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September 23,Wednesday

왜 인문학인가?

요즘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인문학 열풍이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여러 대기업에서 툭하면 인문학 관련 인사들을 초청해서 강연회를 벌이는 진풍경의 연속이다.

그럼 인문학이란 대체 무엇인가?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학문(Studia Humanitatis)’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가면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운영하던 아테네 근교의 ‘아카데미아(Academia, 세계 최초의 대학)가 그 출발점이다. 예로부터 그리스인들은 수사학, 문법, 수학, 음악, 철학, 지리학
그리고 체육을 통해 인간됨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엔 인문학의 범위가 다소 축소되어 흔히 문.사.철(文.史.哲/문학,역사,철학)을 일컫고 있다. 필자는 인문학중에서도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학책들을 지난 1년동안 교민들에게 소개해왔다.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숱한 소설 중에서도 흔히 고전(古典)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 작품들 위주로 애써 선별했다.

고전이란 오늘날 우리가 읽은후 백 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읽히게 될 삶의 지혜가 응축된 정신 유산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것이
갑자기 생겨난 학문이나 사조(思潮)도 아닌데 왜 느닷없이 이렇게 난리들인가?
단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탄생 배경을 두고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의 교차점에서 나왔다”는 파격적인 언급때문일까? 물론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지만 필자의 추론으로는 자본주의(돈, 화폐)에 짓눌려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저항의식이라고 본다.

즉,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정신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여진다. (좀 더 거창하게 비유하자면) 마치 과거 중세시대에 종교와 신(神)의 권위에 짓눌려 살았던 인간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했던 르네상스(人文主義) 운동과 같은 맥(脈)이다.

자본주의의 근본적 생리는 ‘자본의 끝없는 증식’에 있다. 우리부모세대들은 오로지 돈을 벌어 자식 교육시키려 한평생을 바쳐왔고, 현재의 우리는 남들보다 좋은 집과 차를 사기 위해 삶의 여유도 없이 우리 자신을 혹사시켜 왔다. 또한, 자식을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이름 난 대학과 연봉 높은 대기업에 취직시키기 위한 스펙을 쌓아주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사는가. 부모와 자식 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철저한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살아가야 하는 이 지긋한 현실로부터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 열풍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인문학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학문이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통해 우선 나자신을 들여다 보고, 타인과 이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야를 갖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일찍이 산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인문학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했던들 세월호의 이선장 같은 사람이 과연 나올 수 있었겠는가. 또한 구원파 교주란 자는 성서(聖書)라는 총체적 인문서를 통해 나약한 인간 심리를 꿰뚫어 보고 철저히 자본화시켜 대중들을 이용해 먹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우울과 불면(不眠)을 토로한다. 자본주의 시대이전에는 없던 괴상한 정신병을 현대인들은 앓고 살아간다. 뾰족한 처방전이 없기에 자연과 글에 가까워지는 것이 묘약(妙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다고 감히 장담한다. 떠나라! 멀고 낯선 곳에 자신을 데려가서 홀로 자신을 돌아보라! 그게 힘들면 일상에 책을 통해서라도 홀로 여행을 떠나라! ‘글’이란 마음의 거울을 통해 병들고 상처받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치유(healing)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지난 1년간 북 칼럼을 읽고 격려해주신 교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6월부터는 여행칼럼을 통해 새롭게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작성자 : 박동중 – 영남대 영문과 졸업/조흥은행 안국동 근무, 現 창작활동 및 백산비나 근무중 (frog09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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