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3,Tuesday

한주필이 만난 사람-제 16대 호찌민 한인회장 손인선 당선자 인터뷰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바람을 일으킨다.

지난 11월 23일 제 16대 한인회장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손인선씨를 정관에 의해 당선자로 인정하고 다음날 당선증을 교부함으로 16대 한인회장으로 손인선씨가 당선되었음을 정식으로 공고했다.

호찌민 한인회는 2년 전 현재 김종각 회장 임기전에는 한인회장의 자격시비로 인해 논란이 거듭되고 교민사회가 진영이 나눠져 갈등을 보인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한인회 사고지역으로 지정되어 약 4년간 한인회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슬픈 역사를 보내며 동포사회로부터 눈총을 받아왔다. 그리고 제 15대 김종각회장이 취임을 하면서 사고 지역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모든 행사에 한인회가 참여하며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 15대 임기 동안 한인회는 눈부신 활약을 이어왔다. 그동안 받아온 사고지역이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 코로나로 각종 행사가 사라진 마당에도 물밑 활약을 통해 교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로 대두된 백신 접종을 훌륭하게 처리하며 교민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으며 한인회의 존재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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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투표, 사라진 교민축제

그리고 당연히 연임에 도전 할 것으로 생각하던 김종각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다시 상황이 어지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피어났다. 이제 사고지역에서 벗어 난지 고작 2년인데 다시 예전의 선거행태가 살아난다면, 호찌민 교민사회를 사고 지역으로 만들어 전 세계 동포로부터 질타를 받도록 만든 사람들이 재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알 수가 없지만 후보 신청마감일까지 여기저기서 거론되던 후보들이 신청을 포기하고 손인선 현 대한 체육회 베트남지회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하게 되자 정관에 의해 11월 23일 김영선 선관위원장은 손인선 후보를 당선자로 확정하고 선거를 마감했다.

좀 맥이 빠진 행사가 되어 버렸다. 선거를 핑계로 교민들이 관심이 모아지며 그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나누며 오랜만에 교민사회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선거가 사라지자 그만 교민들의 관심도 수그러 들고 말은 것이다.

마치 예정된 축제가 사라진 듯 아쉬움이 따른다.

과연 이런 무투표 당선자 확정이 앞으로 우리 교민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것도 역시 궁금해진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염려보다 더욱 궁금한 것은 새롭게 회장으로 뽑힌 손인선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다.

선거가 있었다면 그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기본적 검증과정을 거치며 인물에 대한 정보 역시 받아 볼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라진 선거와 함께 후보자의 기본 정보조차 알지 못한 채, 회장이 등장하고 말았다. 해서 씬짜오베트남에서는 한주필을 앞세워 신임 당선자를 만나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신임회장 당선자 손인선은 누구인가?

제16대 호찌민 한인회장 당선자 손인선씨는 과연 어떠한 사람인가 그를 만나 본다.

인터뷰가 무산될 뻔했다. 아침 10시에 약속한 인터뷰를 오후로 미루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별다른 일정이 없는지라 그렇게 약속을 변경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손회장이 만나 사람 중에 F1이 있어서 손회장도 병원에서 PCR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이곳에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아, 우리가 진짜 별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다.

약속한 2시반 오차 없이 그가 본지 사무실을 찾았다.

커피 한잔을 권하며 인터뷰 전 웜업을 하는데, 지난 26일 제20기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발대식에 참석한 얘기를 시작한다. 쉐라톤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발대식에는  교민주요 인사들과 새롭게 탄생한 평통자문단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 강사로 나선 사람의 강연 내용에 대한 얘기였다.

그 강사가 어떤 연유로 평통자문단의 발대식에 강연을 하게 된 것이 정부의 지정인지 평통지부의 알선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강연 내용이 너무 좌평향되어 깜짝 놀랐다는 얘기다. 자신들의 자녀를 북한에 유학 보낸 것은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강사는 연변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고 평양 과기대 설립 부총장을 지낸 인물이데 북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리인 같은 강연이라 상당히 불편했다는 얘기다.

