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0,Saturday

역사는 반복된다

어제와 오늘을 알면 내일이 보인다

고리타분한 노친네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일이 없다고 교육받은 요즘 자네 같은 젊은이들은 관심이 없겠지만 어쨌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라는 양반이 1954년에 < 역사의 연구>라는 12권짜리 전집을 만들면서 했어.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일반 대중이 뭐 그런 전문적인 지식을 잔뜩 적어둔 책을 읽어봐야 실생활에 뭔 도움이 되겠어? 다만, 자네가 역사를 알아야 세상을 안다는 갸륵한 생각에 역사학을 전공으로 삼았다면, 그리고 혹시 이번 여름방학을 앞두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애인이 역사학과 학생인 자네 대신, 장래의 사모님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의대 학생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현대 여성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아 자네에게 이별을 통고하고 떠났다면, 자네는 앞으로 다가올 긴 여름방학 동안 어떻게 자살을 하면 고통 없이 죽으면서 자네를 차버린 애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인가를 연구하지 말고 역사는 도전과 응징의 결과라는 토인비의 소리를 자네의 인생에 도입을 하며 마음을 다스려 보는 것도 좋을 겨. 12권 전집을 축약한 책이 있으니 너무 겁먹지 말고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겨.

내가 오늘 할 소리는 토인비라는 학자가 말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주제야. 시대적 배경이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된다는 말이지.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야. 나라를 지키고자 자신을 바친 애국 선열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도 나라를 지키는데 내 한 몸 바친다고 아까워하지 말자는 거지.
자네 부모 세대 중에 1950년 직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출생지가 대부분 부산이라는 것을 알어? 왜 그럴까? 그때 단체로 자네들 부모님을 낳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산으로 여행이라도 간 것일까? 맞아, 단체로 온 가족이 따발총을 매고 쳐들어오는 인민군대를 피해 최남단 부산으로 길고 긴 여행을 했지. 이런 말에도 여전히 시니컬한 표정을 짓는 자네를 위해 한국전쟁 혹은 6.25 사변으로 불리는 우리 동족끼리의 전쟁에 대하여 간단하게 얘기를 해줄게.

1945년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아시아 전역을 거의 점령하는 것도 모자라 아직 특강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미국을 만만하게 보고 진주만을 폭격하며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는 대 악수를 두며 거들먹대다가 결국 두 방의 원자폭탄을 맞으며 항복을 하고 말았지.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미국은 세계의 최강국으로 등장하게 되는 겨.

아무튼 일본의 항복으로 2차 대전이 종식을 하자 패전국을 정리한다는 목적으로 독일은 동서로 소련군과 미군이 주둔을 하고, 일본의 점령하에 있었던 한반도는 남북으로 소련과 미국이 정리를 한다고 들어온 게지. 정말 억울한 일이야. 우리는 그 전쟁의 피
해자일뿐인데 마치 가해자처럼,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책임을 우리민족이 대신 뒤집어 쓴 것이야.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남긴 상처와 교훈은 참으로 깊고도 높은 거지. 언젠가 자네들이 그 은혜를 갚아 줄 날이 있으리라 기대해.

아무튼 그래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냉전시대의 희생양으로 한반도가 등장한 것이지. 그러다 자국민의 책임하에 운영하도록 하자는 합의로 미군과 소련군이 다 물러나. 그런데 소련군은 북한과 접경된 곳으로 이동을 하지만 미국은 지들 무기를 몽땅 싣고 태평양을 건너가. 그때가 6.25 일년 전, 1949년 이여.
그리고 소련이 북한에 심어둔 지도자들은 소련이 남겨둔 무기로 무장을 하고 또 중국과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군이 지원한다는 협약을 끌어내. 북한의 지도자들이 훨씬 지략적으로 뛰어난 셈이야. 중국은 그런 참전을 통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과 한번 붙어서 중국인의 자존심을 고취시키고 싶었고 미국의 영향권에 둔 한국과의 사이에 북한이라는 방어벽을 하나 더 마련하고 싶었던 게지.
그런데 남한은 어떠했을까? 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미군도 물러가고 스스로 알아서 하라니까 내부적으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난 겨. 통일을 해야 하니 사상 대립을 버리고 무조건 합치자는 친소파와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친미파들이 대립을 하며 국론을 분열시켰지. 그런 혼란을 틈타서 6월 25일 새벽, 북한이 38선 전역을 기습 공격함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된 겨.

