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May 20,Friday

한주필칼럼-돈이 영역

일전에 한국인의 삶에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물질적 풍요’ 즉 ‘돈’ 이라는 조사가 있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그 결과로 적잖은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있는 듯합니다. 어찌 한국인이 그런 천박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믿을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아무튼 그런 글을 올리고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아보고는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한국인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대다수의 세계인이 생각하는 가족이나 자유가 아니라 물질적 풍요를 선택하는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이유는 물론 한국에서는 돈의 위력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한국인의 사고가 이렇게 돈에 몰입되는 것은 뜻밖의 일입니다.

20여년전 호주에 나갔다가 의아한 모습을 보았는데, 공항의 입출국 수속을 하기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비지니스 좌석 항공권을 가진 사람은 별도의 라인이 마련 되어있어 일반인들과는 달리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분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돈에 의한 차별이 이렇게 버젓이 행해지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지만, 이런 불평등을 시민들이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것은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돈에 의한 차별적 줄서기는 한국에서는 없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행하여 집니다. 하다못해 대표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에서도 비지니스 고객을 위한 별도의 라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불편을 사는 것이죠. 돈의 영역이 이렇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평등은 용납하지 않는 한국인이 왜 이렇게 돈에 목숨을 거는 국민이 되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민이 유난히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한국민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의 영역을 돈이 점령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상대적 평가로 인한 무한 경쟁이 굳어진 탓에 사교육이 활성화 되며 교육의 질이 돈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돈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사회의 신분을 사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결국 돈이 지상 최고의 권력자가 되는 것이죠.

또한, 이렇게 확대된 돈의 권력은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이어집니다. 젊은이들의 비혼 문제도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큰 이유가 돈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버는 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릴 자신이 없다는 것이 고려사항이 되고, 여자 역시, 결혼 후 자신도 일을 해야 한다면 구태여 결혼을 하며 나눠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비혼자가 늘어나고 설사 결혼을 한다 해도 자녀를 낳는 것을 거부하는 풍조가 나타납니다. 자녀 교육만 안 시키면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이러고보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한국을 물질 만능주의 사회로 만든 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의 영역,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의 가치가 늘어나면 사회는 결코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종교개혁을 부른 면죄부, 면벌부입니다. 돈이 가장 고귀해야 할 종교적인 영역까지 그 힘이 확대된 이후 그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서로 싸우는 종교전쟁이 시작되고 그 충격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한국에서 그런 현상이 제일 먼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돈의 영역이 넓어지는 현상은 빈부의 차이를 깊게하고 사회 불평등을 더욱 진폭시킵니다. 그렇게 물질화된 우리의 인성은 도덕에 둔감해지고, 사회윤리는 무너지고, 우리 아이들은 범죄에 노출됩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사회는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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