 안시성 구원병을 합친 7~8만이 반씩 분할하여 양면으로 협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으로 고정의가 안시성에 입성하지 않고 외부에 남아 당나라 군대의 병참선을 끊고 당나라 군대의 후미를 교란시키는 경우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생각은 고구려 최고 관등인 대로 직책을 가진 고정의가 안시성에 입성해서 전투를 총괄 지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신당서에는 안시성주 양만춘의 지략이 탁월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안시성 수비 지휘를 양만춘에게 위임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안시성 수비군 단독의 전투가 아닌 지원병의 지원을 받아 전투를 지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은 모든 경우가 다 가능하므로 진실 여부는 알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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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당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구당서에는 안시성 수비군이 2만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당서 기록은 좀 다릅니다. 안시성 전투 막바지인 9월 하순 신당서 기록 입니다. 장손무기가 당 태종에게 이르기를 “안시성에 10만 수비군이 있고 성이 견고하며 안시성 성주의 지략이 탁월하니 쉽게 공략할 수 없습니다. 철수하는 것이 상책 입니다.” 장손무기의 건의에 따라 당 태종은 철수를 결정 합니다. 그리고 안시성 전투를 지휘한 성주의 충성심을 칭찬하고 비단 백필을 하사했다. 안시성 성주와 군사들은 철수하는 당 태종에게 경의를 표했다. 당 태종은 고생하며 요택의 늪지를 통과한 후 고당전쟁에서 전사한 2천명의 당나라 군사를 위해 위령제를 지내고 통곡했다. 이소식을 들은 전사자 부모들은 자식 잃은 슬픔도 잊고 황제의 성은에 감읍했다.

참으로 역사 왜곡이 심합니다. 고구려는 침략군을 곱게 돌려 보낸 적이 없습니다. 고구려 군대는 침략군을 곱게 돌려 보내면 다시 침략한다는 생각에 추격군을 보내 철저히 짓밟고 죽여서 공포감을 심어줍니다. 아마도 당 태종 이세민은 철수할 때 고구려 추격군을 염려하여 험한 길 요택의 늪지대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구려군은 추격을 하여 당나라군 후미를 공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추격하는 고구려 장수에게 비단을 선물한다? 웃기는 말이죠. 게다가 30만 대군 중 전사자 2천명? 말도 안되는 소리 입니다. 게다가 당나라는 패전국 입니다. 전쟁에 패한 군대의 사망률이 7% 미만인 경우는 없습니다. 게다가 20세기 이전에는 냉병기로 싸우는 접근전이 많아 전사 비율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장된 듯한 기록이 꽤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께서 들어본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시성 성주 양만춘이 쏜 화살이 당 태종 이세민의 눈에 꽂혀 애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과장된 기록인 듯 합니다. 보통 눈에 화살을 맞으면 즉사 합니다.
중국의 기록과 우리 기록을 합치면 “양만춘이 쏜 화살에 맞아 애꾸가 된 당 태종 이세민이 자신에게 활은 쏜 양만춘에게 비단을 선물하고, 이세민의 선물에 감격한 양만춘과 안시성 군사들은 철수하는 당나라 군사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런 내용이 됩니다.
참 애석하게도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고구려 영웅들의 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

수나라 군수기지를 습격한 장수?
고구려는 수 양제의 침입 직전에 수나라 보급기지 회원진과 통정진을 습격 합니다. 이로인해 수나라는 보급기지를 탁군 (지금의 북경)으로 옮깁니다. 보급선이 길어진 수나라는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결국은 전쟁에 패했죠. 5천 ~ 1만 정도의 소수 병력을 이끌고 적군의 중심부로 들어가서 보급창고를 습격하여 불 태우고 유유히 철수한 군대를 지휘한 장수의 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보급기지를 박살 낸 장수는 전쟁 개전 후 고구려 유격대를 이끌고 험준한 산악지대를 누비며 수나라 병참선을 끊는 역할까지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나라의 100만 대군은 요동성에서 6개월 동안 발이 묶입니다. 당시 요동성 수비군은 많아야 3만을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 되는데 30배가 넘는 수나라 대군을 방어한 장수가 참 궁금 합니다.
수나라 군대가 요동성에 발이 묶인 6개월은 고구려가 반격을 준비하는 기간이 되어 고구려 승리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당 태종 이세민은 자신이 고구려를 침략했을 때에도 고구려 장수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항복한 고구려 장수들은 자세하게 기록합니다. 고당 전쟁 3대 전투인 신성 요동성 안시성 전투를 지휘한 고구려 장수들의 이름은 기록하지 않고 대신에 항복한 장수인 백암성의 성주 손대음과 주필산 전투의 장수 고연수와 고혜진은 상세하게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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