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October 16,Wednesday

베트남에서 부부 생활 이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얘기 아닙니까? 호찌민에 사는 한 부인께선 10년 동안 남편하고 한마디도 안하고 사셨답니다. 그리고 본인도 ‘사랑한다, 좋아한다’ 표현하며 살고 싶은데 저녁때 지쳐서 들어오는 남편의 심각한 얼굴을 보면 모든 말이 쏙 들어 간답니다.
그리고 침묵과 정적이 흐르는 가정이 된답니다.

한 가정을 들여다봅시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쿠션에 앉아서 남편은 리모컨을 찾는다. 그리고 티비 앞에서 채널을 돌린다.
슬그머니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부인을 힐긋 쳐다본다. 오늘 하루 있었던 몇가지 딜레마에 빠진 회사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나 속으로 “에이~ 뭘 알겠어” 그리곤 다시 시선을 티비로 옮긴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부인은 남편을 힐끗 쳐다보고 속으로 “저 양반이 얼굴엔 수심이 가득한데 뭔 얘길 안하네. 참 답
답하네. 빨리 설거지 끝내고 운동이나 가야겠다.”

위는 하나의 단적인 예입니다. 외국에서 직장을 가진 우리들은 생활을 하면서 직장의 딜레마가 있지만 또한 가정의 딜레마 또한 만만히 않습니다. 남편이 출근한 뒤에 부인은 하루 종일 집에 있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우울한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베트남에 오게 된 경위를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남편에게 베트남에 가라고 발령을 냅니다. 처음엔 황당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 까짓거 못 할게 뭐 있어 한 번 도전해 보는거야.” 라는 심정으로 남편과 이것저것 준비를 합니다. 그러면서 설레임의 연속이었습니다.
친척들이나 친구들이나 걱정반 부러움반 여러가지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 여러가지 계획을 많이 세웁니다. 그러나 정작 베트남에 도착하고 적응하고 집 정리하고 삼 개월 쯤 지나면 이젠 장보고 나면 하루종일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서워서 어디 밖에도 못 나갑니다.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우울합니다. 어디 마음 놓고 대화할 사람도 없고 상의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몇 명이 알고 지내는 정도… 혹시 밖에 무슨 말이 날까봐 대화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다 산책을 나갑니다. 그저 동네 한 바퀴 돌면 딱히 가 볼 데도없습니다. 점점 의욕이 없어지고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남편출근시켜줄 힘도 없습니다. 그리고 출근한 남편 뒤를 쳐다보며 섭섭하기 그지없습니다. 오늘은 또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회사 출근 차에 오른 남편은 차 안에서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말도 안 통하고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베트남 직원들을 데리고 본사에서 지시하는 데로 이일 저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생각된 대로 되지 않는 일이 태반사입니다.
본사에서 독촉전화가 오고 상사에게 전화로 한참을 깨지고 나면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가고 저녁때 하루종일 야단만 친 베트남 직원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하여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같이 마시면서 내일부터 잘 해보자고 못,하이,바를 외칩니다. 늦은 시간 집안에 들어가면 정리도 안되어 있고 아내는 벌써 잠이 들어 있는지 뒤척이고 있습니다.
참 참담합니다.

서로는 이해받고 싶어 합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남자나 여자나 아직도 어렸을 때의 내면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가 “아이고 우리새끼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드니”, “많이 힘들었지 어서 씻어라. 엄마가 밥차려줄게”, “그래 오늘도 참 잘했다”,
“어서 자라”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된 두 사람은 이러한 대접을 받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힘들때는 누군가 위로해주길 바라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길 바랍니다. 우린 이미 다 자라서 성인이 되었지만 우리 내면 안에는 어린아이가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아직도 바라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선 먼저 자기 안에 있는 어린아이에게 천천히 대화를 해나가는 겁니다.

“외국나와서 얼마나 힘드니 내가 너 힘든거 다 안다. 그리고 넌 참 대견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해오고 있잖아. 나는 너를 끝까지 보살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너는 나만 믿고 잘 따라와 줘.”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따뜻하게 만들어서 가슴에 대고 편안하게 자신을 안아주는 것입니다.
그러한 내면 대화를 자주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여유가 생기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게 됩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남편에게 항상 첫마디 “수고했어요, 당신”
거짓말도 자꾸 하다 보면 늘듯이 이 말도 계속 반복하다보면 진정이 됩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미안해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이 얼마나 용기를 주는 말인가. 이 얼마나 용서를 해주고 싶은 말인가.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에 더 많은 감명을 받을 것이다.
“에이 나는 안돼”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에이 안되는 게 어딨어”라고 같은 말이지만 한번 마음을 바꿔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부분은 기분 안 좋으면, 오늘 하루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그리곤 그 기분에 쌓여서 하루 종일 조바심내면서 삽니다. 그러나 하루가 일주일이되고 일주일은 한 달이 되며 일 년은 또 십 년, 그리고 일생이 됩니다. 오늘 하루 내가 내 기분을 이끌어서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모든 삶이 더 밝아지게 됩니다.

어느 날 아침 한 사람이 집 앞에서 넘어졌습니다.
그 사람은 “야 오늘 되게 재수 없는 날이네” 불쾌한 기분에 회사에 출근하여 상사에게 깨지고 아랫 직원과 싸우고 회사 계약날인데 망치고 하루를 엉망진창으로 보내고 퇴근하는 분이 있는 반면, “오늘 큰 사고가 날려고 했는데 이렇게 액땜해버리는 구나.” 하고 언짢은 마음을 머리에 담지 않고 털어내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한 사람은 상사에게 꾸중을 들어도 “네, 좋은 조언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애정으로 알겠습니다.”
“어! 이놈 봐라 어떻게 내 마음을 잘 알지? 나는 성격상 좋아하는놈 아니면 얘기도 안 해 임마” 그럼 다음 일이나 승진은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랫직원들이 너무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성사되지 않을 것 같은 계약도 열정을 가지고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십시요. 열심히 하겠습니다.”하며 열정과 긍정적인 사고로 생각하고 만든다면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오늘 하루의 기분에 끌려다니지 말고 오늘 하루의 기분을 내가만들어 가야겠다고 결심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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