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December 3,Saturday

한주필 칼럼 – 일본정원을 밀어내는 한국정원

한국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 철학의 특징은 인간을 자연의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자연을 나와 다른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 그 자체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보는 세상에 가장 큰 조화는 자연과의 어울림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저는 이 자연과의 조화라는 주제가 한국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한국의 철학적 개념이 잘 드러난 케이스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계 최고 문화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가 어디입니까?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자기 스스로 인류 최고의 문화국이자 예술의 나라라고 자랑하는 곳이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예로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를 관리 진흥시켜왔고 국민들 역시 스스로 높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수용성을 보유하며 문화가 그들의 생활에 있어 무엇보다 큰 자리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연중 내내 각종 전시회와 페스티발 등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지요. 그런 문화융성을 무기로 연중 8천만명 이상의 해외 관광객을 부르는 곳이 프랑스 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최고의 건물로 꼽는 건축물은 베르사이유 궁전입니다. 17세기 절대 군주, 태양왕으로 불리던 루이 14세가 지은 궁전입니다. 이 궁전은 궁전 건물과 궁전보다 훨씬 넓은 정원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궁전에 내재된 철학은 ‘인간에 대한 통치’와 ‘자연에 대한 지배’입니다. 

루이 14세는 자신이 태양과 같은 절대 군주로서 인간은 물론 자연마저 지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베르사이유 궁전을 지으며 궁전 건물과 그보다 더 웅대한 정원을 조성합니다. 늪지대에 불과하던 그 지역을 많은 노동력을 동원하고 인공 정원을 만들어 자신의 위용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의 정원은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조성되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실현하는 곳입니다. 

그런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의 정원 역시 철저히 인공으로 만든 구조입니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축소하여 정원 안에 우주를 넣은 시도를 하는 것이 일본의 정원으로, 좌우대칭과 기하학적 배치로 자연을 지배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프랑스의 정원과 그 맥을 함께 합니다. 

실제로 일본 문화는 19세기 중 후반에 걸쳐 자포니즘(Japonisme)이란 이름으로 유럽의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이 일본 문화에 푹 빠져 여러 작품에 일본 예술의 색채를 씌웠습니다. 

이에 비하여 한국의 정원은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합니다. 한국의 정원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경치가 멋진 곳에 자연에 어울리는 작은 정자를 지어 사람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자연 친화적 철학을 담았습니다. 

그렇게 인공된 자연을 좋아하던 프랑스도 21세기 들어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연과 상생하는 환경 조성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정신이 살아나며 자연을 지배한다는 정신으로 만든 자신들의 정원이나, 철저히 인위적으로 조성된 일본식 정원이 과연 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된 것인가 하는 자문도 생기던 시점에 자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국정원이 등장합니다. 

프랑스가 한국 정원을 받아들인 시기는 한류가 본격적으로 프랑스에 알려지기 전인 2013년입니다. 한국의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황지혜씨가 한국의 전남 순천만을 형상화하여 네덜란드 정원 박람회에 전시한 순천만 정원이 프랑스 롱스르 소니에르 시 시장의 요청에 위해 롱스르 시에 옮겨 조성됩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파리 16구 다클리나시옹 공원 내에 조성된 서울 공원, 낭트시에 조성된 순천 동산 등이 프랑스에 진출하면서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정원의 자연미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몰라도,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한류의 인기가 시작된 곳이 프랑스이기도 합니다. 

한국정원은 일반 한류와는 좀 다른 유형의 바람이지만, 한국인의 삶과 철학이 녹아있는 한국 정원의 진출은 다른 류의 한류들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과 하나 된 한국인,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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