 

정치 성향의 균형을 가진 인물

손인선회장은 전북 익산 출신이다. 지역별로 진영이 나눠진 한국의 상황에서 본다면 그 역시 진보, 좌편향된 사고를 지닐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의외로 그는 정치적 균형이 잡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연유는 집안의 내력에 있었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을 참전한 군인으로 대령으로 예편하고 베트남에서 아들과 함께 지내다 지난 7월 90세의 연세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렇게 북과의 전쟁을 거치면 살아온 군인의 아들이 좌편향된 정치성향을 갖기 힘들 것 같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일이다.

일단 이것을 통해 그의 정치적 성향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 얘기 역시 그에 대한 정보의 한 조각이다.

이렇게 좀 뜨거운 웜업을 마치고 질문을 슬슬 꺼내본다.

한 주필: 회장선거가 치뤄지지 않고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손 당선자: 저도 어리둥절합니다. 워낙 출마 결정이 급하게 이루어진 터라 별다른 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세기간을 거치며 이런 저런 귀한 경험을 갖게되리라 기대를 했는데 그만 선거가 사라지니 좀 아쉬운 부분도 있고 저에 대한 검증도 없이 회장 노릇을 한다는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또 한편 운이 따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임회장의 권유로 시작된 출마 고민

한주필: 평소에 한인회장으로 나서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왜 한인회장에 출마를 하게 되었나요?

손 당선자: 사실 현 김종각 한인회장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호찌민이 한인회 사고 지역으로 지정될 때 모든 일을 다 관여했던 사람이라 그 과정을 소상히 압니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밝지 않는 인사를 회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점에서 대한 체육회 호치민 지회장을 맡고 있는 저에게 은근히 권유를 한 것입니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집사람이 기겁을 하며 김회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해도 욕만 먹는 한인회를 왜 맡으려 하는가 하며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 2주 정도 교민사회의 어른들을 만나보며 상황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사심없는 한인회장의 역할을 할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인회가 교민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회장단이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운영을 하지 못한 것이라면, 저는 그 부분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알게 모르게 받은 지인들과 이웃들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마다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집사람을 설득하고 허락을 받아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한주필: 좋습니다. 지금 이미 당선자가 되었지만 출마를 결심할 당시 한인회장이 되면 어떤 일을 할 생각이었습니까?

손 당선자: 제가 당시 만든 후보 공약이 있는데, 가장 먼저 ‘24시간 가동되는 콜 센터’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물론 긴급영사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교민들이 그런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는 않는 듯하여 교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콜센터라면 도움이 필요한 교민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약으로 정했습니다.

그 외의 공약은 ‘소 상공인 상권회복’을 지원하고, ‘코로나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어르신을 대상으로 매년 건강검진’을 하도록 하고 ‘지역사회 자체 방법대’ 운영, ‘교민및 한베가족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입니다.

제가 공약을 만들면서 감안한 것은 실행 가능한 약속을 하지는 것입니다. 공약이 빈 공짜, 헛 공약이 되지 않도록 실행 가능한 것만 올렸습니다.

한 주필: 예 그럼 저는 그 공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한번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실행 가능한 공약이라고 했지만 일단 그런 공약을 실행하려면 자금문제가 따르리라 봅니다. 운용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실 것인가요?

손 당선자: 한인회는 회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회비를 내는 회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렇게 회비를 내며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일단 교민들이 가입을 원할 수 있도록 회원에 대한 혜택을 준비해서 회원들을 정식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러면 일단 큰 돈이 아니더라도 회비를 받는 이상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수익사업을 구상하려고 하는데 교민들과 경쟁을 하는 사업이 안되고 교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익사업을 구상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그래도 한 달의 기간이 남아있으니 이런 저런 연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인회의 업무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기본 목표다

한 주필: 일반적인 운영이야 어떻게든 가능하겠죠. 이제 막 생긴 한인회가 아니니 15대를 이어온 한인회니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그 중에 우리가 활용할만한 것들을 골라서 한다면 운영에는 큰 문제가 안되리라 봅니다. 그런데 손회장이 회장이 되면서 예전의 한인회와 차별화되는 큰 틀의 계획은 없는 가 묻고 싶습니다.

