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한주필 칼럼-돈쭐내기 

혼쭐내기가 아니라 돈쭐내기랍니다. 

돈 자랑을 하는 말인가 했는데 좀 의외의 뜻이 담겨있는 말이네요. 한번 보시죠. 

사례 1, 직장을 잃은 어려운 생활고로 통장 잔고가 571원 뿐인 기초생활 대상자 아빠가 7살 난 딸의 생일에 피자를 사주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예전에 파자를 시킨 적이 있는 파자나라 치킨공주 인천구월만수점에 전화를 걸어 기초생활비가 나오는날 지불하겠다며 피자를 외상으로 줄 수 있는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피자가게 점주는 피자박스에 “ 부담갖지 마시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 주세용” 라는 글과 함께 피자를 보내주었습니다. 

사례2, 18살 고등학생 형과 7살 동생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형은 음식점 알바를 해서 돈을 벌었는데 팬데믹 사태로 아르바이트 수입도 끊기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린 동생이 너무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데 수중에는 5천원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몇 군데 치킨 집을 들려서 5천원 어치만 달라고 해봤지만 다 거절 당합니다. 어느 치킨집 앞에서 또 거절 당하는 창피가 두려워 서성대는 이들을 점주가 보고 불러 얘기를 듣고는 1만 9천원짜리 치킨 세트를 싸주고 형이 주려는 돈도 안 받았습니다. 치킨 가게를 하는 자영업자들 요즘 죽을 맛입니다. 그러나 서울 마포구 철인7호 치킨 가게 홍대점 사장 박재휘씨는 형편이 어려운 형재에게 치킨을 무료로 주고, 돈을 주겠다고 다음 날 다시 찾아온 형제를 데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아주고 다시 무료 치킨 세트를 들려주었습니다. 치킨 가게 사장님이 너무 고마운 형은 이 사실을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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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를 인터넷을 통해 접한 사람들은 이들 가게에 돈쭐내기를 합니다. 돈으로 혼쭐을 내는 것입니다. 주문이 폭발적으로 밀려들고, 지방에서도 주문과 함께 돈을 지불하고 나중에 서울로 가면 먹겠다고 합니다. 

2번 사례의 박재휘 사장은 그일이 있은 후 한달 후, 마포구청 복지정책 꿈나무 지원 사업부에 600만원을 기부합니다. 지난 달 그 일로 인해 손님이 기부한 돈에 자신의 돈 100만원을 보태 기부한 것입니다.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입니다. 

이런 현상이 최근에 자주 나타나는 것은 기성세대의 기만적 행태를 꾸짖는 것입니다. 돈으로 지위가 정해지고, 늘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착한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기성세대가 꾸려나가는 탐욕적인 우리 사회를 지탄하는 것입니다. 기성새대의 표리부동하고 내로남불의 태도, 위선과 가식이 싫은 젊은 새대는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비토하지만 또 한편,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실천합니다.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큰 소망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행동, 스몰 액션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사회를 보다 살맛나게 만들어 갑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국가별 투명인식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는 공공부분의 부패에 대한 평가로 국가 청렴도 조사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 조사대상 180국가 중에 우리는 32위를 차지하고 OECD 37개국 중에서는 23위라고 합니다. 점수는 61점. 처음으로 60점대를 턱걸이 했는데, 이는 투명한 사회를 의미하는 70점 대와 절대부패를 나타내는 50점과는 사이인데, 우리 사회는 절대부패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한 단계라는 의미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부패에 대하여 특별히 분노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일반 시민들은 부패는 커녕 그 그림자조차 밟기도 힘든데, 엘리트 공직자들이 다 해드시고는 그 피해는 일반국민들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엘리트 집단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군상이 됩니다. 엘리트 일수록, 높은 자리를 맡을 수록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오늘, 이런 돈쭐내기라는 용어를 배우며 우리 젊은이들의 건전한 사고를 또 한번 엿봤습니다. 부디 그런 선한 행동이 모든 이에게 널리 퍼져 우리사회가 보다 양식있는 사회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참고: 라이프트랜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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