6.25 당시 남북한 전력은 어떠했을까? 병력 수도 엄청나게 차이가 났지만 (남한:9만 6천,북한: 19만 1천명) 소련 전차T-34, 200여대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북한군을 막을 무기는 남한에는 없었어. 속수무책 후퇴만 했지.
당시 남한군대의 상태는 사실 군대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소련고문단장이 나중에 지적할 정도로 개판 이었지. 그 결과 나흘 만에 서울이 무너져. 그리고 두 달 만에 최후 방어선을 낙동강으로 한겨. 그리고 정부고관들은 옛날이 그리웠는지 또 해외로 나가 망명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논의를 하곤 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우리 해군의 유일한 전투함인 백두산 함이 6.25 당일 북한의 후방 침투병력 600명을 싣고 내려오는 무장 수송함을 발견하고 격침시키는데, 만약 이 대한해협 해전이 없었다면 부산으로 들어온 북한의 후방 침투 병력에 의해 우리는 오갈 때 없는 낙동강의 오리알이 될뻔했어. 아무튼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이지.
때 마침 트루먼 대통령이 유엔의 결의로 유엔군을 파견하고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북한군의 앞뒤를 짤라 버린겨. 그리고 북한군은 할 수 없이 후퇴를 할 수밖에 없지,
기세를 잡은 한국군과 유엔군이 북진을 계속해서 압록강까지 올라가서 강물을 마시며 통일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순간, 중공군이 아예 대놓고 밀려 들어온 것이야. 무려 백만 명이 넘게 들어온 것으로 추정돼.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총칼에 의지하는 재래식 전투에서는 당할 군대가 없지. 속수무책 다시 서울 내주고 밀려나. 이때 서울을 내준 게 1월 4일이라 1.4 후퇴라고 부르는겨. 조영남 노래에 1.4후퇴 때 피난 내려와~그런 가사가 있지.
후퇴를 하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유엔군과 한국 연합군은 다시 공격을 해서 서울을 수복하지. 그리고 38선을 경계로 서로 치고 받으며 대치하다가 휴전협정을 맺은겨. 그 당시 38선을 중심으로 싸우던 그 전선이 바로 지금의 휴전선이야. 결국 한국 전쟁은 한반도에서 이념으로 갈라진 세계의 열강들이 직 간접적으로 참여한 미니 세계 대전이었어.

잊어서는 안될 기록 하나, 한국전쟁으로 남북한이 입은 군인과 민간인의 인명피해는 사상자와 행불자를 포함해서 합계 520만명을 헤아린다는 것이야. 인구의 4분의 1일 죽거나 다친 거지. 그러고 보면 자네가 태어난 것 자체가 천운이여.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우리에게 새삼스럽게 들리는 것은 요즘 우리의 상황이 그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지.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자네의 사상이 어디에 있든 간에 우리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지? 마치 6.25 전쟁 발발 전과 같아. 북쪽에서는 한 목소리로 서울 불바다를 외치는데 우리는 서로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사상을 포장하여 서로 죽일 놈 살릴 놈을 하고 있지.
이건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여. 문제는 안보 정신이여. 이젠 우리가 전쟁을 하면 무조건 이긴다 하지. 그런데 북에는 재래식 무기가 열등한 대신 핵무기가 있어. 핵무기가 있는 상대에게는 어떤 무기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 잘 알고 있지? 이렇게 계속 우리끼리 다투다가는 이번에는 자네들 부모처럼 고향을 떠나서 외지에서 태어나는 세대가 아니라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소속된 나라도 없이 태어나는 세대가 만들어 질 것이야.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은 “역사를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배우라”는 뜻이야.
즉 역사는 지식이 아니라 교훈이라는 것이지. 이걸 이해한다면 토인비의 어려운 책은 안 읽어도 자네는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하지.

반복되는 역사…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머질 자네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야.

작성자 : 한 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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