손 당선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그것에 담겨 있습니다. 저는 예전의 선배 회장님과는 달리 별다른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임기 동안은 그동안 정비되지 못한 한인회의 기본 조직과 정관 그리고 회원관리 등 아직 완비되지 않은 업무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런 기본 인프라가 다 마련된다면, 다음에 어느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회징직을 수행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교체를 통해 젊은 인재를 모시겠다.

한 주필: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 호찌민 한인회는 좀 인사정체가 있는 듯합니다. 즉 너무 익숙한 얼굴들이 아직도 한인회를 움직이고 있는 듯하여 새로운 혁신이 이루어지기가 힘들 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에 대하여 어찌 생각하십니까?

손 당선자: 그것은 저에게도 과제입니다. 과거의 회장들은 선거를 거치며 여러 사람들에게 빚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세기간 동안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뭔가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했으리라 생각하는데 저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일단 투표 없이 당선자가 되었다는 것이 저의 운신을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다른 이들에게 빚진 것이 없으니 논공행상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이루려 합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드려 한인회에 새바람을 일으키려합니다. 그 바람이 전 교민들에게 퍼져 젊은 세대들이 한인회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진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세대 교체가 잘 이루어지면 제가 구상하던 모든 공약은 물론 젊은 인재들로부터 나오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더욱 많은 일을 하는 한인회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한주필: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새 포대에는 새 술이 필요하지요. 말씀하신 대로 일하신다면, 회장으로서의 손인선씨 모습을 그릴 수는 있는데 사실 손인선 회장이 아니라 인간 손인선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남습니다. 교민들의 그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개인적 정보를 좀 캐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현재 샹차이라는 대형 중국집을 운영하고 계신데 평이 좋습니다. 원래 한국에서도 음식점을 하셨나요?

손 당선자: 중국집을 한 것은 순전히 베트남에 와서 시작한 것입니다. 일급호텔 중국집 주방장으로 있던 지인과 함께 베트남에 왔다가 그 지인의 권유와 도움으로 중국집을 시작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역시 베트남에 신세를 진 셈이 되나 봅니다. 기회가 되면 베트남으로부터 받은 신세를 돌려줄 생각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한국에서 한일은행 행장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비서실에서 일반 부서로 일하는 곳이 바뀐 후로 흥미를 잃어 사직을 하고 잠시 공백을 가진 후 2012년 베트남에 들어와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집안은 원래 전북 익산 출신인데 부친이 평생을 직업 군인으로 살아오신 탓에 주로 강원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습니다. 경동고등학교와 인하대 경영학과를 다녔습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삶의 무기다.

한 주필: 따로 질문을 드리지 않아도 자기 소개를 다 하신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생 철학이 없을 수 없으실 터인데 자신의 인생 철학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손 당선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문구를 제 삶의 기본 철학으로 갖고 살아갑니다. 말 그대로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자신을 다스리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남에게 믿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남을 믿으면 그 사람도 내 믿음을 통해 나를 믿어 준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타인에게 믿음의 행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한주필: 긴 시간 인터뷰에 성실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씬짜오베트남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 당선자: 제 16대 한인회장으로 당선된 손인선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부름에 따라 한인사회의 일을 여러분을 대신하여 성실히 일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열심히 준비하여 교민 여러분을 실망 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그리고 당연히 낮은 자세로 감사하며 일하겠습니다. 한인회는 여러분이 관심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교민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만이 한인회를 성장시키는 절대 필수 요건입니다. 애정어린 관심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2022년 임인년 새해에는 씬짜오베트남 독자 여러분과 교민 모든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지칠 만도 한데, 곧은 자세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한 손당선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실 필자도 손인선 당선자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갑자기 투표도 없이 당선자로 등장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기초 정보는 받은 듯하다.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는 한인회가 아님을 잘 안다. 그의 말대로 교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이 낯선 당선자의 얼굴에 보람의 미소가 담길 것이다.

손인선 당선자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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